나도 누군가의 ‘꽃손’이 될 수 있을까, 영화 ‘꽃손’

입력 2017-12-13 12:05  


[오은선 기자]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가까운 가족, 혹은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다.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 ‘꽃손’은 이별로 시작해서 다양한 이별의 장면이 등장한다. 중국에서 한국인 할머니에게 홀로 키워진 중국인 주인공 진다(김이안 분)가 중국에서 쓸쓸히 돌아가신 자신의 할머니를 그녀의 고향인 남해의 바닷가에 유해를 뿌리기 위해 남해를 오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 후 남해 양로원에서 만나는 다양한 노인들과의 일상을 담았다. 
 

‘꽃손’에는 어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배경이나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가 없다. 그저 한적한 남해 마을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일상을 그렸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인물구성과 스토리가 보는 이에게 편안한 느낌을 전달한다. 노인의 사랑이야기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따듯함, 곳곳에 등장하는 웃음 코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때론 즐겁게, 때론 슬프게 보는 이의 마음에 울림을 전한다.

숨도 쉬어지지 않을 만큼 큰 헤어짐의 슬픔도 때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유되고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은 그저 슬픔을 묻어두는 것뿐, 사라지게 할 순 없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정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은 ‘사랑과 정’이다. 영화 ‘꽃손’에는 이러한 내용이 잘 담겨있다. 할머니와 이별한 진다는 남해에 와서 다양한 노인들과 함께 지내며 새로운 정과 사랑을 나누고 상처를 치유한다. ‘꽃손’의 부제가 ‘애이불비(사랑함으로 슬퍼도 슬프지 아니하다)’인 이유도 그렇다. 
 

더불어 ‘꽃손’ 중 치매에 대해 “지난 시간 중에 그리운 날로 다시 돌아가서 그대를 한 번 더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그 동안 일반적으로 각인된, 피하고 싶은 치매의 이미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을 준다. 극중 치매에 걸린 정신은 나무에 알사탕을 매달며 손주를 기다린다. 어떤 이는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손주를 향한 마음을 알사탕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화 속 남해 홍현마을의 아름다운 풍경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가을 바다의 정취, 청량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속세에 물들지 않은 노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안에
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을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 한다.

앞서 말했듯, ‘꽃손’에는 절대악, 음모 불신, 반전, 경쟁구도 등 현대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정과 사랑, 잔잔한 일상을 그렸을 뿐이다. 등장인물들의 우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인 만남과 이별, 또 생명이 부여된 순간부터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과정들이 잔잔하게 담겨 있다. 그 속에서 그들은 이별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정을 통해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면서 서로의 아픔과 슬픔을 보듬어 주는 ‘꽃손’이 된다. 윤희의 축제인 삶에서 어떤 이에게 ‘꽃손’이 존재하고, 또 그 자신도 누군가의 ‘꽃손’으로 기억된다면 그의 삶은 조금 더 울림이 있지 않을까.
 

‘꽃손’ 권순중 감독은 “우리나라의 관객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전달하고 우리 개개인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누군가의 ‘꽃손’을 기억하게 만들면 좋을 것 같다”며 “‘꽃손’은 최근 흥행하고 있는 범죄, 스릴러 영화장르와는 차별된 휴먼드라마 장르의 영화로서,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 작품은 드라마 ‘뱀파이어검사’, ‘처용’ 등의 제작사로 알려진 CMG초록별(대표 김태연, PD 이은임), 스타로드엔터테인먼트의 영화이며, 메가폰을 잡은 권순중 감독은 미국 뉴욕의 영화학교 출신의 감독으로 따뜻한 감성, 감각과 연출기법으로 향후 대한민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감독으로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꽃손’은 2018년 베니스, 하노이, 칸, 베를린, 상해, 하와이, 모스크바 등 다수의 국제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다. (사진제공: CMG초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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