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면 자영업 증가? 제조사 '관계없어'
언제부터인가 1t 소형 화물 트럭을 시중 체감 경기의 지표로 삼는 게 일상화됐다. 1t 소형 화물이 많이 팔리면 고용 감소에 따른 은퇴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며 나타난 결과로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실제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사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시중 경기와 상관없이 1t 소형 화물은 판매가 꾸준하고, 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품인 만큼 지역에 따라 증감이 나타날 뿐이라고 말이다. 다시 말해 제조사가 제품을 많이 공급하면 판매가 늘어나는 것일 뿐 경기에 민감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를 체감 경기의 지표로 삼는 해석 자체가 자칫 오해를 일으킬 수 있음도 지적한다.
실제 국내에서 1t 소형 화물차 판매는 2012년 연간 13만5,000대에서 매년 점진적으로 증가해 2015년 16만1,000대까지 늘었지만 이듬해 15만3,000대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16만3,000대로 증가했다. 일반적인(?) 해석을 적용하면 2016년 소비자 경기가 좋아 전년 대비 판매가 줄었고, 1년 만에 다시 경기가 하락해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2015년 판매 감소는 내수 물량을 수출로 우선 전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에서 1t 소형 화물을 판매하는 현대차는 내수 우선 공급을 선택하지만 항상 수출 물량이 부족하고, 기아차 또한 1t의 내수와 수출 비중은 50:50이다. 마찬가지로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언제나 공급이 부족한 만큼 내부에서도 물량 확보 싸움이 치열하다. 따라서 내수 공급 해소 비중이 늘어나면 판매가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구조인 셈이다.
물론 판매 증대가 이뤄지려면 계약 또한 많아야 한다는 점에서 자영업 숫자와 무관하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그러나 실질 체감 경기와 연동시켜 해석할 만큼 눈에 띄는 것은 아니라는 게 자동차회사의 설명이다. 1t 소형 화물은 수요가 꾸준하고 언제나 공급이 부족한 제품이며, 내수 뿐 아니라 수출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량을 수출로 많이 돌리면 내수 판매가 줄거나 제자리걸음이고, 내수 공급에 우선하면 판매는 당연히 증가하는 흐름이 해마다 이어져 왔다고 말이다.
갑자기 1t 소형 화물 이야기를 꺼낸 데는 최근 1t 소형 LPG 화물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주겠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시작 첫 해인 내년에는 1,000대 가량의 물량이 배정돼 공급되지만 상황에 따라 연간 3만대 보급에 매진하는 전기차 만큼 늘어날 수도 있어서다. 물론 보조금 지급에 대해선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지만 시작은 1t 소형 디젤 화물차 비중을 낮춰 미세먼지 배출을 줄여보자는 차원이다. 그러자면 어쩔 수 없이 개인 구매자에게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그래서 내년 1t 소형 화물차 내수 판매는 지금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나아가 LPG 업계가 자체 예산을 투입,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하니 올해도 증가할 여지는 충분하다. 이를 두고 또 다시 시중 체감 경기 악화 운운하겠지만 자동차회사는 1t LPG 보조금이 주어지니 그에 맞춰 내수에 우선 공급할 뿐이다. 판매 대수를 두고 해석하는 것은 제각각이지만 이면에는 공급의 부족이 늘 존재했던 셈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칼럼]한국지엠 생존하려면 '노-사' 입장 바꿔야
▶ [하이빔]한국 드라이버, 이제는 자부심을 가질 때
▶ [하이빔]BMW 집단소송, 법조계도 경쟁하나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