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8월15일 개봉작 ‘목격자’ 상훈 役
“사람이 쓰러져 있었어요.” 자전거로 안양천을 지나는 중 길에 쓰러진 한 노인을 발견한 배우 이성민은 “본능적으로” 그에게 몸을 향했다. 그리고 당황했다. “‘어? 사람이 죽었나?’ 했어요. 겁나더라고요.” 먼저 움직인 건 몸이었지만, 그 다음은 머리가 움직였다.
선의(善意)가 불러올 삶의 번거로움을 고민하는 찰나, 한 젊은 사람이 등장했다. 노인의 헬멧과 장갑을 벗기고, 구조를 위해 119를 부르고, 쓰러진 자전거를 정리했다. 의인(義人)의 등장이었다. “대단하더라고요. ‘아직 세상은 아름답다’란 생각을 했어요.”
사회화 속에 인간은 약한 이를 돕는다는 명제를 머릿속에 심는다. 하지만 세포에까지 심는 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기주의는 인간을 지탱하는 생존 본능이기 때문.
이기주의, 이타주의, 합리주의. ‘목격자(감독 조규장)’는 그 셋이 한 데 뭉친 영화다. 상훈은 남을 돕는 것에 여느 사람만큼 가치를 두고 사는 소위 ‘츤데레(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이를 이르는 말)’다. 그런 그가 살인자 태호(곽시양)를 목격한다. 목격을 발설하지 않는 한 범인은 상훈을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목격자는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 경찰에 신고하자니 “대출 받아 장만한 아파트 한 채”와, 맛동산을 좋아하는 딸이 눈에 밟힌다.
길에 쓰러진 사람을 119에 신고하는 것과, 아파트 단지를 활보하는 “정신 나간” 살인자를 112에 신고하는 것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성민은 소위 ‘사람 냄새’ 나는 평범함으로 그 차이에 현실성을 채운다. 9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신고 안 하는 상훈이 비호감으로 다가갈까 봐 그게 가장 염려됐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찍어야 관객 분들께서 우리를 따라오실까 고민했어요. 상훈이 신고하지 않는 것에 대한 관객의 이해가 이 영화서 가장 신경 쓴 지점이에요.”
상훈의 침묵에 관해 이성민은 “아내가 줄거리를 듣더니 ‘왜 신고를 안 해? 신고하면 되지’ 하더라”며, “상훈에겐 가족에게 닥칠 위협이 가장 걱정스러웠을 거다. 신고 이후 발생할 여러 복잡한 일도 그를 머뭇거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신고를 모르는 소시민’ 상훈의 발자취는 소위 ‘고구마’를 안긴다. 물 없이 고구마 여러 개를 먹었을 때의 목멤이 극(極)에 달하는 신은 상훈과 상훈의 가족 그리고 태호의 대치 신이다. 형사 재엽(김상호)의 등장에도 불구, 상훈은 가장 극(劇)적인 행동을 택한다. “범인과 가족과의 거리가 굉장히 중요한 신이었어요. 실연(實演)하는 입장에서 감정을 겪어보니까 정말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고요. 상상도 못 할 공포가 왔죠.”
배우는 “모든 신이 상상 이상이었다”며, “특히 가족 대치 신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그건 내가 컷 후에 ‘어우 어우’ 한 신이었다. ‘야. 이거 뭐야? 어우. 이거 못 하겠는데?’ 했던 기억이 난다. 에너지 소모가 엄청 많았다”고 덧붙였다.
‘스릴러’ 장르의 영화 ‘목격자’다. 하지만 관객은 장르 ‘액션’도 일거양득 할 수 있다. 배우는 야외 촬영 후 까만 흙탕물이 약 한 달간 귀에서 묻어 나왔다고 고생을 전했다. “‘군도’에선 칼 쓰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보안관’에선 합을 많이 연습했고요. 이번 영화는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어요. 체력이 모자랐을 뿐 몸은 힘들지 않았어요. 턱이 아팠죠. 하하.”
요즘 관객은 이성민을 ‘프로 이직러’로 부른다. tvN ‘미생’ 과장 오상식,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노사장 대호, ‘보안관’ 전(前) 형사 대호 등이 그 이유다. 차곡차곡 쌓아온 필모그래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얼굴은 “최인혁”이란다. MBC ‘골든 타임’서 그는 외상외과 의사 최인혁 역을 맡아 입지를 넓혔던 바 있다. “모든 분들께서 저를 교수님으로 아셨어요. 심지어 어떤 의사 분은 ‘물론 보시면 아시겠지만’ 하시면서 제 CT 화면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주연 배우 이성민은 몇 해 후 방영된 ‘미생’서 그의 유명세가 거품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리고 영화 ‘로봇 소리’서 첫 ‘원 톱’을 맡는다. 그는 ‘로봇 소리’ 개봉을 앞두고 “‘원 톱’에 대한 부담감에 지금은 잠이 안 올 정도다. 이렇게 긴장됐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소리’란 이름의 극중 로봇과 함께 취재진을 맞이한 그가 약 2년 만에 같은 장소서 또 한 번 ‘원 톱’ 영화를 홍보하는 우연이다. “맞아요. 여기서 로봇 들고 했죠. 그런 중압감이나 책임감은 처음 느꼈던 거 같아요. ‘보안관’ 때는 (조)진웅이한테 의지했어요. ‘이거 안 되면 안 해’ 했는데 다행히 잘 됐죠. 하하.” 지금은 그 자신을 인정 중이라고 밝혔다. “여유는 아니에요.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죠. 많이 강인해졌어요. 흥행이 제 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생각은 마찬가지예요.”
대중이 배우에게 지운 상업성의 무게를 인정하는 이성민이다. 그는 “중압감은 개런티가 높아질수록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라며, “배우마다 느끼는 중압감이 다를 거다. 부피나 질량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마음 졸이는 건 똑같다”고 했다.
“어쨌든 무조건 마음은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예요. 정말 손해 안 끼치고 싶어요. 잘 되면 복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까불지 않을 거예요. 잘 되고 못 되곤 이제 진짜 관객의 몫이죠. 모쪼록 관객들이 이 영화를 사랑해주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 이성민은 악수를 건넸다. 인터뷰가 끝난 후 그는 또 한 번 악수를 건넸다. “아휴. 악수 한번 하시죠. 장장 2주에 걸친 (인터뷰 일정이 이제 끝났네요).” 2018년 여름은 이성민의 때다. ‘목격자’와 더불어 한 주 앞서 개봉한 ‘공작’까지 그는 두 작품 모두 주연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정말 2주 동안 두 영화 홍보에 매진했다.
‘목격자’ 개봉을 앞두고 지금은 잠이 오는지 물었다. “차기작 때문에 무주에 가야 해요. 가면서 좀 자야죠. 셰퍼드 만나러 가요. 다음엔 저의 ‘친해지기 바라’를 전해 드릴게요.” 부담을 운명으로 인정하자 잠이 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잠에서 깬 그가 마주한 현실서 관객은 이성민을 만끽 중이다. 꿈일까? 현실이다.
영화 ‘목격자’는 아파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을 목격한 순간, 범인의 다음 타깃이 되어버린 목격자와 범인 사이의 추격 스릴러다. 8월15일부터 상영 중이다. 15세 관람가. 손익분기점 184만 명. 총제작비 70억 원.(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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