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준 기자] 국내외 다수의 컬렉션에서 매력 있는 마스크와 완벽한 프로포션으로 한국 모델의 위상을 높인 탑 모델 박지혜가 bnt와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그는 12년 차 베테랑 모델답게 포즈와 표정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현장의 모든 스태프들을 압도했다.
다양한 퍼와 가죽 아이템을 중심으로 와일드하면서도 페미닌한 콘셉트로 진행 된 이번 촬영에서 그는 갈아입는 의상마다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며 톱 모델의 위엄을 보여 줬다.
촬영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 올 것 같던 좀 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인간적이고 유쾌한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첫 질문으로 근황과 함께 한국 활동에 비중을 두고 있는 요즘 그의 생각을 물었다. “한국이 내 나라이기도 하고 지금 시기를 놓치면 한국 활동을 못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또 한국에서 더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해외 활동에 집중하다 보니 한국에서 인사드릴 기회가 적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박지혜라는 사람을 더 알리고 싶어서 들어왔다”라며 한국 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름 있는 브랜드의 컬렉션은 다 서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모델로서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온 그에게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를 묻자 자신이 번 돈으로 부모님에게 집을 사드렸을 때가 가장 뿌듯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딸 박지혜, 인간 박지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답변으로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하루하루가 화려할 것 같은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고. “연차가 쌓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즐겁게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무뎌지더라. 좋아하는 일이긴 한데 정말 ‘일’이 돼버렸다고 느낀 때가 있었다. 기계처럼 포즈하고 표정 짓고 워킹 하고 그런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너무 힘들었다. 그 순간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고민도 많았다”라며 당시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국내 데뷔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그는 해외 진출을 모델 인생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잘 몰랐었는데 해외 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았다. 자아가 깊어질 수 있었던 시간이다”라며 회상했다. 이어 “데뷔 쇼, 데뷔 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 에이전시와 계약을 했는데 그때가 마침 패션위크 캐스팅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큰 기대는 안 하고 경험이라 생각하고 캐스팅을 다녔는데 너무나 감사하게 이슈가 되는 큰 쇼에 바로 캐스팅이 됐다. 그렇게 해서 데뷔하게 된 쇼가 바로 알렉산더 왕이다. 그 쇼에서 첫 워킹을 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라며 극적인 해외 무대 데뷔 이야기를 풀었다.
당시 박지혜와 함께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던 동료 모델들이 다른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혀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들어봤다. “다들 다음을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한편으론 ‘나도 저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나도 한국에 온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한국에서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또 다음 전환점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첫 번째 전환점이 해외 진출이었다면 지금 또 다른 ‘넥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 한국에 돌아온 그의 본심을 들을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분야가 있는지 묻자 “처음에는 연기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래서 배워보기도 했는데 너무 어렵더라. 그리고 해외 활동을 병행하면서 매주 연기 레슨을 받기에는 집중하기 어려워서 포기했다. 내가 해왔던 게 있으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찾고 있는 중이다”라며 아직은 자신에게 맞는 일들을 찾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최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모델이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요즘에는 개성에 초점을 맞춰 수요가 많아진 것 같다. 자신감 있고 끼 있는 어린 친구들이 정말 많다. 물론 신체 조건이 잘 갖춰졌다면 좋겠지만 열정이 있고 노력이 뒷받침되는 사람이라면 모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또 모델이 모델만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방송, 연기, 음악 등등 여러 분야로 뻗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라며 달라진 모델 산업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다.
후배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제 시작하는 후배들은 화려한 세계만 동경할 게 아니라 자기 내면을 함께 가꾸면서 일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허세 없이 진지한 태도로 모델 일에 임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신인 시절 힘들었던 이야기도 들어봤다. “데뷔하면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되게 혹독하더라. 너무 일이 안 풀리기에 25살까지 가망이 안 보이면 깨끗하게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 시기에 잡지도 많이 보고 쇼도 많이 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장윤주 언니가 2년 동안 워킹 연습만 했다고 말했듯이 나도 2년 가까이 공부의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에 경제적으로도 좋지 않았다. 통장에 4천 원이 찍힌 적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도 참 많이 했었다”라며 꽃길만 걸었을 것 같은 그에게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친한 동료 모델로는 김성희와 배우로 전향한 스테파니 리를 꼽았다. 특히 스테파니 리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이어 다이어트 비법도 공개했다.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로 몸매를 관리한다는 그는 과거 해외 활동 당시 살벌했던 다이어트 에피소드도 전했다. “해외 활동할 때는 몸매가 정말 깡말라야 한다. 근육이 생기면 안 돼서 그때는 운동도 못 하고 먹지도 않았다. 죽지 않을 만큼만 먹었다. 내 키가 되게 크지 않나. (박지혜는 179cm다) 그런데 이 키에 40kg대를 유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힘들게 살을 빼고 제일 말랐을 때 제일 쇼를 많이 섰다”라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했던 과거를 공개했다.
최근 본격적인 한국 활동을 앞두고 한국에 새집과 새 차를 장만했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각오를 물었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하면서 내 커리어가 더 풍성하고 재미있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또 모델 박지혜도 좋지만 인간 박지혜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 이어 “패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그래도 나를 좋아해 주시고 지켜봐 주신다. 나라는 사람을 계속 좋은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고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팬들의 지지를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에디터: 오형준
포토: 김연중
의상: KYE
주얼리: 바이가미
헤어: 콜라보엑스 마준호 실장
메이크업: 콜라보엑스 란주 실장
장소: 펜션121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