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할인경쟁, 전체 신차 시장 뒤 흔든다
독일 프리미엄 3사의 할인공세가 심상치 않다. 좀처럼 할인과 거리가 멀었던 벤츠도 왕좌를 지키기 위해 할인 카드를 꺼내 들었으며 BMW도 빼앗긴 1위를 탈환하기 위해 예전보다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가동했다. 여기에 아우디까지 가세, 강력한 판촉을 앞세워 국내 복귀를 알렸다. 독일차는 아니지만 재규어 역시 회계 마감을 앞두고 2,000만원에 가까운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결과는 3월 전체 수입차 판매 신기록으로 이어졌다.
차종별 최대 2,000만원 가까운 프로모션으로 크게 좁아진 독일차와 국산차의 가격차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뒤흔들고 있다. 수입차, 그것도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국산과 크지 않은 가격 차이로 구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위기를 느끼는 건 비단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국산차 뿐 만이 아니다. 넌(Non)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기타 수입차 역시 수요를 독일차에게 뺏길 수 있어서다. 그래서 독일 3사 대비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브랜드는 고민이다. 그들과 대등한 할인 프로모션을 적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어서다. 모처럼 국산차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하는 나머지 수입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대표적으로 최근 복귀를 선언한 폭스바겐이 그랬다. 인증 문제로 주력 차종 출시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가운데 이 틈을 타 독일 프리미엄 3사의 공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근 판매를 시작한 파사트 GT와 출시 예정인 티구안, 아테온의 예상 가격이 할인을 적용한 독일 3사 제품군과 일부 겹친 탓에 고민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한 지붕(?)에 있는 아우디의 할인이 폭스바겐 판매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그룹 차원의 방안도 마땅히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다. 갓 출시한 신차를 무턱대고 할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다. 그러나 결국 폭스바겐 역시 파사트 GT를 대상으로 할인을 카드를 꺼내들었다.
물론 담담한 회사도 있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로 적극 어필 중인 볼보의 경우 XC60의 기대 이상의 인기로 6개월 주문이 밀렸다. 한 마디로 행복한(?) 고민이다. 그러나 내심 독일차의 할인이 반가울 리 없다. 대기 수요자의 마음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입차의 과도한 할인이 결코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정가를 지키지 않으면 시장이 왜곡될 여지가 크다는 논리에서다. 신차 가격이 낮아진 만큼 되팔 때 중고차 가치도 떨어지며, 각종 기본 품목이 유상으로 전환된다는 이유도 갖다 댄다. 그러나 계속된 우려에서도 할인을 앞세워 수입차 시장은 지난 몇 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전망 속에서 이제는 국산차 점유율까지 정면으로 넘보고 있다. 역시 할인을 앞세워서다.
그래서 현대기아차도 이 같은 독일차의 할인공세에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을 것 같다. 크지 않은 가격 차이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선택을 마다할 리 없어서다. 이번과 같은 할인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은 할인을 분명히 기억할 것이고 수입차 업계는 언제든 또 할인 카드를 꺼내 들 것이다. 할인보다 강력한 수단은 없다는 게 여러 차례 증명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산차 역시 향후 가격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게 됐다. 적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상황임이 분명해 보인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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