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인기 연료는 정부가 정한다

입력 2018-10-16 16:49   수정 2018-10-17 11:25


 -세제, 유류세 바뀌면 주력 엔진도 달라져

 국내에서 7인승 이상 자동차가 승합에서 승용으로 분류 기준이 바뀐 것은 지난 2000년이다. 그리고 2005년부터 현대차 싼타모, 대우차 레조, 기아차 카렌스 등의 7인승 LPG MPV를 포함해 SUV 등에 승용 기준 자동차세가 부과됐다. 이전까지 승합차로 여겨져 연간 6만5,000원에 불과했던 세금이 3단계로 나뉘어 올랐는데, 2005년에는 원래 내야 할 승용차 기준 세금의 33%, 2006년에는 66%, 2007년에는 100%에 도달했다. 그러니 현재 7인승 SUV 또는 MPV와 미니밴 등에 승용차 기준의 세금이 부과된 것은 이때부터다.   

 그리고 때마침 LPG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당초 정부가 유류세를 조정해 ‘휘발유:경유:LPG’의 가격 비중을 ‘100:85:50’으로 맞추기로 했지만 실제 LPG 가격은 휘발유 대비 65% 수준에 도달했다. 두 가지 직격탄을 맞으면서 LPG 엔진 기반의 7인승 MPV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도 같은 7인승일 때 LPG 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경유 SUV를 사는 게 여러모로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7인승 MPV는 급격하게 외면 받았다. 

 올해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 1~8월 국내에서 판매된 LPG MPV 승용차 가운데 가장 적은 숫자를 기록한 제품은 기아차 카렌스(1,752대)다. 또한 단종된 쉐보레 올란도 LPG도 1,756대를 끝으로 이름을 내렸다. 한 때 연간 10만대에 육박했던 7인승 LPG MPV의 시대도 SUV에 바통을 넘겨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중이다.  

 물론 7인승 MPV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LPG 대신 디젤 엔진을 달고 작지만 연명하고 있다. 그러나 MPV보다 SUV가 낫다는 소비 흐름을 감안할 때 이들의 운명 또한 풍전등화나 다름없다. 게다가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사야 할 이유가 사라졌으니 오히려 단종하지 않는 게 이상할 따름이다.

 그런데 최근 MPV의 부활(?) 가능성을 암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차세대 LPi 1.4ℓ 터보 엔진 개발을 완료했다는 소식과 국제 기름 값이 오른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특히 치솟는 기름 값에 정부가 부랴부랴 유류세를 내렸지만 최근의 국제 정세를 감안할 때 지난 2008~2009년처럼 유가 폭등 징후가 보이는 만큼 LPG로 시선이 다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수송 부문에서 자동차를 연료별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은 자동차회사의 몫이지만 이들이 연료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규제와 시장의 변동성이다. 정책과 사회적 흐름에 따라 소비자들이 찾는 수송 연료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수송 부문의 연료 주도권을 가진 곳은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정부라는 뜻이고, 에너지회사는 공급 역할만 맡을 뿐이다. 그리고 자동차회사는 그에 따라 선호 엔진을 탑재하면 그만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국가 전체적인 에너지 수요와 공급, 세수, 그리고 환경 문제를 종합적으로 따져 수송 부문의 주력 에너지를 선정한다. 

 그래서 최근 기재부가 유류세를 10% 가량 낮추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 모두가 사용하는 수소 에너지의 세금을 줄여 운송비 부담을 낮추는 것은 반기지만 환경단체들은 기름 수요 증가에 따른 배출가스 확대를 걱정한다. 기름 값이 낮아지면 그만큼 자동차 주행거리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럼에도 국제 유가가 빠르게 오르고, 최대 원유 생산국 사우디가 국제 유가를 무기화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만큼 선제적으로 유류세를 내린 것은 적절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늘어난 자동차 숫자를 고려할 때 기름 소비는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는 만큼 아예 영구적으로 내리는 것도 방법이다. 기름 1L에 부과된 세금이 많아도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6@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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