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사라진 닛산/인피니티 디젤 라인업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한국닛산과 닛산 본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차에 부착하는 연료효율 표시 스티커와 카탈로그, 홍보물 등에 잘못된 효율정보를 표시하고 유로6 규정을 충족하는 것처럼 광고했다"고 과징금 부과 이유를 들었다. 대상차종은 인피니티 디젤 세단 Q50 2.2d와 닛산 디젤 SUV 캐시카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해당 제품의 경우 이미 판매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공정위의 결정은 지난 2016년 배출가스 불법조작 임의설정으로 판매를 중단한 사안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한국닛산은 지난 3년간 '디젤 인증 잔혹사'라고 불러도 될 만큼 고난의 시간을 보냈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과연 한국닛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작은 2016년 5월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경부는 "시험과정에서 캐시카이의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특정 조건에서 작동하지 않게 설정을 임의로 바꿨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캐시카이는 흡기온도 35도에서 EGR 작동이 멈췄고 유로6 환경 기준의 20.8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한국닛산은 즉각 "캐시카이는 이미 유럽에서 유로6 인증을 충족했고 한국에서도 적법한 인증절차를 통과한 차"라며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 어떠한 차에도 불법조작 및 임의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닛산은 또 "EGR 작동조건을 국내법에는 명문화하지 않았던 만큼 흡기온도가 올라 EGR이 꺼져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환경부 청문회는 닛산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6월7일 캐시카이 814대의 인증 취소 및 리콜 명령과 함께 과장금 3억4,000만 원을 부과했다.
-닛산/인피니티 주력 디젤 차종 판매 중지
-한국닛산과 판매사,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
2017년 1월에는 인증서류 조작을 문제삼아 환경부가 인피니티 Q50 유로6 디젤차의 판매를 중단했다. 환경부는 "일본에서 시험한 적이 없는데도 일본 시험성적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국토교통부는 연비시험성적서를 조작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한국닛산 법인과 전·현직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고, 이와 별개로 같은 해 3월 산업부는 연료효율 표시와 관련해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다. 12월에는 검찰이 한국닛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2018년 2월 임직원 4명을 기소했다. 3월에는 공정위까지 나서 캐시카이와 Q50의 허위 광고를 조사했고, 결국 이번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3년간 한국닛산은 진출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출시 2개월만에 알티마 판매를 넘으며 닛산의 주력차종으로 자리잡았던 캐시카이, 인피니티 판매의 70% 정도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압도적이었던 Q50의 판매중단이 그 시작이었다. 이에 따른 실적 악화로 판매사들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이와 관련한 책임을 물어 타케이코 키쿠치 한국닛산 대표를 퇴사시켰고, 한국닛산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카만 수입, 판매했다.
업계는 첫 판매중지의 원인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경우 테스트중에 배출가스 양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넣었고 이 사실을 인정한 반면 닛산은 엔진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온도에서 EGR을 멈췄을 뿐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행위는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테스트했지만 캐시카이의 사례를 임의조작으로 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관련 제도의 과도한 해석이 기업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후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임의설정 논란은 3년동안 디젤 인증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만들었다. 40%를 차지하는 수입 디젤차 점유율을 고려했을 때 한국닛산으로선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형국이다.
결국 이번 한국닛산 사태는 제도의 미비점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 문제는 제도의 해석에 있다는 것. 잘못을 바로잡는 건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석이 반드시 전제돼야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걸 한 기업의 억울한 3년이 잘 보여주고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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