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 “항상 새로운 도전은 나를 자극한다. 그 자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앞서가는 이들과 더욱 멀어질 것이고, 내 자리는 항상 같은 곳이 된다. 늘 새로운 도전과 함께 늦더라도 한발 한발 나아가고 싶다”
국내에 종합격투기가 도입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엔 격투기는 낯설고 거친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에 맞서 싸운 로드FC의 창시자 정문홍이 있었기에 현재의 격투기 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 정문홍은 현재 로드FC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또 다른 도전을 선언하며 다시 한번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예정이다.
국내 넘버원 종합격투기 단체로 성장한 로드FC를 두고 또다시 맨손으로 돌아간 그의 현재 바람은 딱 하나다. 후배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 그렇기에 열정으로 끓는 그를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지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 종합격투기의 미래를 위해 앞서나간 정문홍의 열정이라면 앞으로 그가 이끌 새로운 시대가 더욱 기대되는 바다.
Q. 처음 격투기 시작, 어떤 각오로 세계 종합격투기 시장에 뛰어들었는지
“거창한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냥 제자들이 뛸 수 있는 무대 하나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 하나로 무턱대고 만든 것이 바로 로드FC다. 막연히 시작했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종합격투기 발전에 힘쓰려 노력 중이다”
Q. 주변의 걱정과 반대는 없었나
“당연히 반대가 있었다. 처음 격투기를 시작한다고 말을 꺼낸 순간부터 주변의 우려가 시작된 것 같다. 초기 투자도 많이 필요로 했고 모두가 만류했었기에 의지가 흔들렸지만, 한번 결정한 결심을 꺾고 싶진 않았다”
Q. 격투기에 빠지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격투기와 함께 했을 정도로 격투기 골수 마니아였다. 아마 일본 격투기를 즐겨본 것이 지금의 내 자리를 만든 것 같다. 일본 격투기를 즐겨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져들었고,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됐다”
Q. 그렇게 시작한 로드FC, 처음은 어땠는지
“모든 운영이 그렇듯, 격투기 단체를 이끈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초창기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했다. 격투기 시장이 형성도 안 되어 있는 곳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고 지속해서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도 막대했다. 하지만 시작을 결심한 순간부터 각오한 일이었기에 멈추지 않았다”
Q. 로드FC 대표의 학창시절?
“단체를 이끄는 수장이니, 주변에선 저를 부잣집 아들이라 생각한다. 사실 어린 시절은 지금도 이야기하기 싫을 정도로 썩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 어머니께선 행상을 하며 어렵게 저를 키우셨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아등바등 살았던 것 같다”
Q. 일찌감치 종합격투기 선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생활이 힘들 것이란 각오는 먼저 하는 것이 좋다. 일확천금을 바란다거나 팔자를 고치려는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다. 그저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 행복이 남을 것이니, 대가를 바라기보단 열정을 갖고 끝까지 할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Q. 로드FC만의 특징과 강점
“선수를 키워 메이저 대회에 출전시켜 메이저 단체와 협업하겠다는 대부분의 단체와 방향 자체가 다르다. 자생력이 없는 단체가 되어 버리면 메이저 단체들이 무너질 때 같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단체들은 한국 시장에 별 매력을 못 느끼게 되는 순간, 철수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로드FC는 이미 아시아에서 가장 큰 메이저 단체로 성장했고,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단체로 발돋움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은 글로벌 구조를 완성한 것. 이것이 로드FC만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Q. 그동안 기억에 남는 선수도 있는지
“제자 김수철과 이윤준 선수다. 이 둘은 격투기에 모든 것을 건 선수다.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가까이에서 함께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절실함을 보면 오히려 제가 숙연해지는 것 같다”
Q. 격투기에 대한 편견을 깨줄 한마디를 해준다면
“참된 격투기 선수는 비폭력을 선호하며 그야말로 착한 사람이다. 진짜 격투기 선수라 하면 훈련만으로도 지쳐서 타인과 실랑이를 벌이며 싸움할 기운이 없다. 보기와는 다르게 격투기는 폭력적이지 않으며 일반 스포츠와 같이 신사적인 운동이다. 가끔 오해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격투기의 참된 진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Q. 새로운 도전을 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인지
“사실 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다시 선수로서 복귀하려고 준비 중이다. 물론 무대는 로드FC가 될 것이다”
Q. 결심하게 된 이유?
“새로운 도전은 나를 자극한다. 그 자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앞서가는 이들과는 더욱 멀어질 것이고, 내 자리는 항상 같은 곳이 된다. 도전과 함께 늦더라도 한발 한발 나아가고 싶다”
Q. 로드FC를 운영하며 힘들었던 점
“한국에서의 격투기 비즈니스는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격투기 시장은 크지 않고, 돈을 만들어 낼 곳이 없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인생을 바치는 선수들을 위해, 그들이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다”
Q. 그래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
“단순하다. 격투인으로서의 책임감이다”
Q. 최근 현업에서 내려왔는데,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저는 후배들과 제자들이 영원히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기 위해 로드FC를 시작했다. 처음 로드FC를 시작할 땐,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무너질 수 있는 단체가 아닌 자생력 있는 단체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였고 지금은 어느 정도 그 궤도에 올라섰다 생각한다. 지금은 저보다 더 젊고 열정 넘치는 후배를 위해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Q. 솔직한 사퇴 후 심정
“사임하기 전, 아무 걱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하지만 현재 로드FC의 구성원들이 자기 위치에서 제 역할을 잘 해주고 있어 끝내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 현재 로드FC에는 제가 믿는 직원들과 김대환 대표가 있다. 저는 그들을 믿으며 김 대표를 신뢰한다”
Q. 후회한 적도 있는지
“솔직하게? 전혀 없다. 오히려 제가 없이도 이전보다 더 잘 해낼 것 같다”
Q. 후임을 선택할 때 중요시 생각한 것은
“김대환 위원을 대표로 영입하기 위해 3년이 넘도록 삼고초려를 했다. 제가 가져오고자 했던 것은 그가 살아온 인생의 이미지다. 저에겐 선한 사람들 주변에는 선한 일이 일어난다는 믿음이 있다. 그렇기에 김대환 대표만 한 인물이 없었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이로 그 누구보다도 김 대표를 잘 안다. 실제 김 대표 주위의 많은 사람이 그를 돕겠다며 찾아온다. 이렇듯 늘 베풀고 살았던 사람이기에 그가 이끄는 회사도 그 운이 따를 것이다”
Q. 로드FC를 이끄는 동안 힘이 되어준 이들
“굽네치킨 홍경호 회장이 없었다면 지금의 로드FC는 없었을 것이다. 더불어 지금까지 로드FC를 이끌어온 우리 직원들은 항상 저에게 큰 힘을 줬다. 로드FC를 시작했을 땐 고작 2명의 직원이 모든 일을 맡아 해야 했다. 그 시절 함께 버텨준 식구들이 없었다며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 그야말로 일당백을 하는 직원들이다. 저는 일정 수 이상의 직원을 채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돈을 많이 벌면 로드FC를 함께 만들어 온 직원들에게 더 주겠다는 단순한 의도다. 이 기회를 빌려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Q. 종합격투기가 나아갔으면 하는 길은
“태권도나 유도처럼 아이들이 수련할 수 있는 국민 스포츠가 됐으면 좋겠다”
Q. 격투기 대중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격투계에서 아무리 유명한 선수를 데려다 놓아도 마니아들만 좋아할 뿐, 일반 대중들은 큰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대중들의 관심을 위해 로드FC는 노력 중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체육으로 거듭나기 위해 남녀노소가 모두 참가할 수 있는 종합격투기 대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아마추어 리그인 '센트럴리그'도 매달 열고 있다. 9월16일에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종합격투기 대축제가 예정돼 있다. 이처럼 직접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점점 확대된다면 대중화의 길도 한걸음 가까워질 것이라고 본다”
Q. 앞으로의 계획
“저와 함께해 온 모든 제자와 함께 모여서 사는 것이 꿈이다. 여러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잠시 떨어져 있는 제자들도 있지만 모두 저의 형과 동생들이다. 젊음과 열정을 저에게 보태 준 그들을 잊지 않고 그들과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정문홍이 선택한 길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에디터: 김효진
포토: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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