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야 할 고비 많은 소프트뱅크

입력 2019-04-08 18:04   수정 2021-07-21 14:46

소프트뱅크 주가가 최근 테크랠리(기술주 주도 장세)에서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 앞길에는 커다란 장애물도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기술주들이 한 차례 쇠퇴한 다음 부활하는 장세에서 소프트뱅크는 강세를 보였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 50% 가까이 상승했다. 소프트뱅크 주식의 회복 속도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보다 훨씬 빨랐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알리바바 주식 26%(1220억달러·약 136조원)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정도였다.

다만 차량공유 기업 리프트가 지난달 29일 나스닥 상장 후 보여준 것처럼 이런 첨단 기술주에 대한 낙관론은 후퇴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리프트는 과장 광고로 주목받았던 기업공개(IPO)에서 23억달러를 조달해 평가액이 240억달러로 상승했다. 하지만 상장 2일째에 리프트 주식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공개 가격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스타트업 IPO 경쟁 치열

이것은 우버를 포함해 1000억달러에 가까운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가 투자하는 비공개 기업들(물론 이들 대부분은 상장을 목표로 한다)의 포트폴리오에 있어선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IPO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 같은 올해에 비전 펀드가 투자하는 기업들은 다른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 예를 들면 헬스용 자전거 기업인 펠로,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등과 자본 유치 경쟁을 하게 될 것이 뻔하다.

소프트뱅크가 계획하고 있는 미국 모바일 기업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에 대해서도 현실성을 둘러싸고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 이 합병은 미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이 필요하다. 시장에선 수개월 전만 해도 이들의 합병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들어 반독점 우려를 이유로 의회와 소비자 단체 등에서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스프린트 주가는 지난해 12월엔 T모바일의 인수 제시 가격보다 9% 떨어졌고, 현재는 22%나 밑돌고 있다. 이런 사실은 투자자들이 이 거래가 연기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UBS의 애널리스트는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을 불과 50%로 추정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거액의 빚을 안고 있는 스프린트를 회계 장부에서 분리해 차세대 통신 규격인 5세대(5G)를 위한 투자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라쿠텐 日모바일 진출도 악재

소프트뱅크는 또한 일본 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통신시장에서 오랫동안 지배적 위치를 점해왔던 모바일 대기업 3개사 중 한 개 기업의 주식 6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의 ‘거인’이면서 IPO의 최대 수혜 업체인 리프트의 최대주주 라쿠텐이 일본 모바일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잠재적으로 지금보다 더 싼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에 있는 애시메트릭어드바이저스의 선임전략가 아미르 안바르자데에 따르면 라쿠텐의 고객층은 소프트뱅크 고객층과 겹칠 공산이 크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2개월 전 발표한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덕분에 일시적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지난 2월 말까지 그 자금의 대부분을 써버렸다. 투자자들은 차라리 이 기업 주식을 현금화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재키 웡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기고한 칼럼 ‘No Lyft for Soft Bank’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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