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이해관계자 지원 조건으로 한 협의안 제시
미국GM이 한국지엠 회생의지를 분명히 하고 우리 정부와 본격적인 협의점 찾기에 나섰다. GM의 핵심 제안은 한국지엠 채권 전액 출자, 신차 2종 투입, 한국지엠 연구개발 기지 활용, 외국인 투자지역 설정 등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GM이 최근 산업은행에 지금까지 경영부실을 책임지고 한국지엠 회생을 위한 신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주요 내용은 한국지엠의 27억달러(2조9,000억원) 채권 전액을 GM이 출자하고, 외국인 임원의 비용을 감축하며, 2종의 신차를 한국 공장에 배정하는 내용이다. 또한 한국지엠을 디자인 및 연구개발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하지만 구조조정 비용과 신제품 출시 및 투자에 필요한 비용에는 산은 지분만큼의 참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실사 후 조건부 자금 지원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미 투입된 올드머니는 대주주인 GM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한국지엠의 자구 계획을 통해 회생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신규투자금에 대해 GM이 28억달러(3조원)를 출자하면 산은은 지분율(17%)인 4억7,600달러(5,000억원) 규모의 금액을 투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GM은 한국지엠에 대한 투자 계획과 함께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공장 일대의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 설정 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외투지역으로 지정되면 단지 조성 땅값의 50%(수도권은 40%)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한다. 입주 기업의 경우 7년간 법인세 및 소득세가 면제되고, 이후 3년 동안은 매년 50%를 감면받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지엠에 대한 구체적인 실사조차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시간을 둔 양측의 기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GM은 시기적으로 신차 배정이 끝나는 이달 안에 정부의 자금 지원 약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산업은행은 시간보다 정밀 실사가 우선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서로 간의 이해 득실 계산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GM은 산은의 실사 요구는 받아들이되 정밀한 부분까지 공개를 꺼리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수 천 억원의 혈세가 쓰이는 만큼 GM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베리 앵글 사장의 방한을 변곡점으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시간 싸움에서 산업은행이 주도권을 가질 경우 미국GM이 단독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GM 스스로 한국지엠의 회생을 지원하되 손해를 줄이는 차원에서 경차 생산을 전담한 창원공장의 구조조정까지 진행할 수 있어서다. 연간 900만대 이상을 생산, 판매하는 GM으로선 8만대 규모의 창원공장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GM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및 디자인 부문과 훗날 청산했을 때 재산 가치가 높은 부평 공장"이라며 "그간 GM이 추구했던 수익 전략을 감안할 때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철저하게 투자는 줄이고 손해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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