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철비’ 정우성, 90년대 청춘스타에서 개념배우로 되기까지

입력 2017-12-22 08:00  


[임현주 기자] “젊은 날에 대한 반성일 수도 있죠.”

배우 정우성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넓고도 깊었다. ‘변호인(2013)’ 영화 투자에 자처하기도 하고, 지난 5월 투표독려캠페인에 참여하며, UN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4년째 활동 중인 그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흔쾌히 날개를 달아준다. 이번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에 출연하게 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넘어오면서 펼쳐지는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영화다. 여기에 정우성은 생존에 특화된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 역을 맡아 액션부터 애틋한 가족애까지 선보인다. 그가 엄철우의 옷을 입게 된 이유는 기성세대에 사는 사람이자 선배 영화인으로서 사회와 호흡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지금 우리는 분단국가국민이라는 사실에 익숙해지다 못해 무뎌졌죠. 심지어 다음 세대들은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자각조차 못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 역시도 ‘평화 통일되면 좋지 우리나라’ 그 정도의 생각에서 크게 깊이 들어가 있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가 신선했고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했어요.”


분단국가, 핵전쟁, 쿠데타 등의 소재로 ‘강철비’가 사회에 던지는 주제의식이 가볍지만은 않다. 출연하는 배우로서 부담감이 조금은 있었을 법도 한데 정우성은 “그렇기 때문에 부담 없이 선택”했다고 운을 뗐다.

“작품을 만들었던 작가이자 감독들도 그런 부담감이나 영화가 나왔을 때 불이익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작업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영화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에 숨죽여 있는, 갈망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민감하게 반응하잖아요. 또 그것을 영화화하고 싶어 하는 게 영화하는 사람들의 특성이고. 그래서 ‘영화하는 사람들은 좌익이다’는 오해의 인식과 말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가 기획됐고 그게 배우 앞에 왔고 그걸 선택하는 저 역시도 우리 사회가, 국민들이 당하고 있는 불합리함에 비뚤어진 모습들을 영화화하면 재밌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참여했어요.”

사회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은 잘못된 정치를 용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정우성. 그의 2017년은 ‘더 킹’으로 시작해서 ‘강철비’로 마무리된다. 공통적으로 사회의 부조리함과 권력의 비판적인 시각을 이야기한다. 올해 정우성의 행보를 보면 사회를 생각하는 관심의 깊이를 알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올바른 권력은 무엇일까. 

“올바른 권력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올바른 국민은 끊임없이 국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연결하면 올바른 권력은 국민의 관심을 수용할 수 있는 권력이어야 하죠. 이렇게 이야기하면 정우성 또 정치적 발언했다 하시겠죠?(웃음)”

정우성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차분하게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정치적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국민 대다수가 느끼는 비뚤어진 정치를 한 대상한테 한 국민으로서 소리를 낸 것뿐이죠. 국민으로서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정치적 발언이라고 한다면 우리 국민 모두가 정치적 발언을 내야한다고 생각해요.”


남과 북이 갈라져있는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가 날카롭게 그려진 ‘강철비’. 영화에는 평화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결과적으로 핵을 나눠 갖자는 설정의 결말을 내고 이를 본 관객의 의견들이 분분한 현상이다.

이와 관련해 정우성은 “그렇게 의견을 내놓을 수 있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재밌잖아요. 영화로 인해서 파장된 담론이자 어떻게 보면 문화를 즐기는 태도죠. 어느 순간부터 관객들이 엔딩을 가지고 ‘저게 말이 돼?’하면서 충격을 받거나 화를 내시더라고요. 사실 있을 법한 일을 극대화된 상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관객에게 영화가 끝난 후 그런 상황들을 더 즐겨보라는 이야기예요”라며 영화를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논했다.

그렇다면 정우성이 생각하는 진정한 평화는 어떤 모습일까. “현실에 빗대어진 상황이라 쉽게 이야기하진 못하겠는데 진정한 평화는 전 세계 비핵화죠. 우리가 핵을 없애도 주변의 국가들은 가지고 있으니까 그건 진정한 평화가 아니잖아요. 전 세계 모두가 비핵화해야 해요.”


그런가 하면 정우성은 배우로서 올해 데뷔 24년차가 됐다. 지금의 위치에 서서 그간의 배우생활을 돌이켜보면 딱딱하고 고지식했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조금 물러졌다고 표현했다.

“어렸을 때는 스태프들이 모이는 시간에 출근해서 현장이 끝날 때까지 버텼어요.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직접 다 보면서 내 걸로 만들려고 했었죠. 느끼는 감정들도 다 강하게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때에 비해 지금은 물러진 느낌? 모든 감정의 크기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는 삶의 자세도 있잖아요. 감정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표현에 힘줄 필요는 없구나했죠.”

고등학생시절 우월한 마스크와 기럭지로 업계 사람에게 캐스팅되어 모델 일을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정우성의 지난날. 열심히 하려했던 열정이 때로는 과했지만 지금의 정우성을 있게 한 자양분이 됐다.

“가끔 자고 일어날 때나 자기 전에 속으로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할 때가 있어요. 그냥 아무 이유 없이요. 감사하면 행복한 것 같아요. 저의 삶의 태도였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없이 맨손으로 나왔는데 주어진 모든 것들이 다 얻은 거니까. 그렇지만 행복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웃음) 이 나이에 노총각에 풀어야할 인생의 숙제들도 있죠.”(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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