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안 기자] 드라마 ‘보석비빔밥’, ‘내 남자의 비밀’ 등 줄곧 긴 호흡의 드라마에 출연해 안방극장을 울고 웃게 했던 배우 강세정. 고등학교 시절 길거리 캐스팅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그는 우연한 기회로 가수 활동을 하게 됐고 재정비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금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배우로 나타났다.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그는 청순한 이미지와는 반전으로 물구나무를 서고 시원한 발차기까지 선보였다. 그뿐만 아니다. 사계절 스포츠를 즐기고 실제 이미지 탓에 소개팅도 들어오지 않는다며 짓궂은 패널의 질문에도 화수분 같은 매력으로 화답했다. 솔직하고 호탕했던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고 그의 이름은 실시감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치열한 연예계 활동에 무거운 짐을 하나씩 내려놓고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연기하는 그에겐 소소하지만 어려운 꿈이 있다고 했다. 주어진 역할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몰입할 수 있는 배우, 그렇게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던 그의 말이 결코 진부한 말이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Q. 얼마 전 출연했던 ‘라디오 스타’ 재밌게 봤어요. 그래서인지 오늘 촬영이 반가웠어요.
“저에게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들이 있잖아요. 대중분들이 보는 단적인 모습 말고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조용조용하고 여성스럽게 보시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거든요. 사실 예능 출연하면 무언가 보여드려야 되는데 잘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서 물구나무도 서고 발차기도 했죠(웃음)”
Q. 최근작 드라마 ‘내 남자의 비밀’, 100부작의 긴 호흡 드라마를 마쳤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주로 연속극에 출연해서 그런지 특별히 더 길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아무래도 오랜만에 복귀한 작품이고 캐릭터도 쉬운 역할이 아니라서 힘들긴 했지만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고민이 많았거든요. 수동적인 캐릭터였고 항상 당하는 입장이어서 여러 가지의 힘든 상황들을 겪어야 했어요. 육체적으로도 그렇고 유난히 촬영 스케줄이 타이트해서 거의 쉬는 날 없이 촬영해서 힘든 부분이 있었죠”
Q.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아무래도 급박했던 만큼 정신없었을 것 같은데요.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이 서로 잘 어울릴 수 있었어요. 드라마 내용은 버라이어티했지만 현장 호흡은 좋았거든요. 종영 후에도 배우들과 종종 밥도 먹고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시간 맞춰서 보고 있어요. 끝나고도 서로 궁금해하고 안부도 묻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Q. 긴 호흡의 드라마 출연이 잦았어요. 종영 후에는 후련한 마음이 큰가요?
“사실 촬영 할 때는 잘 못 느끼지만 긴 호흡의 드라마라도 아쉬움은 항상 남아요. 시간적인 차이 외에는 뭐든지 아쉬운 것 같아요”
Q. 배우에서 가수로 그리고 또다시 배우로 돌아왔어요.
“시작은 고등학교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그 다음에 가수 활동 제안이 들어왔고 호기심이 생겨서 해보게 됐죠. 당시에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워낙에 생각했던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슬럼프가 왔었어요. 그러던 차에 기회가 돼서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가게 됐고요. 한국에 돌아와 복학을 했고 연기 전공이니 자연스럽게 연기자로 돌아온거죠. 사실 다들 처음 시작을 가수로만 알고 계시다가 ‘라디오 스타’ 출연 이후로 배우로 먼저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파급력이 있었나 봐요(웃음)”
Q. 슬럼프는 어떻게 넘겼어요?
“아무도 저를 모르는 곳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활동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무언가를 할 때 꼬리표가 붙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떠났던 거고 제 나이에 맞는 생활을 했었어요. 계획에 없던 어학연수였지만 어머니도 현지에 계셨고 여러모로 잘 갔다 온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운이 좋게 잘 엮여서 활동했던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못 하게 됐을 때의 박탈감이 컸던 것 같아요.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못하게 됐던 게 힘들었죠”
Q. 앞으로 노래하는 세정 씨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아마 없을 거예요. 설마 진짜 기대하시는 건 아니죠?(웃음)”
Q.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가수와 연기자의 영역은 상당히 다를 것 같아요. 두 분야 모두 해보니 어때요?
“장단점이 있겠지만 저한테는 연기적인 활동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조금 더 욕심이 있거나 재능이 있었더라면 더 노력하고 해보려고 했겠지만 애초부터 제 영역이 아니었다고 생각했거든요”
Q. 연기 활동은 어떤가요?
“나이가 들면서 다시 선택한 배우라는 직업도 마찬가지거든요.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저희는 항상 기다려야 되고 선택받아야 하고 기다림의 연속이니까 쉽지 않은 직업 같아요. 아직도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한고비 한고비를 넘겼을 때 오는 성취감도 힘든 과정들 때문에 더 와닿는 것 같아요”
Q. 중국드라마 ‘무신 조자룡’ 출연, 중국 활동은 어땠어요?
“원래는 드라마 촬영 전에 영화 한 편을 촬영했었는데 당시 촬영 환경이 열악했어요. 우연히 캐스팅돼서 가게 된거라 환경적, 언어적 벽을 맞닥뜨리고 중국활동을 더 이상 못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말이 통하는 사람도 없었고 소통이 안돼서 힘들었죠. 그래서 활동을 못하다가 다시 중국 드라마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중국어도 배우며 좀 더 준비해서 가게 됐어요. 확실히 수월하더라고요. 유창한 말이 아니어도 가벼운 인사만 해도 훨씬 좋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중국 활동은 더 해보고 싶어요”
Q. 지금껏 연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많은 분이 지금까지도 저를 보고 기억해주시는 ‘보석비빔밥’이요. 첫 주연 드라마기도 했고 저에게 많은 걸 준 작품이에요. 왜냐면 작가님께서도 워낙 유명하시고 주연이라는 자리가 쉬운 자리도 아니었을뿐더러 상도 받았으니까요. 준비가 안 됐을 때 운이 좋게 하게 됐다고 생각해요. 많이 사랑해주신 부분은 감사하지만 사실 촬영하면서는 대사 양도 많고 촬영 현장도 익숙하지 않았고 부담감도 컸거든요. 벌써 8년 정도 됐는데 아직도 기억해주시는 걸 보면 확실히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고 느껴요”
Q.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요?
“안 해본 게 너무 많아서…. 또 많은 분이 생각하시는 저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고수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더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긴 하거든요. 나이에 맞는 캐릭터들 악역도 해보고 싶고요. 어떤 작품을 하게 되든 역할에 잘 묻어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역할을 잘 소화해서 캐릭터가 돋보이면 가장 좋은 거겠죠”
Q. 여배우라면 멜로에 대한 욕심은 당연한 거잖아요.
“그러고 보니 멜로를 거의 안 해봤어요. 항상 일방적으로 제가 좋아하거나 상대가 좋아했었던 역할을 맡았거든요. 나이가 들어서 중년이 된다면 중년의 연애도 좋을 것 같고요. 멜로 욕심은 당연히 있어요. 어떤 배우와 함께하고 싶기보다는 요즘은 연하가 트렌드잖아요. 만약 그런 역할이 들어오면 감사할 것 같아요(웃음)”
Q. 예능 ‘라디오 스타’ 출연은 어땠어요?
“연기하다가 예능을 나가면 더 긴장되고 그런 부분이 있거든요. 물론 대본이 있긴 하지만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웃음을 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없진 않았던 것 같아요. 부담감이 없진 않았지만 보신 분들이 잘 봤다고 얘기를 잘 해주셔서 감사하죠. 촬영할 때 정신이 없었거든요. 녹화를 5시간 정도 한 거 같아요. 확실히 드라마와는 다른 긴장감이 있어서 재밌더라고요”
Q.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은,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니까 확실히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같은 일 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거의 없어요. 이상형은 활동적이면 좋고요. 제 눈에 잘생기면 그만이에요. 외모보다도 같이 있을 때 편한 게 좋더라고요. 연하남이 좋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연애할 때는 너무 재밌고 좋은데 함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오는 문제점들이 있어서 힘든 적도 있고요”
Q. 사계절 스포츠를 즐긴다고, 요즘은 어떤 스포츠를 하고 있나요?
“오래됐어요. 여름에 물 위에서 하는 스포츠를 좋아해요. 자주는 아니지만 올여름에는 청평에서 웨이크 서핑에 도전했어요. 아무래도 여러 가지 운동을 했었던 터라 배울 때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배우는 것 같긴 해요. 요즘은 계절이 애매해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거든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있어요.
Q. 스포츠를 좋아하시면 피트니스 대회 생각도 해보셨을 것 같은데요.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에요. 그러기에는 얻어지는 것들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있잖아요. 개인적인 성취감은 얻겠지만 제가 가진 직업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포기했죠”
Q. 세정 씨만의 몸매 관리 비법이 있다면요?
“당연히 식단에 신경 쓰고요. 날이 추우니까 운동하는 게 귀찮긴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식단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항상 배부르게 먹으면 안 되고요. 모든 분이 알고 계시는 다이어트 상식을 지키는 게 어렵죠. 꼭 지키는 점은 단백질을 많이 먹어요. 간식을 단백질이나 건강식으로 먹으려고 노력해요”
Q.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이 있다면요?
“작품 함께했던 분들이랑 자주 보는 편이고요. 선생님들이랑도 가끔 보고요. 배울 점도 많고 아무래도 같은 직업을 갖고 있지만 저보다 많은 경험이 있으시니까요. 이휘향 선생님도 자주 뵙고요. 사실 선생님들이라고 해서 막 어렵거나 그렇진 않아요. 나이를 떠나서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죠”
Q. 활동 계획
“늘 그렇듯 좋은 역할이 오길 잘 기다려 봐야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어떤 역할이 있을 때 역할에 몰입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꾸준하게 이 직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소소하지만 어려운 꿈이 있죠”
에디터: 우지안
포토: 권해근
의상: bnt collezione(비앤티 꼴레지오네), 마리타 후리나이넨
슈즈: 바이비엘
백: 토툼(TOTUM)
주얼리: 위드란(WITHLAN)
헤어: 보보리스 서언미 대표원장
메이크업: 보보리스 수이 대표원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