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라라랜드', 낭만과 현실을 상징한 자동차
영화 '위플래시'로 이름을 알린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청춘 남녀의 꿈과 사랑을 그린 음악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 지난 2016년 12월에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이후 각종 시상식도 휩쓸었다. 국내에서도 359만 관객을 동원하며 음악영화 중 역대 5위에 올랐을 만큼 주목받았다.
주인공들이 성공하고 싶은 LA의 상징이자,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스톤)는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오디션을 보지만 결과는 늘 실망스럽다. 재즈 피아니스트인 세바스찬(라이언고슬링)은 레스토랑에서 연주하는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지만 사장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결국 또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집에는 밀린 고지서가 쌓여 있다.
현실은 우울하고 가진 것은 꿈 뿐인 두 사람. 운명처럼 다시 만난 미아와 세바스찬은 아직 미래가 없지만 서로의 꿈과 열정에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늘 최고라며 응원해주는 세바스찬 덕분에 미아는 용기를 갖고 자신만의 무대를 준비하기 시작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고집하던 세바스찬은 미아에 대한 사랑과 경제적 책임감에 떠밀려 밴드 제의를 수락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서로를 위한 선택이지만 서로 원했던 모습과 달라진 두 사람은 갈등 끝에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그래도 서로에 대한 애정은 여전한 두 사람.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찾아온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끝까지 응원하고 "흐르는 대로 가보자"며 그녀를 넓은 세상으로 보내준다.
몇 년이 지나 그들은 각자 원하던 성공을 이룬다. 그리고 그 성공에 반드시 함께일 것 같은 두 사람은 결국 남남이 돼 있다. 세바스찬이 운영하는 재즈클럽에서 재회한 두 사람. '만약 그때 이런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속에 이루지 못한 다른 꿈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살면서 누구나 상상을 한다. '그 때 그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그 때 그 일을 시작했더라면..', '지금과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영화는 결국 현실에서 꿈과 사랑을 모두 잡기 어렵다는 씁쓸한 결말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가장 현실적인 결말로 판타지를 극대화해 깊은 여운을 준다.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인생작'으로 꼽는 이유는 자기들만의 라라랜드에서 꿈꾸고 사랑하고 낭만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저마다 미아와 세바스찬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차"와 함께 보는 영화 속 자동차
영화에서 자동차는 캐릭터와 현재 상황 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자동차가 상징한 의미를 알고 나면 영화의 결말은 이미 짐작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배우로 꿈을 키우는 미아의 차는 토요타 프리우스(Toyota Prius). 현재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성과 고효율이다. 라틴어로 '앞서간다'는 뜻이 담긴 '프리우스'는 그녀의 성공적인 미래와도 연결된 느낌이 든다.
1997년 등장한 프리우스는 무려 22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의 힘을 합한 하이브리드로 주목받았고, 효율은 ℓ당 20㎞를 넘는다.
1세대는 전형적인 세단에 공기 저항을 감소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입혀 주목을 받았지만 토요타 동급인 제품인 코롤라 인기에 밀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미아가 타는 것이 바로 2세대. 2003년 8월에 출시됐는데 1세대의 4도어 세단에서 5도어 해치백으로 변경됐다. 키를 주머니에 넣은 상태에서 잠금을 풀 수 있는 키리스 오픈 도어 등 최신 기술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2세대는 북미와 유럽에 진출해 미아에게도 판매된 셈인데, 영화에서 발레파킹한 프리우스 키를 찾는데 온통 프리우스 키만 걸려 있는 장면이 보여주듯 LA에선 흔한 게 배우 지망생이자 그 배우 지망생만큼이나 많은 차가 프리우스였다.
2009년 3월에 출시된 3세대는 디자인, 성능 등이 보다 진화해 1세대부터 2세대 판매를 합한 것보다 판매가 급증하더니 2015년 12월에 출시된 4세대는 수소전기차인 '미라이'의 디자인을 일부 참고해 보다 파격적인 변신과 복합기준 효율이 21.9km/ℓ에 달하는 효율이 부각되며 등장했다.
반면 세바스찬이 타고 다니는 고풍스러운 클래식 자동차는 1982년식 '뷰익 리비에라 컨버터블(Buick Riviera convertible)'이다. 뷰익은 GM 산하 브랜드 중 하나로 미국에선 가장 오래된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그 중 1963년 등장한 '리비에라'는 낭만적인 이탈리아 해안선의 이름을 담은 제품으로 세바스찬의 전통 재즈 고집을 은연 중에 대변하고 있다. 그 고집스러움과 자유 기질, 낭만적인 성격을 리비에라에 고스란히 투영시킨 셈이다.
영화에서 또 하나 관심을 끄는 차는 '볼보 V60 폴스타(Polestar)'다. 미아가 헐리우드 스타가 되면서 차를 바꿀 때 등장한다. 일종의 성공과 신분 상승을 의미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볼보 중에서도 '폴스타(Polestar)'라는 대목이다. 2015년 볼보가 고성능을 위해 '폴스타 레이싱팀'을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BMW 'M', 메르세데스-벤츠 'AMG'와 같이 고성능 프리미엄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기대 이상의 성공을 암시하고 있다.
장주연(방송작가)
*현재 유튜브 방송 '봉만대 권용주의 영차', MBC라디오 표준FM '차카차카', KBS 1라디오 '시사夜'의 작가이자 자유기고가이다.
*이 영화는 '봉만대 권용주의 영차' 2편으로 방송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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