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보아가 광장동을 움직였다.
가수 보아(BoA)의 단독 콘서트 ‘보아 더 라이브 2018 인 서울(BoA THE LIVE 2018 in SEOUL)’이 12월30일 서울시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개최됐다.
국내에서 열리는 이번 콘서트는 ‘2015 보아 스페셜 라이브 나우니스(2015 BoA Special Live NOWNESS)’ 이후 약 3년 만에 열리는 국내 단독 공연이다. 공연 둘째 날이자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프레스 초청이 이뤄졌다. 이날 보아는 ‘넘버원(No. 1)’ ‘온리 원(Only One)’ 등의 히트곡부터, 일본 앨범 수록곡까지 2시간 동안 약 20여 곡을 열창했다.
장막이 걷히자 보아가 보였다. 공연장 모니터 대신, 관객이 그의 눈으로 가수 표정을 인지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 다수 해외 아티스트가 내한 공연장으로 사용하는 예스24 라이브홀이, 가진 특징이 빛을 발했다. 여타 공연과 달리 인트로 영상 하나 없이 첫 노래가 시작됐다. 일본 정규 4집 앨범 수록곡 ‘퍼스트 스노우(First Snow)’.
이와 관련 소속사 측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보아 더 라이브 2018 크리스마스(BoA THE LIVE 2018 X’mas)’을 한국 공연에 맞게 재구성했다”고 가수가 국내에서 다수 일본곡을 부르는 이유를 알렸다. 이날 공연에서 보아는 10곡의 일본 발표곡을 불렀다. 가수는 “일본 노래가 많은 탓에 놀라실 듯하다”며, “한국 활동만 아시는 분이라면 ‘보아가 이런 노래도 하는구나’ 생각하실 수 있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사랑해”로 첫 노래가 끝난 뒤, 일본 정규 9집 앨범 수록곡 ‘맨하탄 탱고(Manhattan Tango)’ ‘매니시 쇼콜라(Mannish Chocolat)’가 이어졌다. 민소매 상의 및 짧은 바지로 갈아입은 보아는 그의 장기를 드러내기 쉽지 않은 무대임에도 공간을 넓게 사용했다.
“안녕하세요, 보아입니다.”
보아는 “‘보아 더 라이브 2018 인 서울’ 마지막 공연”이라며, “‘보아 더 라이브’는 다른 정규 투어와 다르게 음악을 많이 들려드리는 공연”이라고 했다. ‘보아 더 라이브’는 ‘좋은 노래와 연주를 전한다’는 콘셉트 아래 가수가 지난 2007년부터 선보여온 라이브 공연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보아는 생애 첫 응원봉을 손에 넣었다. 그는 “데뷔 19년 만에 공식 봉을 갖게 되었다. 남들 1년 차에 갖는 걸 19년 만에 갖는다”며 기뻐했다. 응원봉의 처음 디자인은 지금과 달랐으나 가수의 참여 끝에 현 디자인이 완성됐다는 후문.
한국 정규 9집 앨범 수록곡 ‘이프(If)’, 한국 정규 7집 앨범 타이틀곡 ‘옴니 원’, 한국 정규 8집 앨범 수록곡 ‘홈(Home)’, 일본 정규 9집 앨범 타이틀곡 ‘와타시코노마마데이이노카나(私このままでいいのかな)’가 이어졌다. 보아는 “연달아 몇 곡을 부른 건지 모르겠다”며, ‘전국 투어’를 바라는 관객의 한마디에 “언젠간 해주겠죠?”란 대답으로 웃음을 모았다. 그는 “공연을 보러 온 주변 분들께서 ‘너는 무대 있을 때랑 무대 밖이랑 되게 다르다’고 많이 말씀해주셨다”며, “가수는 무대에 있는 게 가장 멋있는 거 같다”고 무대 위 그를 긍정했다.
보아는 일본 싱글 발표곡 ‘주얼 송(Jewel Song)’을 부르며 스튜디오 녹음본 못지않은 성량과 가창력을 자랑했다. 더불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무대 장치가 탄성을 모았다. 밴드 퀸(Queen)의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 커버도 눈길을 끌었다.
보아는 “감히 프레디 머큐리의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커버했다”며. “가사가 향하는 대상이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고, 내 음악을 들어주시는 팬 분들일 수도 있고, 오늘 내 무대를 보러 와주신 관객 여러분일 수도 있다”고 선곡 배경을 전했다.
일본 싱글 발표곡 ‘윈터 러브(Winter Love)’는 무대 계단을 조명으로 이용하는 등 조명을 적극 활용하는 점이 빛났다. 가수는 “난방 탓에 건조했던 전날 공연에 비해 오늘은 너무 춥더라”며, ‘윈터 러브’ 뮤직비디오를 냉동 창고에서 찍은 과거를 회상했다.
밴드 독주 후, 보아는 한국 정규 9집 앨범 타이틀곡 ‘우먼(Woman)’을 불렀다. 그는 후렴에서 고음을 내지르는 창법으로 19년 차 가수의 실력을 확인하게 도왔다. 또한, 춤과 노래의 계속된 병행이 지칠 법도 하건만, ‘원샷, 투샷(ONE SHOT, TWO SHOT)’+‘내가 돌아(NEGA DOLA)’ 무대에서 노래를 즐기는 모습으로 공연에 안정감을 보탰다.
2019년의 보아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1월 싱글 ‘내가 돌아’를 발표한 그는, 2월 첫 미니 앨범 ‘원샷, 투샷’을 선보였다. 약 8개월 후엔 정규 9집 앨범 ‘우먼’을 공개했다. 1년 동안 총 3번의 컴백을 감행한 것. 보아는 “이 세 곡(‘우먼’ ‘원샷, 투샷’ ‘내가 돌아’)을 한 해 동안 선보였다”며, “2018년 굉장히 열심히 일했다”고 회상했다. 관객의 “애썼다”는 말에 보아는 “애썼다!”고 화답한 뒤, “한 해를 공연으로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게 가수로서 행복한 일”이라며 2018년 내내 보아만을 아껴준 팬들에게 감사를 보냈다.
다음 차례는 “아모레”와의 혼동을 경계한 ‘아무르(AMOR)’였다. 2019년 2월 발표될 새 싱글 수록곡이다. 이어 보아는 일본 정규 9집 앨범 수록곡 ‘재즈클럽(Jazzclub)’ 무대를 시작하며 “진짜 몇 곡 안 남았다. 이렇게 놀면 안 된다”는 말로 참여를 유도했다. 한국 정규 9집 앨범 수록곡 ‘리틀 모어(Little More)’에서도 능숙한 진행은 반복됐다.
또한, 무대가 끝난 뒤 보아는 “최선을 다해 노셔야 한다. 한국 공연이 또 언제 열릴지 모른다”는 말로 관객이 이날 공연을 즐기는 데 사력을 다하도록 했다.
“진짜 정말 대한민국 함성은 세계 넘버 원인 거 같아요.” 다음 차례 ‘넘버 원’+‘룩북(Lookbook)’과 일본 싱글 발표곡 한국어 버전 ‘발렌티(Valenti)’로 공연은 끝났지만, 관객은 “보아. 비오에이”를 연호하며 앙코르 무대를 희망했다.
장막이 또 한 번 걷히고, 짙은 녹색 의상으로 갈아입은 보아가 등장해 일본 싱글 발표곡 ‘메리크리(メリクリ)’를 불렀다. 보아는 “‘메리크리’는 언제 불러도 좋다. 그런 노래가 있다. 부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라고 ‘메리크리’가 그의 마음을 환기시켰음을 알렸다. 이어 “이 노래가 14년 전에 나왔다”며, “자의든 타의든(웃음) 매년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메리크리’를 부르는데, 부를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홍보송 ‘서울의 빛’을 불러달라는 관객의 요구에 “‘서울의 빛’ 말고”란 대답으로 웃음을 불러 모은 보아는, 그의 매니저가 엔딩곡으로 ‘먼 훗날 우리(Someday Somewhere)’를 추천했다며 잠깐의 가창으로 합창을 이뤄냈다. 엔딩곡은 새 앨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가수의 바람이 담긴 한국 정규 9집 앨범 수록곡 ‘습관(I want you back)’이었다.
이어 가수는 준비한 노래가 모두 끝났음에도 “한 곡 더”를 외치는 관객을 위해 “1번 ‘공중정원’, 2번 ‘한별’, 3번 ‘아틀란티스’”란 선택지를 준 뒤 ‘아틀란티스의 소녀’ 1절을 무반주로 관객과 함께 가창했다. 보아는 “감사하다. 진짜 오늘 엄청 즐겁고 행복하다. 팬 분들의 사랑 덕에 2019년에도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인사를 건넸다.
공연일 기준 딱 열흘 전,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콘서트 취재 요청을 받았다. 눈을 의심했다. 한국 첫 단독 콘서트 ‘보아 스페셜 라이브 2013 히어 아이 엠(BoA Special Live 2013 Here I am)’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렸고, 데뷔 15주년 공연 ‘2015 보아 스페셜 라이브 나우니스’는 상업 가수에게 그 문을 쉬이 열지 않는 세종문화회관이 무대였다.
현 가요계 최고점을 달리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초기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이번 공연장 예스24 라이브홀(구 악스홀)이다. 정규 투어보다 음악을 중시하는 ‘보아 더 라이브’지만, 약 2배에 달하는 관객석 차이는 허튼 의심을 만들었다.
소규모 공연장 공연은 유명세 하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거다. 게다가 이번 공연은 앞서 언급했듯 국내곡 10곡이 세트 리스트에 포함된 일본 공연. 한국 관객은 가수가 일본에서 발매한 정규 9집 앨범 수록곡도 함께 들을 수 있는 공연에 입장한 셈이다.
하지만 세간의 인식이 어떻든 관객과 보아는 같은 공간에서 서로 같은 노래를 불렀다. 신나고 기쁘고 활기차게. 가수는 그가 미래에도 노래 불러야 할 이유를 찾았고, 관객은 그가 앞으로도 보아를 응원해야 할 근거를 발견했다.
보아가 처음부터 라이브 공연을 잘한 건 아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일본 데뷔 후 에이벡스 관계자로부터 ‘단독 콘서트를 하려면 10년은 걸릴 것’이란 질타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가수는 부단히 노력한 덕에 지금의 ‘보아’가 됐다. 또한, 보아는 무대에 올라가기 전 그의 수명이 1년씩 줄어드는 것 같은 긴장을 느끼는 가수다.
가수는 그간의 노력을 바탕, 그의 걱정을 이겨내며 관객에게 최선을 선보였다. 노래와 춤을 완벽히 함께하는 보아의 모습은 물론, 그의 언급처럼 국내서 만날 수 있는 보아와는 또 다른 보아를 관객에게 건넸다. 공연장 특성상 보다 가까이서 보아를 만날 수 있는 건 이제야 응원봉이 생긴 팬들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었다. 눈앞의 가수가 지근거리에서 웃고 말하고 노래하는 모습을 공연 내내 지켜본 관객이 승자였다.
다만 일본 콘서트를 안일하게 가져온 점, 특히 ‘메리-크리(Merry-Chri)’란 제목의 동명 번안곡이 존재함에도 굳이 일본 원곡을 부른 점은 이날 공연의 실책이었다.
공연 중간 보아는 새우맛 버거를 언급했다. 공연하기 전 든든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 그는, 영하 12도 날씨에 식어도 문제없는 음식을 고민하다가 햄버거를 먹었다며 관객에게 친근감을 드러냈다. “드셔보셨어요? 근데 이건 만들어놓은 거 먹으면 안 돼요. 가서 되게 정중하고 불쌍하게 ‘새로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해아 해요. 따끈따끈한 거 드셔보세요.”
마침 이번 공연은 가수가 언급한 패스트푸드점의 기성품이었다. 한국어 노래를 함께 선보였지만, 국내 공연만의 독자성은 희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아 더 라이브 2018 인 서울’은 앙코르 무대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는 맛있는 공연이기도 했다.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답은 가수의 노래, 춤, 이야기 등을 근거리서 볼 수 있는 따끈따끈한 기운이었다.
보아는 이른 데뷔 탓에 전성기가 빨리 온 가수다. 공연장 규모가 작든 크든 그는 여전히 타국과 자국 모두에서 인정받은 한일 하이브리드 가수다. 과거 영화(榮華)의 빛바램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노래하는 보아(BoA)의 공연을 국내서 더 자주 만나고 싶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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