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김강유 기자] 11월. 짧게만 느껴지는 가을의 끝자락이자, 기나긴 겨울의 초입에 도달했다. 어느 날에는 포근한 햇살을, 어느 날에는 차가운 빗방울을, 어느 날에는 설레는 첫눈을 맞이한다.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복잡한 감정 속에 교복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직장인들은 가장 바쁜 연말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연예계도 분주하다. 연말 시상식이 시작되고, 미디어 매체들은 결산 콘텐츠를 고민한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패션계는 어떨까. 패션 브랜드들은 변하는 날씨에 따라 마네킹을 갈아입히기 바쁘다. 이번 겨울의 핫 아이템을 소개하는 행사와 이벤트들이 줄을 지어 등장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레트로, 레오퍼드, 체크, 와이드팬츠, 벨트, 컬러 아웃웨어. 이번 겨울 트렌드를 설명하는 몇 가지 키워드들이다. 동적인 실루엣과 디테일, 다양한 컬러들이 아웃웨어까지 적용되고, 트렌치코트와 스타일리시한 벨트의 다양한 조합이 눈에 띈다. 레트로 무드와 레오퍼드 아이템들이 과감함을 더하는 와중에 정통의 체크 패턴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자는 10월에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 패션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루키 모델 다섯 명을 따로 만났다. 트렌드의 최첨단에 서있는 이들의 스타일링을 만나보자. 넘쳐나는 트렌드 키워드 중에 ‘패알못’들도 쉽게 접하고 도전해볼만한 ‘체크’를 주제로 잡았다.
[핫루키 스타일링①] 김다영, 순박함으로 무장하다 <기사링크>
[핫루키 스타일링②] 선혜영, 화려한 3단 변신 <기사링크>
[핫루키 스타일링③] 천예슬, 튀는 건 싫어! 편한 게 최고? <기사링크>
[핫루키 스타일링④] 임지섭, 어딜 봐도 빈틈 없는 센스 <기사링크>
[핫루키 스타일링⑤] 토비, 레이어드와 액세서리 활용법 <기사링크>
모델 천예슬. 1993년생. 177cm.
데뷔 ‘2017 F/W 서울패션위크’
멀리서부터 발랄한 발걸음이 눈길을 끌었다. 힘써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스타일에, 방금 마친 패션쇼의 귀여운 헤어스타일이 천예슬의 이미지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이번 시즌 서울패션위크가 네 번째라는 천예슬. 패션위크 런웨이 경력만 본다면 이제 겨우 데뷔 2년 차다. 그러나 그 2년 동안 쌓은 커리어는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각종 화보는 물론, CF광고와 뮤직비디오까지 섭렵하고 패션계의 ‘새 얼굴’로 보그 코리아의 선택까지 받았다.
핫한 ‘슈퍼 루키’로 주목받고 있지만 올해로 26세, 패션모델로서는 데뷔가 늦은 편이다. 갑작스런 루키의 등장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었다.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모델을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그냥 대학교에 진학했어요. 그러던 중에 친구가 (모델) 오디션이 있다면서 제걸 넣어준 거예요. 그때가 마침 대학교 기말고사 끝난 시기여서 ‘한 번 보기나 해보자’하고 갔죠. 가서 줄을 서고 있었는데 에스팀 상무님이랑 (박)슬기 언니가 저를 보시더니 ‘해보자’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바로 아카데미에 등록하게 됐어요. 원래 방학 때 유럽 여행을 가려고 예약도 해놨었는데 다 취소하고 아카데미를 수강했죠.”
“부모님은 지금도 안 좋아하세요. 저도 부모님이 제가 워킹하는 걸 보신다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요.”
이제는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슈퍼 루키가 아닌가. 부모님께 한마디 남겨달라고 부탁했더니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한 거 찾아보지 마세요. 너무 부끄러워요!(웃음)”
“친구들에게도 안 보여줘요. 제가 무슨 쇼를 하는지 절대 알려주지 않아요. 제 지인들이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르는 분들이 봐주시는 건 괜찮은데 아는 분들이 보시는 게 좀 부끄러워요. 방금 인터뷰 하는 모습을 지나가던 친한 모델들이 보는 것도 부끄러웠어요.(웃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워킹을 하고, 다수의 스태프들과 화보 촬영을 하고, 또 그 결과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직업이 패션모델이다. 심지어 SNS 사진 하나에도 수많은 관심이 쏟아진다. 데뷔 2년 만에 패션계에서 온갖 관심을 얻어낸 천예슬이 주변 사람들의 관심은 부끄럽다니. 모델 천예슬과 평소의 천예슬의 갭이 큰 것일까.
“일할 때는 낯을 진짜 많이 가려서 조용하다고 알고 계신 분이 꽤나 많아요. 친한 사람들한테는 낯가림이 없죠. 친구들을 만나면 앉아서 수다를 떨기도 하지만 활동적인 것도 많이 해요. VR게임도 하고, 사격 되게 좋아해서 사격장도 가고, 방탈출도 많이 하고.”
주목 받고 있는 패션모델을 친구로 둔다는 건 흔하지 않다. 친구들의 반응은 어떨까.
“자꾸 제 인스타에 와서 팬인 척 댓글 달아요. 차단하고 싶어요.(웃음) 보통 친구들끼리 막 ‘와~ 예쁘다’ 하진 않잖아요. 댓글에다 그런 거 써 놓으면 사라지고 싶어요. 오글거리는 걸 참지 못하는 편이에요.”
지인들의 관심이 부끄럽다는 그는, 패션쇼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또 반전의 대답을 던졌다.
“아무래도 워킹을 할 때는 저만 보잖아요. 그게 짜릿해요. 조용하지만 관심 받고 싶은, 그런 스타일?(웃음)”
“어제 부리 패션쇼 피날레에서 첫 번째로 걸었어요. 그런 건 처음이라 너무 떨렸어요. ‘내가 왜 첫 번째지?’라는 생각을 제일 먼저 했어요.(웃음) 항상 앞에 누굴 따라가다가 제 앞에 아무도 없이 저를 다 따라오니까 기분이 요상했어요.”
“해보고 싶은 콘셉트가 있다면... 음.. 수트를 입어보고 싶어요. 매니시한. 평소엔 잘 안 입는 스타일이거든요.”
이제 과제로 나갔던 ‘체크 아이템’ 스타일링을 검사할 시간이다.
“체크 패턴은 화려하니까 나머지는 단색 위주로 입는 편이에요. 오늘은 일교차가 심해서 목폴라를 입었어요. 그 위에 언제든 입었다 벗었다 할 수 있는 셔츠를 입고, 오늘 쇼가 많아서 와이드팬츠를 입었어요. 밋밋한 스타일에 포인트로 체크 패턴의 가방을 선택했죠!(웃음)”
“평소에는 불편한 옷을 싫어해서, 펑퍼짐한 오버 사이즈 핏을 많이 입는 편이에요. 대신 위아래를 전부 오버 사이즈로 매치하면 덩치가 커보여서, 하나쯤은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걸로 매치해요.”
편안한 오버사이즈를 선호한다는 그에게 이번 시즌 오버사이즈 아이템을 하나 추천해달라고 했다.
“역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와이드팬츠요. 너무 편해요. 슈즈 매치는 다 잘 어울리긴 하지만 가을이니까 워커가 좋을 것 같아요. 스니커즈를 신고 왔지만?(웃음)”
“저는 검정을 좋아해서 평소에 무채색을 많이 입는 편이에요. 올 블랙 스타일링 할 때는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게 제일 편한 거 같아요. 모자라던가, 가방이라던가. 액세서리는 제가 몸에 뭘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목걸이, 귀걸이, 시계 이런 건 잘 안하고 모자나 가방을 많이 활용해요.”
“요즘엔 니트 스커트 많이 입어요. 니트 스커트는 기장이 길다 보니 트렌치코트랑 자주 매치해요. 여기에 요즘 ‘최애템’인 목폴라를 이너로 선택하면 끝. 가방은 미니백으로 살짝 걸치면 완벽하죠. 제가 무거운 걸 안 좋아하기도 해요.(웃음). 포인트가 좀 더 필요할 때는 베레모를 자주 써요.”
천예슬의 평소 스타일은 ‘편안함’이 핵심이었다. 스타일링 할 때의 가장 먼저 선택하는 아이템에도 그 핵심은 고스란히 나타났다.
“양말! 양말 먼저 해요. 바지 입고 양말 신으면 힘들어서.(웃음) 평소 올 블랙 스타일을 자주 입다보니 양말을 포인트로 줄 때는 버건디, 머스터드, 카키 컬러 3가지를 자주 이용해요.”
1시간 이상 고민하고 완벽하게 계산된 스타일링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천예슬처럼 ‘일단 편한 게 최고야’라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하지만, 편한 것만으로 스타일까지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그의 간단한 노하우를 전수 받아보자.
“무난하고 편한 옷을 입을 때는 아무래도 액세서리에 포인트를 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양말이나 가방, 모자 같은 걸로. 포인트 컬러가 너무 많지 않게만 매치하면 무난하지만 스타일리시해 보일 수 있죠. 무난함 속의 특별함?(웃음)”
“저는 옷을 정리할 때 색깔별로 정리해놔요. 역시 무난함 속에 특별함을 찾을 때 편해요.(웃음) 아이템 종류보다는 색깔에 맞춰서 정리하는 편이에요.”
이날 천예슬은 어쩌면 가장 실용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본인의 ‘최애템’이라며 강조를 아끼지 않았던 목폴라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따뜻한 니트 소재의 넉넉한 목폴라와 아우터로 선택한 셔츠, 와이드한 청바지까지 전부 넉넉한 품의 아이템들이지만, 상의를 바지에 넣어 입는 것으로 전체적인 핏을 살려냈다. 여기에 스니커즈를 매치해 활동성을 높였고, 베이직한 체크 패턴의 미니백을 포인트로 잡았다. 굳이 지갑을 챙겨 쇼핑을 나서지 않더라도, 옷장을 뒤져서 따라해 볼 법 하다. 튀는 건 싫지만 센스 있는 스타일링을 하고 싶다면 정답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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