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현대기아차를 넘어 한국차가 잘돼야

입력 2018-12-06 08:12   수정 2018-12-07 07:05


 -현대기아차 의존도 낮춰 위험 분산
 -자동차, 생산이 중요한 시대
 
 2018년 1~11월 현대기아차 국내 승용점유율 65.3%. 이쯤 되면 국내 시장은 '현대차 vs 기아차' 경쟁을 표방한 현대기아차 공화국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2.9%에서 더 늘었다. 반면  국내 3사는 규모에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나마 수입차가 견제하지만 성장세는 예전만 못하다. 게다가 이제는 양 사가 수입차 겨냥 제품을 속속 투입하면서  소비자 시선을 되돌리고 있다. 인정하지 않을래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대기아차의 지배 시장이다.  

 비단 이런 흐름은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과거 어떤 차를 살까 고민할 때는 여러 기업 제품을 놓고 비교했다. 그러나 이제는 현대차와 기아차, 아니면 수입차만 올려놓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외 국산 3사는 점차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중이다. 일부 주목받는 차종이 있지만 절대 규모에서 현대기아차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체급으로 보면 플라이급과 헤비급이다 

 온라인 공간도 현대기아차의 지배력이 미치는 중이다. 양 사가 운영하는 SNS 및 포탈 내 채널만 여러 개에 달한다. 대부분의 경쟁사가 1~2곳을 운영할 때 현대차만 4~5곳에 달하고, 기아차를 포함하면 10곳이 넘는다. 덕분에(?) 비판의 목소리도 잦아들고 있다. 제품만 좋으면 소비자가 찾아줄 것이란 믿음에 머물다 뒤늦게 부랴부랴 온라인 소통에 나선 지 2~3년 만에 시장은 현대기아차로 급속히 기울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의 독무대다. 

 수출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11월까지 해외에서 판매된 한국차 609만대 중에서 560만대에 현대기아차 엠블럼이 부착됐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곳곳의 공장에서 생산, 해외 판매된 숫자지만 국내 완성차 수출의 현대기아차 의존도는 국가 경제까지 논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한 마디로 현대기아차가 휘청대면 나라 경제도 함께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이제는 미우나 고우나 정부도 현대기아차 미래를 함께 걱정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굳이 국가를 언급하지 않아도 승용차 100대 중 현대기아차 제품이 국내에서 65대 가량 팔린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도 선택한 일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했기에 덩치가 커졌고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됐다. 과거 비도덕적인 행위로 비판받았을 때 점유율이 잠깐 흔들렸지만 새로운 제품이 속속 투입되면서 점유율은 곧 회복됐다. 온라인에서 비난은 하되 오프라인 전시장은 현대기아차를 찾았다는 뜻이다. 승용 점유율이 입증했고, 수출산업이 언급될 때마다 현대기아차를 주목한다.  

 그런데 과도한 의존도는 늘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의존성이 높을수록 오로지 해바라기처럼 현대기아차를 바라보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부품산업의 어려움이다. 물론 현대기아차의 납품 단가 인하, 납품 기업 간 치열한 경쟁도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요구의 과도함을 넘어 본질은 부품기업이 오로지 현대기아차만 쳐다보기에 발생한 측면도 없지 않다. 현대기아차 외에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노력에 소홀했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하려했지만 현대기아차 눈치를 봐야 했다는 하소연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하소연일 뿐 이제라도 팔을 걷어붙이고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기업은 영원한 상생이 가능한 집단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친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은 정부에도 필요하다. 그러자면 오히려 규모가 적은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차의 덩치가 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록 이들의 대주주가 해외 자본이라 하더라도 국내에서 개발 및 생산이 이뤄져 해외 판매가 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가치에 따라 제품을 선택, 구매해도 수출은 정부가 촉진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특혜가 아니라 정부 또한 지나친 현대기아차 산업 의존도를 낮춰야 국가 경제의 균형을 이룰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현대기아차를 흔들자는 게 아니다. 현대기아차도 성장이 중요한 것처럼 나머지 3사에도 공정하고 동일한 기회를 부여하자는 얘기다. 간혹 특정 제도를 만들 때 현대기아차 중심의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얘기다. 

 흔히 주식에서 투자는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 통용된다. 자동차라고 예외는 아니다. 일본 내에서 가장 큰 토요타 또한 일본 전체 자동차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가량이고, 미국 빅3 가운데 하나인 GM도 미국 내 자동차 산업 비중은 30%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서 현대기아차 비중은 80%에 가깝다. 따라서 위험성만 놓고 보면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다. 현대기아차가 흔들리면 자동차산업이 송두리째 휘청대니 말이다. 그래서 시간이 걸려도 이제는 균형 있게 바꿔가야 한다. 현대기아차 뿐 아니라 한국차가 모두 잘될 수 있도록 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이화여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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