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 절반이 불참해 '반쪽 짜리 모터쇼'로 우려를 낳았던 '2018 부산모터쇼'가 예상과 달리 참가 업체들의 사활(?)을 건 전시 경쟁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더 이상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닌, 참가 자체에만 의미를 두지 않은 업체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분위기를 강하게 내뿜고 있어서다.
이번 모터쇼에 현대차는 벤틀리 출신 이상엽 스타일링담당 상무를 내세워 브랜드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소개했다. 감성적인 스포티함을 뜻하는 현대차의 새 디자인 정체성은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추구하는 패밀리룩에서 완전한 탈피를 뜻한다. 향후의 각 차종마다 고유한 개성과 역할을 갖도록 디자인하는 '현대 룩(Look)'의 디자인 전략을 반영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그 예로 이번에 소개된 'HDC-1 르 필 루즈 컨셉트'와 추후 출시할 대형 SUV의 미리보기 버전인 'HDC-2 그랜드마스터 컨셉트'는 현대차의 무한한 디자인 스펙트럼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지엠은 이번 부산모터쇼가 재기의 발판이 되는 중요한 자리가 됐다. 철수설까지 내몰렸지만 중형 SUV 이쿼녹스를 시작으로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까지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파격(?) 선언을 했다. 북미 베스트셀링 SUV와 픽업트럭 제품으로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얘기다.
아우디코리아 역시 한국지엠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복귀선언을 넘어 중기 계획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한국 내 반전 포부를 밝혔다. 내년 전기차를 비롯한 주력 신차 13종을 내놓는 것과 동시에 2021년까지 400여대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면서 판매 목표는 예상보다 낮게 잡았다. 더 이상 숫자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벤츠코리아도 국내 수입차 1위 위용을 보였다. 한국이 글로벌 6위에 해당하는 주요 시장인 만큼 월드프리미어 1종을 선보인 것. 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차인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비롯해 벤츠의 130여 년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10여 대의 클래식카를 가져왔다. 여기에 전기 컨셉트카 EQA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가감 없이 자산을 보여줬다.
이외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 부문을 선도하겠다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평창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선수를 앞세워 X시리즈를 집중 조명한 BMW코리아, 플래그십세단 아발론과 신형 렉서스 ES를 들고 나온 한국토요타. 국내 판매할 새로운 SUV X-트레일과 인피니티 QX50를 소개한 한국닛산 등 참가 업체 모두 이번 부산모터쇼가 결코 참가에 의의를 두는 자리로 비쳐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모터쇼에 앞서 신차를 이미 모두 공개한 르노삼성도 르노 브랜드를 집중 조명하고 안방 무대인 부산에서 지역 동반성장을 다시 한번 다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동안 부산모터쇼는 여타 국제 모터쇼와 달리 방향성이 없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참가 업체의 규모나 부대행사, 관람객 숫자 등에 성패에만 집중한다는 느낌도 받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역대 최소 규모임에도 이번 모터쇼는 참가 업체들 모두에게 절실하고 중요한 자리였다. 모터쇼마다 제시하는 트렌드와 현재 각 브랜드가 처한 상황과 진단, 그에 대한 앞으로의 해법과 비전 등이 명확히 전달되고 있어서다. 그래서 절반이나 불참했지만 그 어느 때 보다 내용 면에선 풍성함이 엿보였다.
부산=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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