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모빌리티, "단일 솔루션으로 한계 있어"

입력 2019-02-15 08:00  


 -모빌리티 문제, 한 가지 해법으로 풀 수 없어
 -승차공유, 한국적 방식으로 접근 필요
   
 지난 10일 카이스트 도곡캠퍼스에서 KCERN 주최로 '세상을 바꾸는 토론회(세바토)'가 열렸다. 민간 연구단체인 KCERN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혁신을 주제로 마련한 일종의 집중 토론이다. 

 이날 주제는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으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화두인 스마트시티와 관련한 모빌리티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토론을 이끈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모빌리티는 인간과 시공간의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며, 단일 솔루션을 고집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정부는 직접적인 사업에 개입하기보다 인프라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민화 교수 외에 이 자리에는 <자동차의 미래권력> 저자이자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권용주 교수, 차원용 창조경제연구위원, 그리고 <이동의 미래> 저자인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 위원 등이 참석했다. 

 먼저 최근 모빌리티 분야에서 트렌드로 떠오른 '퍼스트-라스트 마일(대중교통과 도착지 또는 목적지 사이의 거리)' 개념에 대해선 국내 적용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은 마을버스 등의 시스템이 이미 충분히 잘 갖춰져 있다는 것. 국민대학교 권용주 교수는 서울시의 따릉이 정책을 예로 들며 정부의 역할은 인프라 조성에 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모빌리티를 직접 투입하는 것보다 민간 사업자가 다양한 모빌리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차원용 창조경제연구회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도시 계획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 전기 자전거나 전동스쿠터 등 적합한 퍼스트&라스트 마일을 위한 모빌리티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무분별한 모빌리티 도입은 중구난방이 될 수 밖에 없고, 서울시의 따릉이처럼 적자에 시달려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두원 연구위원 역시 거시적인 관점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차 위원은 "현재 국내는 카풀, 승차공유, 초소형 모빌리티가 개별적으로 구분돼 있어 정책도 쪼개져 있고, 담당 공무원도 다르다"며 "지자체 또는 정부 차원에서 큰 틀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인 카풀(승차공유)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권 교수는 한국에서 승차 공유가 어려운 이유는 높은 자동차 보급률과 저렴한 택시비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자동차 보급률이 떨어지거나, 택시비가 현저히 비싸거나 둘 중 하나의 조건이 있어야 승차 공유가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정부에서도 규제를 풀어줄 수 있는 명분이 된다"며 "그러나 한국은 이 두 가지 조건 충족이 모두 어려워 승차 공유가 허용되면 기존의 대중교통 수요가 카풀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승차 공유는 장기적으로 도입될 수밖에 없는 만큼 스마트시티의 미래적 관점보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구축한 교통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택시의 경우 퇴로를 열어주고 승차 공유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차원용 위원은 승차공유가 개인의 차로 운영되는 만큼 법적 지위의 모호성, 합의되지 않은 세금 책정 방식, 서비스의 질적 문제를 이유로 국내에 적법한 모빌리티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택시의 서비스 질 향상을 목표로 자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최근 여성들을 위한 웨이고 레이디, 애완동물을 위한 웨이고 펫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승차 공유의 무조건 반대가 아닌 우리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라며 승차 공유가 공유경제의 시금석임은 분명하지만 한국의 교통체계를 감안할 때 다른 국가의 사례를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민화 교수 또한 "거시적으로 공유경제의 흐름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것이고, 소비자 후생 관점에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소비자 후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진도가 필요하고, 동시에 창조적 파괴에 속해가는 산업군(택시 등)에 대한 퇴출 경로를 열어주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상용화를 눈앞에 둔 자율주행에 대해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차두원 위원은 레벨4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선 전용도로가 먼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오는 2021년에 실현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공언하는 2021년 출시는 일종의 '프로토타입 착각'"이라며 "현행 레벨3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차도 교통 혼잡 등 도로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을 포함해 포함해 법적 및 윤리적 문제 등을 기술과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는 참석자 모두 공감을 표시했다. 자율주행 레벨4는 2021년까지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될 것이며 본격화되는 시점에는 도로 인프라 등 많은 장애들이 예상되고 있어 궁극의 자율주행인 레벨5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한국형 자율주행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어 권 교수는 제조물의 관점이 아니라 혁신의 관점에서 기업이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제조물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시야는 한계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구글이 웨이모를 설립한 것처럼 현대차그룹 역시 모빌리티 기업 전환을 선언했으면 그에 걸맞도록 모빌리티부문 의견이 독립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차두원 위원은 현대차가 시행중인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부족한 기술을 외부에서 흡수하는 형태로 글로벌 기업들과 수평 제휴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한계점을 노출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대차는 자율주행을 위한 행보가 너무 뒤쳐져 M&A나 전략적 제휴 등을 맺는다 해도 이미 늦어 수소전기차에 미래를 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노후 경유차 해결 등 지속가능성 문제는 에너지와 연동시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미래 전략 관점에서 볼 때 운송분야의 미세먼지 저감은 배터리 전기 또는 수소 등 에너지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와 관련, 차두원 위원은 우리 정부의 수소경제에 대해 성공 확률을 50%로 내다봤다. 생산성과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져 당장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 그는 "정부가 수소 활성화로 120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에측했지만 이런 수치는 오히려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나오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미세먼지는 노후 경유차 문제가 우선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를 위해 성능을 높인 매연 저감 장치 개발과 지속적인 노후차 교체 보조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근본적으로 경유의 세금 조정을 통해 경유 사용을 줄이는 쪽으로 정부가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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