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f①] 오락실에서 만난 ‘인간 카페인’ 소나무 나현

입력 2018-05-31 14:30   수정 2018-05-31 14:41


what if...“다른 길을 선택했었다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이 질문. 화려한 스타들이라고 살아오면서 단 한 가지 꿈만 쫓았으랴. 그들의 마음속에 고이 접혀있는 또 다른 모습들을 꺼내보고 싶었다. 단지 말과 글로만 설명되어지는 것이 아닌, 실제 그 모습으로 꾸며진 채로! bnt 기획 인터뷰 ‘What If’는 스타가 꿈꿨던 다른 모습을 실체화 시켜본다. -편집자 주-

[김영재 기자] ‘What If’ 열세 번째 주인공으로 소나무 나현을 만났다.

걸그룹과의 만남에는 에너지가 수반된다. 물론 강요된 활발함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눈부시게 빛나는 양(暘)의 에너지는 왜 ‘삼촌 팬’이 아이돌을 응원하는지 그 이유를 즉각 깨닫게 한다. 소나무는 시크릿(Secret)의 뒤를 잇는 TS엔터테인먼트 두 번째 걸그룹이다. 자신을 소개하는 단어로 나현은 커피 등에서 찾을 수 있는 강심제 ‘카페인’을 꼽았다. “마시면 기운을 주는 카페인처럼 대중에게 에너지를 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카페인은 에너지를 주는 도구이자, 주체가 도구에게 종속되도록 하는 중독제다. 혹시 그는 대중이 나현에게 중독될 것을 염두한 것일까? 모를 일이다.

카페인을 좇는 나현은 ‘게임’을 ‘What If’ 주제로 희망했다. 더불어 주제에 과몰입한 나머지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으로 유명한 한 게임 때문에 2시간 밖에 못 잤다며, 신체 리듬을 띄워보고자 못 먹는 커피를 두 잔 마셨다고 했다. 다이어트를 고민한 이는 봤다. 하지만 전장(戰場)을 뛰놀다 온 인터뷰이는 그가 처음이다. 나현은 내숭이 없다. 솔직하다.

소속사 관계자는 나현의 솔직함에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솔직한 어투는 가끔 화자를 모자라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나현은 내숭이 없을 뿐, 그가 한 일에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20대 ‘똑똑이’다. 솔직함이 가져올 대중의 호불호는 그가 감내 가능한 감정이다.

최근 ‘소나무’는 의진의 걸그룹 유니티(UNI.T) 데뷔로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에 내숭 없는 나현은 트위터에서 동생의 1위를 두 팔 벌려 축하했다. 의진에 힘입어 재도약을 앞두고 있는 나현을 만나 소나무 나현 그리고 대학생 김나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카페인 때문에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하소연한 나현은 그가 공감하는 바가 있으면 공간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박수 치며 크게 웃었다. ‘카페인’에 취해 촬영 중간 춤추고 싶은 감정을 느꼈다는 그를, 마이크가 꺼진 코인 노래방에서 마주했다. 요란한 소음이 채 1평도 안 되는 노래방의 적막을 깨는 가운데, 나현은 “연습은 끝났다”라고 했다.


-촬영은 어땠나요?

“진짜 너무 재밌었어요. 스튜디오 촬영도 재밌었지만, 사실 누가 오락실에서 사진 찍을 생각을 하겠어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신나고 재밌었어요.”

-SBS ‘게임쇼 유희낙락’에 출연해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푼다고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은 오락실에 꼭 가요. 여기 왔던 적도 있고요. (웃음) 주로 친구들이랑 다트로 밥 내기 같은 걸 하는 편이에요.”

-오락실 게임 외에 주로 어떤 게임을 즐겨 하나요?

“모바일 게임이요. 모바일 AOS 게임 하나를 하는데, 레벨은 다이아예요. 사실 오늘 이거 찍기 전에 어제 MMO 슈팅 게임을 새벽 5시까지 했어요.”

-앞선 미팅에서는 AOS 장르의 L 모 게임도 언급했어요.

“‘피시방 가자!’ 하면 저랑 뉴썬이랑 의진이 셋이 꼭 갔었어요. 뉴썬이가 제일 잘했던 거 같아요. 아까 언급한 MMO 슈팅 게임도 같이 하곤 했어요.”
 
-무대 위 나현이 지닌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와, 걸그룹을 애정하는 2030 세대의 관심사(게임)가 결합되면서 생기는 ‘케미’가 있을 듯해요.

“있죠. 팬 분들께서 막 저한테 멘션으로 같이 게임하자고 하세요. ‘나현 언니 저도 껴주세요’ ‘저 시작했어요’ 이런 게 되게 많이 오더라고요. 심지어 몇몇 팬 분들은 나현 님인 거 아니까 본인 길드에 들어오라고 쪽지를 주셨어요.”

-V라이브 중간 디애나는 “맨날 지는 게임 이제 그만 좀 해라. 몇 시간을 붙잡아도 패자다”라고 했던 바 있어요. 잘하는 편인가요? 좋아하는 편인가요?

“아까 말한 모바일 AOS 게임인데, 그땐 초보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 ‘금요일밤’ 활동 때부터 쭉 했어요. 시간 날 때마다 했죠. 실력이 늘 수밖에 없더라고요. 막 랭킹도 올라가고요. 그래서 지금은 진짜 잘해요. 보여드릴 수 있어요. 저 진짜 잘해요!”


-게임 동료 의진의 유니티 활동으로 소나무가 재조명 받고 있는 상태예요. 혹자는 ‘도약의 전기’란 표현을 쓰더라고요. 이에 관해 “지난 5년은 연습이었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라고 각오를 다졌던 바 있어요.

“지금까진 연습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제 연습은 끝났고, 실전으로 가서 제 모든 걸 보여드릴 수 있는 날이 곧 올 듯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대중의 관심에 힘입어 2월엔 데뷔 후 첫 광고 모델로 발탁됐어요.

“스케줄 표에 갑자기 딱 떴더라고요. ‘허, 대박 사건!’ ‘뭐지?’ 했어요. 우리 스케줄 표에 올라온 게 확실한지 궁금했는데, 정말 저희가 출연하는 광고가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다 같이 기뻐했어요. ‘드디어 첫 광고를 찍는구나.’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게임이라서 광고 찍으러 간 날 세트장에서 흥분한 기억이 나요.”

-광고 콘셉트가 난해했어요. 부담은 없었나요?

“제 성격을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 전 굉장히 재밌게 촬영했어요. 그런 ‘병맛’ 되게 좋아하거든요. 낯설지 않고, 오히려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었어요. 저희 멤버들 성격이 숫기 없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래서 다 같이 즐겁게 촬영했어요.”


-게임이 나현의 첫 번째 반전이라면, 식성은 두 번째 반전이에요. JTBC ‘청춘식당-잘 먹겠습니다’에 출연해 천엽 등을 먹어치웠다고 했어요.

“제 식성은 일단, 전 가리는 게 하나도 없어요. 내장탕 되게 좋아해요. 머리 고기 못 드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전 머리 고기도 잘 먹고, 한 일주일 전에는 아빠랑 소 잡는 날 정육점에 가서 간 사왔어요. 간 먹었어요, 생(生)간.”

-생간이요?

“아빠 덕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이거 맛있는 거야. 일단 먹어봐’ 하셨거든요. 그래서 그런 음식에 대한 거리감이 사실 없어요. 번데기도 잘 먹어요. 그냥 다 먹어요. 옛날에 호흡기가 안 좋았어요. 애기 때. 그때 엄마가 눈 감기고 먹인 음식이 있었는데, 그게 밤 애벌레예요. 밤 안에 있는 애벌레요. 밤 애벌레 튀긴 걸 엄마가 주시곤 하셨어요.”

-bnt화보와의 인터뷰에선 SBS ‘정글의 법칙’ 출연을 희망했어요. 멤버 수민은 “나현은 요리가 되지도 않은 상태의 생물을 보고 맛있을 거 같다고 얘기한다.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문어와 조개를 보자마자 맛있겠다고 하더라. 이끼가 덕지덕지 붙은 조개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라고 했어요.

“다 같이 ‘정글의 법칙’을 보는데, 거기에 문어랑 거북이가 나왔어요. 거북이를 보는데 너무 맛있어 보이는 거예요. 사실 ‘정글의 법칙’ 가면 얼마나 배고프겠어요. 촬영 내내 힘들지 않을까요? 저 같으면 바로 잡아서 구워 먹을 거 같아요.”

-‘정글의 법칙’ 하면 민낯이잖아요.

“상관 안 해요. 전 그런 거에 연연하지 않아요. 출연만 한다면 제 모든 걸 다 보여줄 수 있어요. 저 나무도 잘 타거든요. 나무도 탈 수 있어요.”


-먹는 이야기 계속 해볼게요. 해산물에는 강하지만, 카페인엔 약하다고 들었어요.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과하게 업(Up) 된다고 하던데, 오늘도 마셨나요?

“네. (폭소) 제가 오늘 게임 하고 왔다고 했잖아요, 아침까지. 너무 졸릴 거 같은 거예요. 촬영 때 졸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커피를 먹고 신체 리듬을 띄우고자 했어요. 아메리카노 두 잔 마셨을 뿐인데, 지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걸그룹 나현이 아닌 인간 김나현은 어떤 사람이에요?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이라고 들었어요. 학생 김나현과 걸그룹 소나무 나현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는지 궁금해요. 트위터를 봤어요. 셀카를 좋아하고, 기말고사 A+에 목매고, 오전 강의와 오후 강의 중간을 즐기는 모습은 영락없는 학생 김나현이던데요.

“사실 걸그룹 나현이와 인간 나현이는 별로 차이가 없어요. 저희 엄마가 ‘제발 방송에서 예쁜 척 좀 하고, 귀여운 척 좀 해라. 넌 너무 털털해서 남자 팬들이 다 도망갈 거 같다’라고 하셨어요. 방송 모습이 곧 실제 모습이에요. 고민이 있다면, 후배들이 저에게 잘 안 다가오는 거 같아서 속상해요. 겉모습이 세게 생겨서 그런가 봐요.”

-학교 생활은 어때요? 연예인 겸 대학생의 삶이 불편하진 않나요?

“제가 휴학을 오래 했어요. 지금 대학교 2학년이에요. 98년생과 같이 다니는 중이에요. 그런데 그 아이들은 저를 잘 몰라요. 제가 누군지 알려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중간 고사 때 소나무 ‘I (knew it)’ 무대 영상을 교차 편집해봤어요. 사인 공세가 쏟아지는데,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덕분에 (웃음) 친구도 여러 명 사귀고 요즘 참 행복해요.”

-한 인터뷰에서 멤버 디애나는 나현을 두고 “어떤 일이든 빼지 않고 잘하는 게 장점”이라고 했어요. 2017년 인터뷰에서는 나현 본인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죠. “어릴 때부터 내 할 일은 알아서 잘해나갔던 것 같아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어요. 돌이켜보면 철부지였어요. 천방지축이었나 봐요. 연습생 언니들께서 ‘너 그렇게 하면 안 돼. 이제 앞으로 데뷔하고 그러면 너가 한 일에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해’ 하며 절 꾸짖어 주셨어요. 많은 영향을 받았죠.”

-나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요?

“마시면 기운을 주는 카페인처럼 대중에게 에너지를 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What If②]로 이어집니다.
[What If①] 오락실에서 만난 ‘인간 카페인’ 소나무 나현 (기사링크)
[What If②] 스물넷 김나현, 기개의 과실을 눈앞에 둔 ‘브아걸’ 키드 (기사링크)

기획: 김강유
진행: 김강유, 김치윤, 윤호준
인터뷰: 김영재 기자
촬영: 윤호준 bnt포토그래퍼
스타일링: 유어툴즈 최미선 디렉터, 권가용 디렉터
의상: 트루폭시(블루 탑), 그 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헤어: 제니하우스 지수 실장
메이크업: 제니하우스 서하 실장
장소: bnt스튜디오, 펀시티 건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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