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재근 “최종 목표? 나 자체로 하나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입력 2018-11-23 14:34  


[이혜정 기자] 2009년 혜성처럼 데뷔하며 단숨에 모델 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한 박재근. 단순히 모델이 하고 싶어서 아카데미에 등록한 지 한 달 만에 대표님 눈에 띄어 매거진 ‘GQ’ 를 시작으로 런웨이까지, 전격 데뷔를 이뤄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단기간에 화려하게 데뷔하며 본래의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을 뛰어넘는 타고난 끼로 단숨에 기회를 잡은 박재근은 이후 참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들의 뇌리에 깊은 기억을 남겼다.데뷔 초 스키니한 몸매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판단으로 벌크업을 한 후에는 국내 남자 모델 중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섹시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로 박재근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박재근은 사진 한 장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일명 핫가이로 등극했다. #bemyjack이라는 해시태그 아래 공개된 한 화보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수없이 회자되며 ‘이 모델이 대체 누구야’라는 말로 온라인을 들썩이게 하기도 했다.

그 후 잠시 리프레쉬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재근을 오랜만의 화보 촬영 현장에서 마주했을 때 느낀 소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된 사람이라는 것. 지금은 잠깐 휴식기를 가지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한 걸음 쉬고 누구보다 멀리 도약하고 싶은 속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Q. 화보 촬영 소감

“수많은 화보 촬영을 해봤지만 인터뷰를 겸하는 화보 촬영은 처음이라 좀 어색한 감이 있었다. 그래도 스태프분들이 편안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고 내가 좋아하는 화보 콘셉트로 준비를 잘 해주셔서 즐겁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Q.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

“오렌지 컬러 셔츠를 입고 촬영한 시크 콘셉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평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드이기도 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자신이 있기도 해서(웃음) 촬영하는 내내 재미있었다”

Q. 근황

“지금은 좀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동안 소홀했던 주변인들을 챙기는 중이기도 하고. 오래 일을 함께했던 좋은 사람들이 같이 작업을 하자고 연락을 주시는데 어떤 금전적인 대가 때문에 응하기보다는 오랜 지인들을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일도 하는,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쇼도 많이 서는 건 아니지만 비욘드 클로젯의 고태용 디자이너님이 옷이 몸에 잘 맞지 않는 데도 나를 좋아해 주시고 그 부분을 좀 감안하고서라도 꾸준하게 불러주셔서…(웃음) 감사할 뿐이다. 그래서 비욘드 클로젯 런웨이에 꾸준하게 서고 있다”

Q. 모델을 꿈꾸게 된 계기 그리고 시작

“어렸을 때부터 옷 입고 꾸미는 걸 좋아했었고 고등학생 때 Mnet에서 방영한 ‘아이엠어모델’ 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모델이란 직업에 흥미가 생겼던 거 같다. 아버지가 대학은 가야 한다고 하셔서 대학 진학 후 모델 에이전시인 에스팀을 찾아갔다. 일종의 연습생 시스템인 아카데미 수강을 통해 모델 길을 밟아가고 싶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대표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한 달 만에 아카데미생 신분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매거진 촬영도 하고 최범석 디자이너님 쇼에 서며 본격 데뷔를 했었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

Q. 연습생 한 달 만에 데뷔라니. 긴장되진 않던가

“긴장되기보다는 사실 얼떨떨한 마음이 컸다. 뭣도 모르던 시절에 바로 현장에 투입돼 이것저것 한 셈이니…(웃음). 사실 신인 때부터 카메라 울렁증 같은 건 없었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평소 내 성격과 다른 내가 나오더라. 그런 내 모습이 나도 신기하다”

Q. 모델 초창기 시절을 보면 스키니한 스타일. 벌크업을 한 이유가 있다면

“맞다. 데뷔 초에는 많이 말랐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스키니한 모델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막연히 체중 감량을 했었다. 그러다 입대 후 내 이미지에 맞는 몸으로 변화를 좀 주고 싶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막상 벌크업 후에 주변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다. 소위 난리가 났었다(웃음). 아무래도 런웨이에 설 때 의상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했고… 사실 지금도 반응이 아주 좋은 건 아니다. 그랬지만 나는 좀 나만의 색깔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다. 그래서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살짝 감량할 생각이다(웃음). 지금도 7kg 정도를 감량한 상태다. 좀 잔 근육 상태로 가야 한다(웃음)”

Q. 업계 반응은 부정적일지라도 대중적으로 화제가 된 건 벌크업 후가 아닌가

“맞다(웃음). 아무래도 모델 중에는 나처럼 벌크업 한 스타일이 없기도 하고… 벌크업 후가 평소 내 남자다운 이미지에 좀 맞아떨어졌던 거 같다”

Q. 포털사이트에 박재근을 검색하면 고현정이 선택한 남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기억나는 에피소드 있나

“처음에 촬영 제의가 들어왔을 때 좀 얼떨떨했다. 놀랍기도 하고… 막상 고현정 선배님을 만나서 촬영을 했을 때는 신인 모델인 나를 참 편하게 대해주셔서 긴장 없이, 걱정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그 화보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인터넷 검색어 1위를 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웃음)”

“촬영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고현정 선배님이 나를 보시고 ‘연기를 해 보면 어떠냐’고 제안하셨었다. ‘너는 중국 배우 유덕화의 표정을 잘 보고 참고하면 좋을 거 같아’라는 조언도 해주셨었고. 근데 그때 나이가 22살로 어리기도 했고(웃음) 모델을 한 지 2년도 채 안 됐을 때라 바로 ‘저 연기 안 할건데요’라고 했었다. 주변 스태프 형, 누나들이 다 놀랐다고 나중에 막 타박하더라(웃음). 바로 그렇게 안 한다고 하냐면서(웃음). 당돌했었던 거 같다”


Q. CF를 다수 찍기도 했다. 어떤 광고가 가장 기억에 남나

“소니 카메라 광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촬영 콘셉트가 암벽 등반이었는데 실제로 부산에 있는 해안 암벽에 가서 직접 암벽을 등반하며 촬영을 했다. 물론 대역이 있었지만 거의 80%는 내가 직접 했던 기억이 난다. 힘은 들었지만 촬영 결과가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도전하고 싶은 광고는 좀 세련되고 시크하면서 섹시한 느낌의 자동차 광고를 찍어 보고 싶다”

Q. 서 보고 싶은 쇼가 있다면

“보테가 베네타? 색감, 패턴이 남성적이면서 또 섹시함이 보이는 브랜드라 서 보고 싶은 쇼다”

Q. 모델을 하면서 도드라지는 나만의 매력과 콤플렉스

“나는 다른 모델과 달리 벌크업된 몸을 가지고 있고 남자다운 페이스를 가지고 있지 않나. 그래서 남성적인 매력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화보 또는 광고 촬영을 많이 할 수 있었고 이런 나만의 색깔을 버리고 싶지 않다”

“콤플렉스를 굳이 꼽자면 모델로는 약간 부족하게 느껴지는 183cm 정도의 키? 좀 더 컸으면 더 많은 쇼에 서거나 해외 활동도 활발하게 도모해 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타고난 거니 어쩔 수 없지 않나(웃음). 아무래도 키 때문에 런웨이 보다는 매거진이나 광고 쪽으로 더 활발하게 활동했던 거 같다. 배우로 일을 할 때는 좋은 키인 것 같아서 만족하고 살고 있다”

Q. 모델 활동하면서 슬럼프는 없었는지

“해외진출을 했던 적이 있다. 뉴욕을 찍고 이탈리아로 도전하는 그런 계획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뉴욕에서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좀 더 도전해 보자’는 권유도 있었지만 나 스스로 그냥 국내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빠르게 접었던 기억이 있다.지금 생각해보면 더 도전해보지 못했던 게 좀 아쉽긴 하다. 그때가 약간의 슬럼프 시기였던 거 같다”

Q. 모델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10년 동안 모델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자기만의 개성과 색깔, 매력이 없으면 모델계에서 살아남기 힘든 거 같다. 나 스스로가 어떤 부분에 자신이 있고 남들과 차별화가 되는지 잘 생각해보고 그 부분을 강조하고 다듬어준다면 좋을 거 같다”

Q. 그럼 박재근만의 매력과 그걸 강조하기 위해 했던 노력이 있다면

“외면적으로는 좀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나. 그래서 벌크업을 하고 머리 길이를 좀 짧게 유지하면서 틈새시장을 노렸다. 겉모습은 이렇지만 웃을 땐 좀 바보 같고(웃음). 그런 반전이 나만의 차별화된 매력 포인트 아닐까 싶다”

Q. 새로운 도전 분야인 연기 얘기를 좀 해 보자. 연기 분야에 있어서 참고하는 배우가 있다면

“유지태 선배님? 연기 선생님께서 ‘너는 눈이 좀 들어가 있고 쌍꺼풀이 없어서 눈의 움직임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었다. 그래서 좀 나랑 비슷한 눈매나 이미지의 배우들을 참고하려고 찾아보다가 유지태 선배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분의 모든 작품을 다 보면서 좀 공부를 하기도 했다. 롤모델이기도 하다. 연기도 잘하시고 사생활 관리도 철저하시고”

Q. 어떤 역할이나 캐릭터가 욕심나는지

“요즘 빠져있는 배우가 있다. 덴젤 워싱턴이라는 외국 배우인데 이 배우가 연기했던 ‘맨 온 파이어’나 ‘더 이퀄라이저’에 나온 영화 캐릭터들이 탐나더라. 절제된, 화려하지 않은 엑션으로 몰입감과 긴장감을 주는데 정말 욕심이 나는 부분이었다. 후에 연기를 하게 된다면 좀 나에게 맞는 이미지를 먼저 소화해 보고 싶다”

Q.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

“전도연 선배님과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상대 배우를 잘 이끌어주시고 가르쳐 주실 거 같아서. 또 신기하게 전도연 선배님의 영화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으신 거 같다”


Q. 롤모델

“브래드 피트를 참 좋아한다. 남자답고 섹시하지만 천진난만하게 미소 지을 때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반전매력이 보이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나의 아이돌이고 정말 닮고 싶은 롤모델이기도 하다. 모델 중에는 타이슨 백포드?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한동안 비슷하게 머리를 삭발로 하고 다니기도 했다. 굉장히 섹시한 느낌의 모델이라 좋아한다”

Q. 닮은꼴 스타

“빅뱅 태양 씨 닮았다는 말을 좀 들어봤다(웃음). 워너원 옹성우 씨 닮았다는 이야기도 최근에 많이 듣는다(웃음). 감사하면서도 부끄럽기도 하다”

Q.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 이야기

“89년생 동갑내기 모델 친구들인 조민호, 손민호, 민준기? 가끔 보게 되면 초반 10분 정도는 서로 어색해하다가 확 풀리는 묘한 매력이 있는 친구들이다. 최근에 한 번 모이기로 했는데 연락들이 없다(웃음)”

Q. 이상형

“김연아 씨? 개인적으로는 쌍꺼풀이 없는 눈매의 여자를 좋아하는 편이다. 여성분을 볼 때 눈을 가장 먼저 보는 편인데 무쌍꺼풀의 눈매에 매력을 느낀다. 있더라도 좀 얇은 느낌?”

Q. 공개연애에 대한 생각은

“연애를 한다면 별로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있으면 있다고 밝히고 좀 편하게 데이트도 하고 돌아다니는 게 좋을 거 같다”

Q. 스트레스 해소법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이다. 딱 운동할 때만은 아무 생각 없이 근육에만 집중하게 되고 펌핑된 몸을 느낄 때 스트레스가 풀리더라. 죽을 때까지 평생 운동은 할 거 같다”

Q. 몸매 관리나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 관리도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흡연은 아예 하지 않고 술은 마시긴 하는데 자주 마시지 않으려고 하는 편. 피부 관리도 좀 해야 하는 편이라 세안 열심히 하고 수분 크림을 좀 여러 번 바른다”

Q. 요즘 최고 관심사는

“요즘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산 순간부터 차에 관심이 커지면서 자동차 제원 또 리뷰 보는 게 취미가 됐다. 여러 자동차 관련 용어도 공부하기도 하고. 기회가 된다면 차 칼럼니스트도 해 보고 싶다. 그리고 뭐가 됐든 내가 좋아하는 분야, 나만의 색깔을 담은 사업을 해 보고 싶다. 그래서 다양한 영감을 받기 위해 영화, 여행, 익스트림한 스포츠를 비롯해서 전시회, 공연, 맛집 등 시간이 되고 여유가 되는 한에서 투자해서 돌아다니고 있다”

Q. 앞으로의 목표

“하나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박재근 하면 나만의 이미지가 딱 떠오르는. 조급해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좀 챙기면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 남들 눈치 안 보고 해 보려고 한다”

Q.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 마디

“어떤 모습으로 찾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조만간 좋은 작품, 활동으로 찾아뵙겠다.

에디터: 이혜정
포토: 권해근
의상: 문수권, FRJ Jeans, 위캔더스
슈즈: 리복
헤어: 스타일플로어 하은
메이크업: 스타일플로어 예림 실장
장소: 더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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