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아킴 “‘위대한 약속’ 가사처럼 희망과 위로 주는 가수 될 것”

입력 2018-08-16 15:41  


[오형준 기자] 부전여전(父傳女傳). 아버지가 딸에게 대대로 전한다는 말이다. 아름다운 노랫말로 우리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주는 가수 김종환. 그의 뒤를 이어 딸 리아킴이 그 감성을 그대로 받아 아버지의 ‘백년의 약속’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의 감성과 재능은 위대한 유산이 되어 딸의 목소리를 통해 대를 이어 세상에 울려 퍼졌다.

데뷔 초 대중들에게 편견을 심어줄까 싶어 2년 동안이나 부녀관계임을 철저히 숨겨왔지만 이제는 그 관계를 밝히고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두 사람. 리아킴은 인터뷰 내내 아버지, 가족에 대한 애정과 화목함을 드러냈다. 

한 때는 ‘김종환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는 그는 이제 그 수식어가 감사하다고. 그렇다고 그를 그냥 누군가의 딸로 한정 짓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기엔 그가 가진 재능과 열정이 너무 뛰어나기에. 누군가의 딸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온전한 사람, 가수 ‘리아킴’으로 당당히 홀로 서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요새는 방송 출연보다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모여있는 팀이 있어서 그분들과 함께 환우들의 문화생활을 돕는 병원 봉사 투어를 하는 중이다. 가끔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다”

Q. 먼저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들어보고 싶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음악 하시는 걸 보고 자랐다. 아버지를 따라 콘서트장에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음악과 가까워진 것 같다. 또 지금도 자주 하시는 건데 집에서 올드 팝, 샹송, 일본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항상 틀어 놓으셨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 건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어느 날은 잭슨 파이브의 노래를 듣는데 그 노래들을 내가 직접 불러보고 싶더라. 잭슨 파이브나 카펜터스의 음악을 들으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던 것 같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팝송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았다. 그때까지 아버지는 내가 노래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으셨다. 아직 어렸기 때문에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그땐 나도 아버지에게 가수의 꿈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았다”

Q. 그러면 어떻게 해서 가수 데뷔의 꿈을 이룬 건가

“내가 동네에서 노래를 잘한다고 소문도 나고 하니 아버지도 그때부터 나를 유심히 지켜보신 것 같다. 아버지를 통해 대형 기획사에서 나를 아이돌로 키워보자는 제의도 많이 왔다고 들었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너무 어렸다. 아버지는 내가 그 나이대의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모든 제안을 거절하셨다고. 당시에 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웃음)”

“아버지는 기획사들의 제안은 고사했지만 나름의 트레이닝을 시작하셨다. 아버지의 지인들이 집에 오시면 그분들 앞에서 노래를 시키셨다. 길에서도 시키시고 시장에서도 시키시고 틈만 나면 노래를 시키신 것 같다. (웃음) 그러다 고등학교 때 아이돌 제의가 한 번 더 왔다. 그때는 나에게도 결정할 기회를 주셨다. 고민 끝에 아버지와 함께 하는 쪽을 선택했다. 나는 아버지의 전곡을 외우고 있을 정도로 아버지의 팬이다. 아버지는 내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프로듀서라고 생각했다”

Q. 대형 기획사, 유명 프로듀서, 아이돌 데뷔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지금 돌아봤을 때 후회는 없나

“앞서 말했지만 그 당시에 고민이 많았다. 물론 아버지의 음악이 좋지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장르도 다양했기 때문에. 아이돌 음악도 좋고 R&B 솔로 가수도 좋았지만 아버지의 음악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버지는 거의 모든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셨다. 어릴 때 아버지의 음악을 듣고 운 적이 많았다. 아버지의 어려웠던 가수 생활을 알고 또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그런 아버지의 곡을 받아서 딸인 내가 부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았다”

Q. 김종환과 부녀관계임을 2년 동안 밝히지 않았다. 숨기는 동안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일단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웃음) 처음에는 매니저도 몰랐다. 정말 철저하게 숨겼다. 데뷔 때도 아무 타이틀 없이 그냥 ‘리아킴이라는 가수다’ 이렇게 소개가 됐다. 물론 어릴 때부터 나를 보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아는 분들은 아셨겠지만 다들 모른 척해주셨다. 무조건 호칭은 대표님, 선배님. 그런데 차에 타거나 집에 오면 바로 아버지로 호칭이 바뀌었다. (웃음) 밖에서 아버지를 부르는 호칭이나 태도로 실수한 적은 없다. 너무 긴장한 채로 아버지를 대해서. 정말 대선배님이라 생각하고 말도 행동도 조심했다”

Q. 프로듀서 김종환과 아버지 김종환은 어떻게 다른가

“데뷔 후로 ’쟤는 아빠 도움으로 가수가 됐다’ 이런 소리를 안 듣게 하려고 집에서도 밖에서와 똑같이 대하신다. 원래 되게 자상하시고 가정적인 분인데 이제는 집에서도 약간 엄하게 대하신다. 밖에서 실수하지 않게 하려고 집에서 더 엄격하게 하시는 것 같다. 서운할 때도 있다. (웃음) 예의가 없어지거나 나약해질까 봐 더 엄하게 하시는 걸 알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어서 당신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아버지도 힘드실 거다”

Q. 아버지의 존재가 부담이 된다고 느낀 적도 있었을 것 같은데

“데뷔 전에는 정말 부담이 컸다. 아버지한테도 말씀 안 드리고 도움도 안 받고 혼자 대회에 나가서 상 받은 건데 ‘너는 아버지가 유명하니까 그 덕에 잘 되겠지’ 그런 식으로 흘러갔다. 게다가 그때는 나도 사춘기라 그런 말들이 싫었다. 분명 ‘누구누구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어린 나에게 상처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데뷔 후에는 아버지의 존재가 감사했다. 아버지가 김종환인 것도 감사하고 이제는 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감사함과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다”

Q. ‘김담’이라는 본명이 예쁘다. 리아킴이라는 예명을 쓰는 이유가 있나

“어릴 때는 내 이름을 별로 안 좋아했다. 주변에 외자도 드물고 ‘담’이라는 이름도 마음에 안 들었다. 좀 튀는 이름이라 나도 세 글자의 무난한 이름으로 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데뷔할 무렵에도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패티김 선생님을 정말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패티김 선생님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 패티김 선생님도 패티라는 영어 이름에 한글 성 김을 붙이셔서 그 영향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 이름이 정말 좋다. 처음에 아버지는 본명으로 하자고 하셨는데 내가 리아킴으로 하자고 고집을 부렸다. ‘본명으로 해도 좋았을걸’ 하고 후회하는 마음도 조금 있다”


Q. 본인의 나이에 비해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르를 하고 있다. 역시 아버지의 영향인가

“내가 성인 발라드만 하려고 가수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내가 깊이 있는 음악을 좋아하고 아버지가 그 분야에는 이름난 분이시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곡이 마침 성인 발라드인 것뿐이지. 그리고 나 스스로 내가 하는 음악을 성인 발라드라고 규정하고 한정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 내가 하는 음악이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세월이 흘러도 카펜터스의 음악은 올드하다기 보다 향수를 자극한다고 평가받지 않나. 세월이 지나도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Q. 지금하고 있는 장르 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콜라보레이션 하고 싶은 아티스트도 궁금하다

“중국 노래 중에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내가 그런 느낌의 선율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지금도 그런 음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조금 더 웅장한 영화 같은 느낌의 음악을 하고 싶다. 좀 더 동양적이고 작품 같은 음악. 국악 하시는 분들과 콜라보레이션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듀엣으로 한다면 중국 배우 여명. 기교 없이 따뜻한 감성이 느껴져서 정말 좋다. 국내 아티스트는 패티김 선생님을 꼽고 싶지만 이미 은퇴하셔서. (웃음) 무대를 같이 했었던 윤복희 선생님과도 음반 작업을 해보고 싶다. 정말 멋있으시다. 남자 아티스트는 임창정 선배님, 차태현 선배님과 해보고 싶다”

Q. 다른 분야에 도전해 볼 생각은

“고등학교 때 연극부 활동을 했었다. 여자주인공 역을 해보기도 하고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았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은 있다. 친언니도 현재 배우 활동을 하고 있어서 그 영향도 있다. 영화, 연극이나 뮤지컬 등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Q. 스케줄이 없을 때는 뭘 하면서 지내나

“운동을 제일 많이 한다. 동네를 많이 걸어 다닌다. 개인적으로 헬스장이나 실내에서 하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한창 심할 때는 잘 못 했는데 특별히 못 나갈 날씨가 아니라면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다”

Q. SNS를 보니 전시회나 연극 등 문화생활도 많이 하더라

“그것도 아버지 덕분이다. 어릴 때 형편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이나 전시회에 많이 데려가셨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간을 내서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데려가셨다. 한국에 있는 박물관은 거의 다 가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그런 것들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도 친구들과 시간이 나면 전시회나 박물관에 자주 가는 것 같다”

Q. 예술적, 감성적인 유산을 물려주신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아버지가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떨어져 살았다. 아버지는 서울에서 일하시고 나머지 가족들은 홍천에서 지냈다. 우리 얼굴을 잠깐 보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시는 생활을 오랫동안 하셨다. 같이 살지는 않아도 최대한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셨다. 돌이켜보면 우리를 만나러 오실 때마다 예술적인 감성을 키워 주시려고 한 것 같아 감사하다”

Q. 가까이 지내는 동료 연예인, 유명인이 있다면

“모델 송해나, 배우 한정원, 2016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최정민, 나까지 네 명이 서로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모두 20대 초반에 만났다.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다. 네 명 모두 성격이 달라서 서로 배울 점이 많다. 싸운 적도 없다. 다들 천성이 착하고 서로 조심할 부분은 조심하면서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Q.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다 해보고 싶지만 특히 뷰티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 평소에 이쪽에 관심이 많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많은 아티스트들이 스스로 메이크업을 한다고 하셨다. 지방이나 해외로 공연을 하러 갔을 때 혼자서 메이크업을 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하셔서. 그 말씀을 듣고 그 뒤로 샵에서 해주시는 걸 기억해 뒀다가 집에서 따라 하다 보니 실력이 늘더라”

Q. 이상형, 연애나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앞서 콜라보하고 싶은 연예인으로 꼽았지만 연예인 중에서 이상형은 임창정, 차태현 선배님이다. (웃음) 진짜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것이든 한 분야에서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조금씩 하는 사람보다 한 가지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집에 아들이 없다. 언니는 이미 결혼을 했고 내가 결혼 전까지 아들 노릇을 하고 싶다. 결혼은 일단 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을 정도로 내 커리어를 쌓고 2년 후쯤 생각하고 있다”


Q. 인터뷰 내내 정말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느낌을 받았다. 리아킴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

“나에게 가족은 정말 ‘가족’이다. 도덕책에 나올 것 같은 그런 가족. 가족들 간의 관계가 좋았기 때문에 가족이 떨어져 지냈던 어려웠던 시절에도 외롭거나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언니나 나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으로 자랐다. 가족들 덕분에 어려웠지만 어려운 줄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
 
Q. 앞으로 활동 계획은

“드라마 OST도 하고 새로운 프로듀서와의 작업을 시작했다. OST를 통해서 더 많은 분들께 목소리를 들려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해외 활동 계획도 있다. 일본이나 중화권으로 생각 중이다. 예전부터 중국에서 활동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열심히 한국 문화를 알리는 가수가 되고 싶다”

Q.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곡을 조금씩 써보고 있다. 아직은 부끄러워서 누구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 아버지에게도. 아무래도 아버지가 작사, 작곡에도 뛰어 나신 분이라 편한 마음으로 보여드릴 수가 없다. (웃음) 아직 보여드리지 않았지만 올 해 안에 한 번쯤 작업한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여드린 후에 결과물을 만들어 본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

Q. 리아킴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따뜻한 사람. 그래서 음악도 일부러 더 따뜻한 음악을 하려고 한다. 아버지가 나에게 곡을 만들어 주실 때 나라는 사람을 총체적으로 보고 내가 진실된 마음으로 부를 수 있는 곡을 주셨다고 한다. 또 노랫말처럼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위대한 약속’이라는 곡을 주셨다. 봉사하러 가서 ‘위대한 약속’을 부르며 손잡아드리고 눈 맞춰드리면 공감해주시고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볼 때 내가 왜 가수를 해야 하는지 느낀다. 사람들의 차갑고 딱딱해진 마음을 누그러뜨려 줄 수 있는 가수,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데뷔 초에 항상 ‘위대한 약속’의 노랫말처럼 따뜻한 음악으로 여러분에게 희망을 주고 마음의 위로가 될 수 있는 가수가 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말을 잊지 않고 변치 않고 더 음악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감사하다”
  
에디터: 오형준
포토: 이동훈
의상: 루트원, 피그밀리언
슈즈: 섀도우무브(SHADOWMOVE), 바이비엘
주얼리: 바이씨엘로
시계: 오바쿠
헤어: 콜라보엑스 조민경 실장
메이크업: 콜라보엑스 란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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