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소연 “늘 진심으로 다가서는 배우 되고 싶어”

입력 2018-04-24 15:09  


“기교나 인위적인 것들로 꾸며진 것이 아닌, 진심 그대로를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사 사이사이 얕은 호흡이나 공기만으로도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배우. 그러려면 늘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가야겠죠?”

[허젬마 기자] 장소연의 얼굴에 미소가 만개했다. 장안의 화제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의 절친이자 정해인의 누나로 등장하는 그는 현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법한 의리 있는 친구, 아들 같은 남동생을 가진 누나 역을 찰떡 같이 소화하며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 중이다.

어떻게 그렇게 이질감 하나 없이 배역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냐는 우문에 간결한 현답이 돌아온다. ‘기교나 인위적인 것들을 모두 배제한 진심’ 하나만을 새기며 연기한다는 것. 인터뷰 질문 하나하나에도 정성스러운 답변으로 기자의 마음을 감동케 한 ‘마음씨 좋은 언니’ 장소연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Q. 촬영 소감

거의 20년 만에 찍는 화보다. 아마 10대 이후로 처음 찍는 화보인 것 같다. 늘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를 하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어렵지만 재미있었다.

Q. 마음에 드는 콘셉트는

세 번째 콘셉트가 마음에 든다. 현장 반응도 좋았고 나 역시 제일 마음에 들었다.

Q. 예상외로 파격적인 콘셉트가 잘 어울린다.

평소 내가 조용한 성격인데 가끔 욱하는 면이 좀 있다. 나의 숨겨진 모습이 잘 나온 것 같다(웃음).

Q. 평소 성격

조용한 편이지만 일할 때는 좀 다르다. 친한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는 특이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웃음). 말을 많이 하기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인데 특히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더욱 그렇다. 진짜 친한 친구들 앞에서 말고는 내 이야기를 아끼는 편이다.

Q. 근황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촬영이 한창이다. 재미있게 작업하는 중이다.

Q. 촬영장 분위기는 어떤가

진행이 순조롭다. 감독님의 모토가 ‘하루에 12시간 이상 쉬자’여서 촬영이 12시간을 넘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촬영은 보통 짧으면 네다섯 시간, 길어야 일곱 여덟 시간 정도로 그렇게 타이트하지 않다. 각자가 준비가 잘 되어있고 스태프와 호흡이 잘 맞는다. 분위기도 좋다. 
 
Q. 드라마의 성공을 예상했나

처음 대본을 받아봤을 때 내용이 술술 읽히고 뒷내용이 궁금하더라. 나는 표현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독자이고 관객이지 않나. 어떤 입장에서 봐도 재미있었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Q.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

손예진과 정해인 둘 다 너무 진아 같고 준희 같아서 이질감이 전혀 없다. 처음엔 셋 다 좀 내성적인 부분이 있고 낯을 가려서 어색하기도 했는데 역할 상 서로가 절친이고 가족인 연기를 해야하다보니 빨리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Q. 초반에 손예진과 술마시고 고성방가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손예진과의 첫 촬영이었다. 연기자는 연기 대 연기로 뭔가 통하는 게 있다. 가까워지기 전이었지만 크게 어색함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촬영 사이사이 사적인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술을 마시는 장면이 많은데 대부분 진짜 술이다. 그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많이 나누다 보니 정말 친구 같은 감정이 들더라.

Q. 실제로도 술을 잘 마시나

역할과 다르게 실제로는 잘 마시지 못한다. 


Q. 손예진 하면 국내 멜로드라마의 대가이지 않나. 겪어보니 어떤가?

일단 정말 똑똑하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부분을 다 파악하는 동시에 자신의 역할에 굉장히 깊게 몰두할 줄 안다. 경력이 경력이니 만큼 모든 부분이 능숙해 옆에서 보면 역시 주인공이다 싶은 느낌이 든다. 배역에 정말 가까이 다가가는 배우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거 같다. 함께 촬영을 하다 보면 그냥 정말 진아 같거든.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라 배울 점이 정말 많다.

Q. 세상 둘도 없는 절친과 단 하나뿐인 친동생의 사랑,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남동생이 없어서 쉽게 가늠이 되진 않는데,,. 상황을 가정해보면 일단 너무 쇼킹할 것 같다.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바로 인정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뭐 둘이 죽고 못 산다면 별 수 없겠지만(웃음). 아무래도 남동생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오빠라면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동생이라면 약간 어색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약간 서운한 마음도 들 것 같고. 복합적인 마음이 들 것 같다.

Q. 반대로 베프의 남동생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생각도 안 해봤다. 그런데 막상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든 만나려고 할 것 같다(웃음). 반대를 한다 해도 어떻게든 설득 할 것 같다.

Q. 연하를 만나본 적은?

한 번 있다. 연하 같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나보다 성숙한 느낌의 사람이었다.

Q. 많은 작품 활동을 해왔다. 애착이 가는 작품 혹은 배역이 있다면?

‘하얀거탑’이 내 첫 드라마였다. ‘유미라’라는 간호사 역인데 최근 다시 방영해주는 걸 보니 10년 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 나를 비롯해 동료배우들의 모습을 보니 참 젊었구나 싶었다. 당시에 정말 열심히 했던 것이 떠오른다. 정말 순수하게 다가갔던 작품이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짙게 남아있다.

Q. 데뷔

상업영화는 2001년. 연극이나 단편영화로는 열아홉, 스무 살 무렵부터 시작했다. 오디션을 보고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다.

Q. 외향적인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나

나도 의문이다(웃음). 중학교 무렵 우연히 연극을 봤는데 너무 좋았다. 나도 저 공간에서 같이 호흡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기더라.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그런 꿈을 숨겨오다가 진로로 고민 중이던 고3 때 용기를 내서 오디션을 보게 됐다. 그걸 계기로 처음으로 단편 영화를 찍게 됐는데 연기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경험도 없었지만 당시 연기했던 역할에 푹 빠졌던 것 같다.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지만 마치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인 것처럼 몰입하는 과정에서 어떤 희열과 짜릿함이 느껴졌다. 그 후에 연기에 대한 마음이 확고히 자리잡았던 거 같다.

Q. 출연작 중 실제 본인과 가장 가까운 캐릭터는

‘하얀거탑’의 유미라 간호사. 조용하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순간에는 할 말은 하는 그런 모습이 나와 닮았다. 인내심이 있는 편이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냉정하게 돌아서는 면이 있다.

Q. ‘곡성’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는데

배역에 대한 접근이 이전 작품들하고는 많이 달랐었다. 뭔가 기존의 영화들과 다 달랐다. 장시간 많은 것을 준비했고 많은 시도를 했었던 작품이다. 연기에 대한 내 생각, 개념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던 작품이다. 작업 중에 의외성을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Q. ‘곡성’의 흥행을 예상했나

대본이 정말 쇼킹했다. 흥행은 차치하고 정말 좋은 대본이라고 생각했다. 내 역할이 좋고 그런 걸 떠나 대본 자체가 너무 좋아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 작품을 하면서 사고에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내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랄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연기에 대한 생각을 무너뜨리고 다시 정립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Q. 같이 작업해본 배우 중 인상 깊었던 배우

머릿속에 많은 분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아무래도 현재 같이 작품을 하고 있는 손예진. 처음에는 사실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같이 연기하는 합이 좋다. 많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프로답다. 전체를 계산하면서 본인 역에 몰입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역에 몰입만 하는 타입이라 전체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손예진은 그 두 가지를 잘 컨트롤하는 배우다. 굉장히 스마트한 배우다. ‘진아’로 완벽한 배우다. 볼수록 마음이 가는 배우다.

Q. 모성애가 있는 것 같다

극중 배우들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정말 엄마 같은 마음이 든다. 실제로도 모성애가 좀 있는 편인 것 같고. 결혼도 안 했고 아기도 없지만 아이들 보거나 동물들을 볼 때 마음이 간다. ‘경선’이라는 인물도 나와 닮았다. 괄괄한 성격이나 그런 부분은 나와 다르지만. 경선은 진아의 엄마와도 친하지 않나. 모녀지간, 온전한 가정에 대한 동경도 있고 동생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자 하는 마음도 그렇고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Q. 정해인 같은 연하 남자친구는 어떤가

지금 정해인은 내 친동생 같은 느낌이다. 작품에 대한 칭찬도 많이 듣고 있지만 동생 정해인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뜨겁다. 굉장히 매력 있고 선하고 잘 자란 친구라 느껴진다. 성숙한 면도 있고 예의바르다.

Q. 쉴 때는 뭘 하면서 보내나

여행을 좋아해서 쉴 때 잘 돌아다닌다. 낯선 곳에 나를 던지는 게 좋다. 거의 혼자 여행을 다니는데 어릴 때부터 혼자서 뭘 잘 했어서 어려움은 없다.

Q. 추천 여행지

중국을 좋아해서 자주 다닌다. 개인적으로 역사가 긴 도시나 지역을 좋아하는데 중국은 문화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고 영토가 넓어서 지역을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나라에 온 기분이 들어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재미가 느껴진다. 특히 도시를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면 소수민족이 각자의 문화와 풍습을 잘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Q. 상상력이나 몰입력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이 일을 하고 있나 보다(웃음). 역사적 유적지에 가서 당시의 풍경을 그려보고 사람들이 살았던 상황을 상상해보는 게 재미있다.


Q. 배우 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동료 배우가 있나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일과 관련한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부모님께서 내가 배우 일을 하는 것을 탐탁치 않아하셨다. 그런 부모님께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서 고민이 생길 때면 혼자 삭히곤 했다. 너무 좋아하는 일이지만 또 너무 힘든 부분도 있다. 배우들끼리는 서로 구구절절 이야기 하지 않아도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는 부분이 있어 가끔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기면 위안이 되고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가 된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요즘 같아선 같이 사소한 고민부터 연기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을 종종 한다.

Q. 배우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연기를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 없다. 카메라 앞에 서고 연기 하는 게 너무나 좋았다. 다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은 있었다. 나는 술도 잘 못하고 끼도 없는 편이어서 회식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거나 하는 일들을 잘 하지 못했다. 그때 내가 이 일에 잘 안 맞는 사람인가 고민했다. 나이를 먹다보니 내 자리에서 내 역할을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중심을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후회한 적은 없지만 힘든 건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하고 싶다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택받지 못하면 무기한 놀 수도 있고. 그럴 때는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나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대다수의 배우가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한계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Q.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찾고 있는 중이다. 매번 바뀌기도 하고. 요새는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것. 인간관계. 연기도 그렇고 모든 것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이다.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최근에 힘든 일이 있었는데 동료 배우들이 먼저 위로의 연락을 해왔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 감사했다. 나도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Q. 장소연을 행복하게 하는 것

첫 번째는 연기. 할수록 더 어렵고 고민스럽지만 굉장히 매력 있다. 두 번째는 여행, 세 번째는 사람.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얕은 호흡이나 분위기, 공기만으로 마음을 전달 할 수 있는 배우. 진실 된 마음으로 갔으면 좋겠다. 기교나 인위적인 것들을 걷어내고. 진심을 다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버킷리스트

어릴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건데 중국 훈춘 근처에 방천이라는 곳이 있다. 두만강 근처인데 북한, 중국, 러시아가 삼각형으로 만나는 지역이다. 북한을 거쳐 중국을 통해 유럽으로 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Q. 통일이 돼야겠다

그렇다. 꼭 해보고 싶다. 어릴 때부터 꿈이다.

Q. 팬들에게 한마디

잠깐 나오는 장면도 기억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런 말들이 나에게 더 큰 힘이 된다. 내가 연기하는 인물을 보면서 공감해 주시는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그분들 덕분에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다. 감사하다. 앞으로 하게 될 작품들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에디터: 허젬마
포토: 김연중
영상 촬영, 편집: 정인석, 김시영
의상: 유니케, 아스띠에
시계: 오바쿠
주얼리: 바이씨엘로
선글라스: 프론트(Front)
백: 네이버 해외직구 해외편집샵 안나 비르질리(Anna Virgili)
헤어: 정샘물 웨스트 은혜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웨스트 황지혜 디자이너
장소: AR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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