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희 기자]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 데뷔 후 곧바로 SBS 드라마 ‘은실이’에서 영숙 역을 맡으며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배우 정주은. 줄곧 작품을 이어오던 그가 얼마간의 공백 기간을 가진 후 KBS 드라마 ‘부자의 탄생’을 시작으로 MBC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 그리고 2012년 SBS 드라마 ‘내 딸 꽃님이’까지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러나 다시 한번 5년이라는 긴 공백 기간을 가지게 된 그. 배우라는 직업을 잠시 내려놓은 채 토끼 같은 아이의 엄마로서, 사랑하는 남편의 아내로서, 그리고 가방 브랜드 토브의 디자이너이자 대표로서 삶을 살아왔던 정주은을 만나봤다.
5년의 공백 기간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와 연기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 정주은. 인터뷰 말미, 올 한해를 육아와 일에만 매진해 자신의 삶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고 말한 그. 얼마지 않아 배우 정주은으로서 우리 앞에 설 날을 기다리며, 그와 나눈 이야기를 풀어본다.
Q. bnt와 첫 화보 촬영 소감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화보 촬영을 해서 긴장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았는데, 스태프분들이 편안하게 해줘서 자신감 있게 잘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Q. 화보 촬영하는 동안 5년이라는 공백 기간이 무색하게 느껴지더라
“그렇게 보였다면 다행이다. 잘해야 한다는 걱정에 어젯밤부터 잠을 설쳤다. 좋은 분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힘을 많이 냈던 것 같다”
Q. 2012년 SBS 드라마 ‘내 딸 꽃님이’ 이후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아 소식을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은데, 그간 어떻게 지냈나
“2012년에 참여한 드라마 작품을 마지막으로 아이를 갖기 위해 휴식 기간을 가졌다. 생각보다 아이가 늦게 생겨서 힘든 시간도 보냈지만, 노산인데도 다행히 건강하게 출산했다. 임신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가방 사업을 시작했다. 이제는 다시 연기자로 복귀하기 위해 드라마 대본도 보고 예능 프로그램 계획도 생각 중이다”
Q. 가방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 변신한 계기가 있나
“아이를 갖기 위해 공백 기간을 가졌는데, 아이가 안 생기면서 무기력하고 우울감이 찾아오기 시작하더라. 당시에 드라마 섭외가 들어왔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힘들었다. 연기자는 선택받는 직업이지 않나. 그렇게 일을 못 하게 되는 게 굉장히 속상했다”
“공백 기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지쳐가는 상황에 뭔가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하게 가방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무작정 가죽을 사러 직접 다니고 공장을 찾아다녔다. 처음 만든 클러치 백이 반응이 좋아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가방 사업을 시작했다”
Q. 배우에서 가방 디자이너로 전향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겠다
“가방 디자인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신 분들도 힘들어하는 데 패션 쪽이나 디자인, 미술에 문외한인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덧 눈 떠보니 가방 디자인과 사업을 하고 있더라. 부족한 만큼 더 노력했다. 머릿속에 있는 걸 표현할 수 없어서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이 표현했는데, 오히려 유행 타지 않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Q.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오다 5년이란 공백 기간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었을 터
“드라마 작품을 활발하게 하던 중에 결혼과 임신으로 일을 중단하게 되어서 아쉬움이 정말 많았다. 나이가 조금 어렸다면 일과 병행할 수 있었을 텐데, 노산이라 걱정이 많았던 것 같다. 1, 2년 정도만 쉬고 복귀할 생각이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Q. 사업가이자 디자이너, 그리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극명한 차이를 느꼈겠다
“셋 다 정말 어렵다. 스스로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해 남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많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이 늘어나니 힘들기도 하더라. 배우로서 선하고 좋은 이미지만 비췄다면 가방 시장은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웃음) 가방 사업에서 내 모습은 배우의 이미지에서 반전된 모습이랄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할 수도 있지만 고객에게 좋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실수가 용납이 안 된다. 그래서 더 예민하고 철저해질 수밖에 없다”
Q.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이제 5년 차 가방 브랜드 대표로서 자리 잡았다
“가방 브랜드 대표로서 경영과 마케팅을 하기보다 그저 좋은 가방을 만들어서 선보인 기억밖에 없는데, 어느 순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5년이란 시간 동안 꾸준히 재구매를 해주신 고객분들이 많다.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Q. 고된 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고객분들의 힘이 가장 큰 것 같다. 또 수익의 50%를 고아 아이들을 위해 섬기는데, 힘든 만큼 그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절대 그만두지 말라고 응원해주고 좋은 일에 함께 동참해주는 고객들이 나의 원동력이다”
“20년 동안 방송만 하다가 사업이란 걸 처음 시작해보니 신세계더라. 특히 제조업은 사람 간의 관계가 정말 힘들다. 그래서 힘들고 버겁기도 했다. 정말 포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지만, 주위에서 많은 힘을 줘서 감사한 마음으로 기운을 낼 수 있었다”
Q. 디자이너로서 철칙
“토브라는 이름이 히브리어로 ‘좋은’, ‘선한’, ‘아름다운’이라는 뜻이다. 고객들에게 좋은 가죽으로 아름다운 가방을 만들어서 선한 일에 함께하는 게 철칙이자 목표이다”
Q. 가방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실용성이라고 생각한다. 고객님들이 우리 가방을 계속 사용하고 재구매가 이뤄지는 이유는 가벼우면서도 실용적이기 때문에 데일리로 항상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에서 실용성을 가장 우선으로 꼽는다”
Q.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수많은 드라마 작품에 참여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자면
“첫 드라마 ‘은실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상대 배우로 함께했던 성동일 씨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이 챙겨준다. ‘은실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참 행복했던 것 같다. 또 한동안 공백 기간을 지낸 후 복귀작이었던 ‘부자의 탄생’이라는 드라마도 남다른 애정이 있는 작품이다”
Q.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는
“역시 성동일 씨가 기억에 남는다. SBS 공채 탤런트 선배인데 함께 드라마를 하면서 정말 많이 챙겨줬다.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며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분이다”
“‘내 딸 꽃님이’에서 윤소정 선생님과 같이 호흡을 맞췄는데, 선생님이 나를 많이 예뻐해 주셨다. 같은 동네여서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연기에 대한 부분도 많이 가르쳐주셨다. 인생에 대해 지혜로운 말씀을 많이 해주시곤 했는데, 돌아가셔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언제나 그립다”
Q. 공백 기간 동안 연기에 대한 목마름도 컸을 것 같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어떤 역할이라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에 대해 간절했던 만큼 어떤 역할도 진심으로 임할 수 있을 거 같다”
Q. 새롭게 복귀를 앞두고 각오를 다지자면
“5년이라는 공백 기간을 가졌지만 연기를 멈춘 적은 없었다. 임신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연기 연습을 해왔다. 배우로서 당장 일은 못하더라도 연기의 감을 잃어서는 안 되니까. 사실 연기를 놓을 수 없었던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배우 선배님이자 연기 선생님과 같이 만나서 대본을 리딩하고 연습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연기를 하고 싶었다. 노력하는 자에게는 항상 기회가 오니까 그 시간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기다리고 있다”
Q. 배우에 이어 사업가이자 디자이너, 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워킹맘이기도 하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고된 부분도 많을 것 같다
“정말 힘들다. 세상에 모든 워킹맘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드라마 작품은 안 했지만 틈틈이 기독교 방송에서 진행하면서 방송 활동도 조금씩 했다. 방송 활동과 가방 사업가로서 일하고,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과 며느리로서 이 모든 역할을 해야 하니까 중압감이 너무 크더라. 힘들어도 꾸역꾸역하게 되더라. 늦게 낳은 만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Q. 아이가 엄마를 떠올렸을 때, 어떤 엄마의 이미지로 담길 것 같나
“아이가 보기에 ‘우리 엄마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서 아이에게 힘든 엄마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아이에게 힘든 엄마가 아닌 행복한 엄마로서 기억되고 싶은 바람이다”
Q. 2018년의 끝자락에서 되돌아봤을 때 어떤 한 해를 보낸 것 같나
“정말 정신없이 보낸 한 해였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산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일과 육아에 매진하면서 내 시간이나 삶을 되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Q. 앞으로 계획
“가방 브랜드의 뉴욕 진출 계획을 생각 중이다. 또 연기에 항상 목말라 있고 그리움이 컸던 만큼 2019년에는 배우로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바람이 가장 크다”
에디터: 황소희
포토: 김연중
의상: bnt collezione(비앤티 꼴레지오네)
슈즈: 바이비엘
백: TOVE(토브)
헤어: 미즈노블 박성자 디자이너
메이크업: 미즈노블 안병숙 대표원장
장소: 드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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