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없는리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3647일 기다림의 끝

입력 2018-04-28 08:00   수정 2018-04-28 21:35


[김영재 기자] 4월25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3.9/5)

《“‘내가 아이언맨입니다.’ 세상에 슈퍼 히어로가 자네뿐인 거 같나? 당신은 더 거대한 세상의 일원이 된 거야. (누구죠?) 닉 퓨리. 쉴드의 국장이지. 어벤저 계획(Averger Initiative)에 대해 말해주려고 찾아왔네.”, 영화 ‘아이언맨’(2008) 中》.

분명 백년대계(百年大計)성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배우 제프 브리지스에 의하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삽을 뜬 ‘아이언맨’의, 촬영 현장은 개요만 있을 뿐 대사는 없는 아수라장이었다고 하지요. 배우는 “2억 달러 예산이 투입된 학생 영화라는 생각으로 압박감을 덜어냈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또한, 존 파브로 감독은 닉 퓨리(사무엘 L. 잭슨)가 등장해 어벤져스를 언급하는 쿠키에 대해 그저 팬들을 위한 이스터 에그였다고 밝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아이언맨’ 개봉 이후 약 10년이 흘렀습니다. 감독의 장난에서 시작된 이스터 에그는 총 3647일(국내 기준)의 시간 동안 몸집을 불리고 불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가 됐습니다.

예고편에도 등장했듯 타노스(조슈 브롤린) 일당은 지구를 침공합니다. 동기는 당연히 인피니티 스톤입니다. 인피니티 스톤은 스페이스 스톤부터 소울 스톤까지 총 여섯 개의 스톤을 지칭하는 단어로, 지구에는 비전(폴 베타니)과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베치)에게 각각 마인드 스톤과 타임 스톤이 쥐어진 상황입니다.

왜 타노스는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려고 할까요. 가모라는 말합니다. “내가 아는 한 놈의 목적은 단 하나야. 우주의 절반을 쓸어버리는 거. 그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차지하면 손가락만 튕겨도 가능해질 거야.” 어벤져스는 타노스를 막을 수 있을까요. 치타우리족과, 울트론 군단을 박살낸 어벤져스지만 이번만큼은 힘에 부쳐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많은 수의 등장인물이 문자 그대로 쏟아져 나옵니다. 세 번째 ‘어벤져스’ 시리즈로서 이 영화가 직면한 문제는 총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다수의 속편이 만들어낸 속편의 늪이고, 둘은 지금 이야기할 캐릭터 분량의 안배입니다.

놀랍게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스톤을 수호하는 인물 중 그 누구도 소외되는 일 없이 저마다에게 역할을 부여합니다. 주요 전투에서 웡(베네딕 웡)과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마저 제 역할을 하는 광경은 ‘이 영화는 후에 등장할 캐릭터 다수 영화의 교과서가 될 것’이란 혹자의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앞서 관객은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다수 등장인물의 충돌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던 바 있습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그때의 카타르시스를 시종일관 전달합니다. 그리고 등장인물은 그 카타르시스에 적절히 녹아들어 흥분을 배가시킵니다. 전후 과정을 따지기 어렵도록 유기적으로 굴러가는 바퀴를 보고 있으면 ‘왜 제대로 굴러가고 있지? 다른 영화는 안 그런데’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분량의 안배는 영리하지만, 또한 모두가 지적하듯 누구에게는 불친절한 영화입니다. 안배의 배경에는 관객이 총 열여덟 편에 달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전작을 모두 봤다는 가정이 깔려있습니다. 특히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와 ‘블랙 팬서’를 미처 못 본 관객은 내내 의문을 표할 정도로 작품은 연속극스러운 진행을 뻔뻔히 전개합니다.

TV 드라마의 경우, 왜 전(全)편을 봐야 이해가 되냐며 마지막회의 불친절함을 따지는 이는 그 누구도 없습니다. 최종회 시청자라면 당연히 전편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 옳으니까요. 영화와 연속극의 직접적 연관은 힘듭니다. 그렇지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존 파브로 감독과 케빈 파이기가 장난삼아 시작했지만 이제는 역사가 된 10년사의 최종장입니다. ‘왜 마블 팬덤이 아닌 이를 배려하지 않냐’ 혹은 ‘허들이 높다. 그래서 과거 같은 기록적 흥행은 힘들다’ 같은 지적은 지적을 위한 지적이자, 합당치 못한 지적입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는 훌륭한 팀 업 영화였습니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헐크(마크 러팔로), 토르(크리스 햄스워스),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가 함께 적을 무찌른다’에 그치지 않는, 팀을 이루는 과정이 아름다운 작품이었지요. 반면 후속작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중2병’에 걸린 악역 울트론(제임스 스페이더)은 물론, 같은 감독이 만들었는지 의구심 드는 산만한 전개가 여러 관객의 불만을 불러 모았습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루소 형제의 첫 번째 ‘어벤져스’ 시리즈이자 그들의 세 번째 마블 영화입니다. 조스 웨던 감독이 이뤄낸 과거 ‘어벤져스’의 유산 대신 형제가 그간 잘해온 장기가 녹아들었습니다. 홍콩 영화의 격투 신마저 생각나는 액션 연출, 2시간여 러닝 타임을 완급 조절하는 재치 넘치는 대사, 본질적 재미에 초점을 맞추는 뚝심 등은 지난 수년간 영화 및 마블 팬들이 기다려온 기다림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마법을 부립니다. 물론 아카데미를 운운할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간의 슈퍼 히어로 영화 중 비슷한 수준의 영화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전부였습니다. 스포일러 및 오역을 조심하세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분명 마블의 클라이맥스, 즉 절정입니다. 4월25일 개봉. 12세 관람가.(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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