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션이나 세럼 등 화장품을 사용하다 보면 내용물이 남아도 버려야 할 때가 있다. 화장품 용기의 펌프가 마지막 남은 내용물을 끌어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함을 ‘풍선형 실리콘 용기’로 해결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지난해 열린 범정부 창업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18’에서 우승한 이너보틀이다.
이너보틀은 실리콘을 이용한 화장품 용기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 안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실리콘 파우치가 쪼그라들면서 내용물을 모아줘 용기 안에 남는 내용물을 최소화한다. 기존 펌프 방식을 사용할 때 전체 용량의 10%까지 버려지는 반면 실리콘 파우치를 쓰면 이를 2%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하기도 편리하다. 대부분의 화장품은 보습제를 비롯한 다수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재활용을 위해 용기를 정밀하게 세척해야 한다. 세척 비용이 높아지면 그냥 폐기처분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실리콘 파우치를 사용하면 플라스틱 용기를 직접 세척할 필요가 없어 비용이 절감된다.
오세일 이너보틀 대표(사진)는 “한 해에만 수백만t의 화장품이 버려지는데 내용물과 플라스틱 용기 모두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혀왔다”며 “이너보틀의 솔루션은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일상 속 불편함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가 창업한 계기도 일상 속 불편함에서 시작됐다.그는 창업 전 변리사로 활동했다. 평소 비싼 샴푸를 썼지만 매번 용기 안에 남는 샴푸 용액이 버려지는 게 무척 아까웠다고 했다. 풍선과 같은 실리콘 파우치를 사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난해 2월 창업에 뛰어들었다.
오 대표는 변리사로 활동한 만큼 창업 절차와 특허에 관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창업의 길은 험난했다. 실리콘 생산부터 벽에 부딪혔다. 실리콘이 제대로 부풀지 않거나 터지는 일도 많았다. 1년 동안 직접 관련 기술을 배우고 여러 논문을 공부한 끝에야 적합한 실리콘을 생산할 수 있었다. 오 대표는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관련된 특허는 10개 출원했다”며 “국내 화장품 업체인 미샤를 비롯해 여러 업체로부터 제의가 들어와 20만 개 이상의 주문량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너보틀은 기술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기관들이 주최한 도전 K-스타트업 2018에서 135개의 참가 기업을 제치고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본선을 거치면서 창업지원기관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올해엔 투자금을 바탕으로 보다 저렴한 재질인 라텍스 기반의 용기도 개발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샴푸나 세정제 등 각종 일상용품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저렴한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며 “100대 화장품 브랜드 중 20개 업체에 납품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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