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복귀작 ‘뷰티풀 데이즈’, 윤재호의 담백한 엄마 이야기 (종합)

입력 2018-11-09 18:33   수정 2018-11-10 13:44


[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이나영이 돌아왔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의 언론시사회가 11월9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윤재호 감독, 이나영, 장동윤, 오광록, 이유준, 서현우가 참석했다. 이와 관련 ‘뷰티풀 데이즈’는 배우 이나영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뷰티풀 데이즈’는 아픈 과거를 지닌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와 14년 만에 그를 찾아 중국에서 온 아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나영 스크린 복귀는 ‘하울링’(2012) 이후 약 6년 만이다. 그는 작품서 젠첸 엄마를 연기했다. 젠첸 엄마는 살기 위해 북한에서 한국으로 오면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시간을 보냈지만 담담하고 강인하게 삶을 사는 여자. 아들과의 재회로 과거 진실을 마주한다. 


이나영은 “워낙 저예산 영화다. 촬영 일자가 많지 않았다. 15회 차로 영화를 다 찍었다”며, “그래서 감독님도, 스태프 분들도, 우리 배우들도 준비를 많이 해서 최대한 시간을 줄였다. 감독님께서 테이크도 많이 안 가시더라”고 했다. 6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복귀작으로 그가 느낀 과거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는 “준비를 많이 했어야 되는 점?”이라며 스스로에게 질문한 뒤, “현장은 언제 가도 항상 똑같다. 긴장되는 곳”이라고 답했다.

작품을 통해 이나영은 조선족 남편과 결혼할 수밖에 없는 10대 소녀부터, 삶에 지지 않겠다는 굳은 표정의 20대 엄마, 빨간 머리가 그의 전사를 궁금케 하는 30대 여성까지 역할의 다양한 연령대를 관객에게 소개한다. 이나영은 “10대, 20대, 30대를 다 보여드려야 했다”며, “10대와 20대는 인물의 극적 상황에 감정 이입했어야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현재 모습을 오히려 더 많이 생각했다. 현재에서는 더 많이 보여주려고 할 수록 이 영화와 맞지 않더라”고 연기에 절제가 필요했음을 알렸다. 이나영은 “그래서 10대, 20대와는 많이 다르게 인물의 역사를 계속 생각하면서 가슴에 묻고 눌렀다. 내가 할 수 있는 눈의 연기? 눈동자의 연기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배우의 노력을 덧붙였다.


‘뷰티풀 데이즈’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상영 후 특유의 영상미가 큰 화제를 모았다. 배경엔 연출을 맡은 윤재호 감독이 있다. 그는 영화적 토양을 프랑스에서 완성시킨 인물. 13년간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영화를 연출한 그는, 다큐멘터리 ‘마담B’와 단편 영화 ‘히치하이커’를 ‘칸영화제’에서 선보이며 그의 연출력 등을 인정받았던 바 있다.

더불어 ‘뷰티풀 데이즈’는 프랑스 조르바프로덕션과, 한국 페퍼민트앤컴퍼니가 준비한 ‘윤재호 장편 프로젝트’라는 후문. 오랜만에 만나는 한불 합작 영화인 셈.

이날 장동윤은 “롱 테이크 등으로 배우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끌어내려고 하셨다”며, “긴 시간 동안 감정을 급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윤재호 감독과의 작업을 회상했다. 서현우는 “상대방을 이토록 오랫동안 응시했던 적이 많이 없었다. 대사를 서로 주고받고 나서 한참을 응시했다”며, “그래서 말에 전달된 정보뿐 아니라 그 사람이 그 공간에서 뭘 느끼고 있는지 관찰하게 됐다. 감독님도 배우를 목격하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감독의 연출에 ‘관찰’이 녹아있음을 알렸다.

이나영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굉장히 담백하면서 어떻게 보면 시크하기까지 했다”고 감독이 쓴 각본을 처음 읽었을 때를 회상했다. 이어 “어떤 대사나 설명이 없어도 인물의 감정과 상황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고 덧붙였다.

배우가 주목한 건 윤재호 감독의 색(色)이다. 이나영은 “색감을 사용해 조명이나 공간에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그것이 감독님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많이 즐겼다. 그래서 그 공간에 가면 더 잘 이입이 됐다. 생각한 것보다 공간이 예뻐서 더 재밌게 촬영했다”고 윤재호 감독만의 예쁜 멍석이 연기에 활력을 더했음을 전했다.


이나영은 작품에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그는 “솔직히 ‘노 개런티’가 자꾸 가시화 되는 게 조금 민망하다”며 “예산이 워낙 적었다. 그럼에도 공간 등 표현해야 할 부분은 많았다.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에 고민 없이 선택했다”고 말했다.

윤재호 감독은 이나영의 선택에 감사를 보냈다. 그는 “이나영 배우님께서 선뜻 한다고 하셔서 굉장히 놀랐다”며, “말씀하신 것처럼 예산이 굉장히 적은 영화다. 때문에 ‘노 개런티’로 출연해주신 거 자체가 참 고맙다. 고맙게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11월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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