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저성장 기조, 현대기아차와 뺏고 뺏기는 싸움
-쉐보레 에퀴녹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르노삼성 클리오로 버텨야
지난해 국내 완성차 5사는 내수 판매에서 155만대80대를 기록했다. 158만8,572대를 내보냈던 2016년 대비 2.4% 감소했다. 지속된 경기침체뿐 아니라 2016년 개소세 인하로 수요를 앞당겼던 기저효과와 노조들의 잇단 파업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3사가 크게 선전했던 2016년과 달리 2017년은 현대기아차가 다시 점유율을 되찾았다. 한국지엠과 쌍용차, 르노삼성의 합산 점유율은 2016년 24.8%에서 지난해 21.9%로 2.9%P 하락했다.
올해도 3사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내수 성장률을 0%로 전망하면서 국산차는 1.9% 감소, 수입차는 11.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와 같은 크기의 파이를 올해는 수입차가 조금 더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서 파이를 뺏어가는 수입차 브랜드는 조만간 판매를 재개할 아우디폭스바겐이고, 뺏길 국산차는 직접적인 경쟁 선상에 있는 현대기아차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역시 빼앗기지만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이를 위해 신차와 각종 프로모션을 쏟아내며 나머지 3사와 내수 점유율 확보를 위한 싸움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올해 현대차는 중형 SUV인 싼타페를, 기아차는 K3부터 K9에 이르는 세단 제품군을 대대적으로 손본다. 이에 나머지 3사도 각자의 전략을 세워 현대기아차의 공세를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 잠시 한눈을 팔다가는 정체된 내수시장에 빠져 허우적 댈 수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끊이지 않는 철수설로 2017년 내수시장에 13만2,377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6.6% 하락했다. 2016년 개별소비세 인하로 판매를 18만대까지 끌어올렸던 탓도 있지만 평년 수준인 15만대도 달성하지 못했다. 소형 SUV인 트랙스가 전년대비 18.3% 오른 1만6,549대를 내보낸 것을 제외하고 모든 차종이 부진했다. 주축을 이루는 스파크가 지난해 4만7244대에 그쳐 39.5% 하락했고, 말리부도 9.1% 내린 3만3,325대를 판매하는데 불과했다. 새로 선보인 크루즈는 신차효과를 보지 못하고 전년 수준인 1만554대에 그쳤다.
올해는 상반기 출시할 '에퀴녹스'에 기대를 건다. 캡티바를 대체하는 중형 SUV로, 미국 시장에서 매년 20만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차종이다. 휠베이스가 길지만 경량화를 추구, 실내 활용성과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경쟁 차종인 현대차 싼타페 출시와 더불어 소형 SUV의 인기 흐름을 중형 SUV로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판매 면에서는 신차 효과를 업고 지난해 2,000대 머무른 캡티바보다 큰 폭으로 비중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완판 신화를 기록한 볼트 EV도 올해 5,000대 물량을 확보하면서 실적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연초부터 빠르게 사전 계약에 돌입, 보조금 물량을 확보해 시장 선점에 나선다.
쌍용차는 지난해 3사 중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국내 소비자에게 10만6,677대를 인도하며 전년대비 3.0% 성장,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연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로써 2005년 이후 12년 만에 르노삼성을 꺾고 내수 판매 4위 브랜드에 안착했다. 출시 후 3년간 신차 효과를 누리고 있는 티볼리는 물론이고 새로 선보인 G4 렉스턴도 힘을 보탰다. 티볼리는 전년대비 2.9% 하락한 5만5,280대를 유지했고 G4 렉스턴은 211.4% 향상한 1만6,381대를 판매했다.
회사는 새해 벽두부터 신차를 줄줄이 내놨다. 부분변경을 거친 코란도 투리스모와 새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했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기아차 카니발과 경쟁하는 국산 브랜드 유일의 MPV이지만 연간 4,000대 안팎의 판매에 그치고 있다. 부분변경을 거치긴 했지만 활용성 및 상품성 측면에서 카니발의 수요를 대폭 흡수하긴 어려워 보인다. 렉스턴 스포츠는 코란도 스포츠를 대체하는 유일한 픽업트럭으로 올해 3만대를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해 코란도 스포츠(2만2,912대)보다 30% 가량 올려 잡은 것이다. 쌍용차는 여기에 지난해 출시한 G4 렉스턴이 제 역할을 하고 티볼리 판매가 소폭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통해 2018년 내수판매 11만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르노삼성은 2017년 국내 시장에 10만537대를 내보내 전년대비 9.5% 하락했다. 일찍이 도입한 QM3와 SM6 등의 신차효과가 살짝 빠진 데다 소형 해치백 클리오의 도입이 늦어진 까닭이다. QM3는 전년대비 20.1% 감소한 1만2,227대, SM6는 31.5% 줄어든 3만9,389대를 내보냈다. 같은 기간 QM6는 97.1% 오른 2만7,837대를, SM3 Z.E.는 223.3% 상승한 2,014대를 판매했다.
2018년 확정된 신차는 소형 '클리오'다. 1990년 출시 후 지난해까지 세계에서 1,300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2017년 유럽에서는 30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소형 해치백은 국내에서 무덤으로 불리는 시장인 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 심지어 현대기아차는 최근 유지해오던 소형차 제품군을 단종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클리오의 물량 확보가 순탄치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국내 시장은 글로벌 생산 일정에서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해 SM6 LPe 택시를 추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2.0ℓ LPe 엔진을 갖춘 만큼 도입은 어렵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간 SM6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택시 도입을 미뤄왔지만 올해 실적을 이끌 마땅한 신차가 없는 만큼 도입이 예정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재개가 국산차 업체들의 점유율 변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기아차가 점유율을 잃지 않기 위해 하위 3사를 강력히 견제할 텐데 나머지 3사가 어떻게 버텨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지엠은 중형 SUV, 르노삼성은 중형 택시, 쌍용차는 SUV 라인업에서 승부를 볼 것으로 관측한다"고 설명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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