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주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지난 10년 정말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미니홈피에 일기를 쓰던 시절부터 블로그에 일상을 공유하던 시절 그리고 이제는 SNS로 글로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
유독 귀에 잘 들리는 또렷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인플루언서’라는 용어도 생겼다. 플랫폼과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변화해왔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소통’이 있었다.
“인스타그램보다 먼저인 블로그 세대이기에 고객층과 그 충성도가 더 단단하다. 그러다 보니 신뢰도가 자연스레 쌓이는 거 같다. 일상 포스팅은 물론 고객들과 소통도 많이 해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2013년 우리에게 아직 블로그가 익숙하지 않던 시절, 기상 캐스터에서 ‘미국 새댁’이 된 이윤영. 개인 블로그에서 홀로 구매 대행을 시작했던 그가 현재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6만 3천여 명을 보유한 비니앤컴퍼니의 대표이자 ‘핫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워킹맘으로 바쁜 생활 중인 그는 화보 촬영을 위해 한국으로 빠른 발걸음을 내디뎠다. 패션과 뷰티에서 시작해 육아용품 사업까지 발을 뻗게 해준 ‘소통’과 함께한 지난 7년의 시간을 돌아봤다.
Q. bnt와 화보 촬영 소감
“bnt 화보가 유명해 자주 봤다. 유명한 셀럽들이나 연예인분들이 많이 촬영하기도 하고 잘 찍는 거로도 유명하더라. 그런데 이런 영광스러운 기회를 얻게 되어 재미있게 촬영에 임했다. 물론 스태프들 모두 잘 도와주셨기에 잘할 수 있었다(웃음)”
Q. 마음에 드는 콘셉트가 있다면
“시크한 느낌의 마지막 콘셉트가 가장 좋았다. 자신감 넘치는 여성의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 시작하기 전에는 표정이 어색해서 조금 힘들었는데 점점 몸과 표정이 풀려서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Q. 싱가포르 거주 중이라 들었다. 한국과 싱가포르에 자주 오가고 있나
“일 때문에 자주 오가는 편이다. 여섯 시간이라 길다고 하면 길고 가깝다고 하면 가까운 거리다. 왔다 갔다 일하면서 싱가포르로 돌아가면 가정에 충실함과 동시에 일도 열심히 하고 있다”
Q. 많은 나라 중 싱가포르에 진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남편 직장이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포지션이다. 그전에는 미국에도 살았는데 남편 직장 따라 이동하고 있다. 지금은 일 때문에 아이와 한국에 와 있지만 남편은 출장이 잦아서 함께 오지 못했다”
Q. 싱가포르에도 고객이 많나
“싱가포르에서 팝업 스토어 행사도 많이 했다. 싱가포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분들도 되게 많이 오신다. 싱가포르에 사는 한국 분들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할 수 없어 불편해하시더라. 그러니 일 년에 두세 번 주기적으로 팝업 스토어를 하면 자연스레 잘 찾아와 주시는 것 같다”
Q. 그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평소에 꾸미는 스타일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트레이닝복 차림에 민낯으로 다니는데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민망하더라(웃음)”
Q.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남편 일 때문에 결혼하고 나서 바로 미국으로 가게 됐다. 막상 하던 일을 그만두고 미국에 갔을 때 아무것도 안 하니 심심하더라.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성격에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터라 미국에 가자마자 구매 대행을 시작했다. 이전에는 결혼 준비 관련 블로그 포스팅을 하다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구매 대행을 시작한 거다. 일상 포스팅도 많이 했더니 재미있게 봐주셔서 빠른 시간에 이웃이 많이 늘었다. 그러면서 구매 대행을 하니 블로그가 많이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자체 제작 제품을 선보인 것은 아니었다. 예쁜 브랜드 제품을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 대행하면서 의류 쪽으로 뛰어들게 된 거다. 고객분들이 내가 직접 고른 물건을 많이 좋아해 주시다 보니 고객님들이 좋아하실만한 스타일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시작했다”
Q. 이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사실 패션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패션 쪽에서 일해 본 적도 없다. 마지막 일을 했던 게 기상 캐스터 일이었다”
Q. 낯선 곳에서 사업을 혼자 시작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어디에 가든 적응을 빠르게 하는 편이다. 미국에서도 심심하고 무료한 것 때문에 시작했으니 혼자 있어 외로운 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소박한 규모로 시작해 빠르게 커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놓쳤던 부분이 많더라. 그런 것들에 태클이나 컴플레인이 들어오면서 혼자 여러 가지 좌충우돌했다”
Q. 밥이핫딜, 공동구매 이름이 특이한데 어떻게 짓게 됐나
“민망한데(웃음). 예전부터 바비 인형을 좋아하기도 했었고 키가 크다 보니 친구들이 장난으로 별명처럼 불렀던 게 ‘밥이’었다. ‘바비’는 민망하니까 ‘밥이’로 불렀는데 일을 하다 보니 고객들의 귀에 쏙쏙 들어올 수 있는 업체명이 필요하더라.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만든 게 밥이핫딜. 아무래도 미국이 세일을 많이 하기도 하고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핫딜’이 많다. 그래서 밥이핫딜이 됐다. 지금은 스텔라비도 있고 비니앤컴퍼니로 성장했지만 밥이핫딜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되게 많더라”
Q. 블로그부터 인스타그램 세대까지 ‘트렌드세터’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사실 블로그를 조그맣게 했을 때가 더 고객들과 소통할 기회도 많고 더 좋아해 주셨다. 감정 표현이나 속마음 등 여러 가지 깊은 소통을 할 수 있었는데 인스타그램은 아무래도 사진 하나로 표현하다 보니 그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고객님들과 멀어진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고 느껴 작년부터 라이브 방송을 하며 고객들과 소통했다. 내가 사진으로만 보면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인데 말하거나 직접 겪어보면 털털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더라. 그런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소통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Q. 요즘 ‘레드오션’이라고 불릴 정도로 온라인 의류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 속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본인만의 비결은?
“성공한 건지 모르겠는데(웃음). 아무래도 다른 분들에 비해 일을 오래 한 편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너무 많은 인플루언서, 셀럽들이 있다. 나는 인스타그램보다 먼저인 블로그 세대이기에 고객층과 그 충성도가 더 단단하다. 그러다 보니 신뢰도가 자연스레 쌓이는 거 같다. 일상 포스팅은 물론 고객들과 소통도 많이 해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Q. 분명 다른 비결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처럼 직접 판매하기 전부터 친구들한테 ‘이거 나왔는데 너무 좋아. 한 번 써봐’ 이런 말 하면 친구들이 ‘어, 그게 뭔데?’ 하며 솔깃해하더라. 판매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추천해주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신기하게 다 구매하더라. 말솜씨가 좋나 보다(웃음). 지금도 지인들 만나면 ‘왠지 너가 얘기하면 사야 할 거 같아’ 이런 얘기를 종종 하더라”
“매출 생각을 많이 안 하는 편이다. 제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고객님들이 이 가격을 좋아하실 수 있을까’, ‘내가 마진을 덜 남기더라도 우리 고객님들이 이 가격을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구매하실 수 있을까’다.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제품이 나한테 맞지 않거나 좋지 않으면 아예 보지를 않는다. 어떨 때는 너무 좋은 제품인데 마진이 너무 낮아도 이벤트식으로 진행한다. 이런 것들을 솔직하게 말하니 오히려 고객님들이 그런 마음을 알아주시고 신뢰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
Q. 제품 하나하나 직접 고르는 건가
“그렇다. 이 정도 오래 일하면 보통 직원들이 블로그 포스팅을 하거나 제품 설명을 대신 쓰는 경우도 많더라. 그런데 직접 쓰지 않으면 티가 난다. 진심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지금도 직접 하고 있다”
Q. 몸매와 피부 관리 비결은?
“원래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다. 임신했을 때 ‘먹덧’ 때문에 뭣 모르고 너무 많이 먹어버렸다. 살이 급격히 찌는데 다이어트를 전혀 모르니까 우울하기만 하더라. 그러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무식하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때 이너 뷰티 제품이 많이 나온 시점이라 좋은 것들을 많이 먹고 식단 조절을 하다 보니 예전 몸으로 돌아왔다”
“피부는 원래 뷰티 쪽에 관심이 많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뷰티 제품들을 셀렉해서 고객님들께 보여드리니 의류를 좋아하셨던 분들이 함께 좋아해 주시더라. 아무래도 제품 테스트도 많이 하면서 여러 제품을 많이 써본다. 해외에 살다 보니 한국처럼 피부과에 자주 갈 수 없어 홈 케어에 집중하게 된 것도 있다”
Q. 최근에는 육아용품 사업도 시작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사실 처음부터 사업으로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나니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엄마였다. 한국에 있으면 산후조리원 동기도 있고 지인들도 많아서 추천받을 수 있었겠지만 해외에 사니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직접 슈퍼에서 좋은 제품들을 골라 아이한테 써보고 가장 좋았던 제품이 지금의 애플크럼비 기저귀다. 이런 건 한국에 없는데 들어가면 정말 좋겠다 싶어서 본격적으로 한국으로 수출하게 됐다. 엄마의 마음으로 직접 아이한테 썼던 거라 그런지 몰라도 써보신 고객님들 반응이 되게 좋다”
Q. 그럼 지금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 분야는?
“요즘에는 뷰티에 많은 관심을 주셔서 그곳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도 이 나이 또래 육아용품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더라. 패션이나 뷰티 분야는 너무 많은 분들이 하니까 언제 질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지만 육아용품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긴 하다”
Q. 육아에 바쁜 스케줄 병행이 힘들지 않나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는 거 자체가 정말 쉽지 않은 거 같다. 그래도 육아맘이라고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내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잠을 많이 못 자고 있긴 하다. 예전에는 7, 8시간 자던 걸 지금은 힘들어도 잠을 쪼개면서 내 것들을 다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그리고 가족들이 옆에서 많이 지지해줘 큰 힘을 얻고 있다”
Q. SNS에 가족들을 노출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남편도 처음부터 노출하지 않았다. 내가 공개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족을 굳이 노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신생아 때부터 성장 과정을 자주 보여줘서 고객님들이 많이 예뻐해 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프리스쿨에 다닐 정도로 컸고 말도 시작하다 보니 아무래도 노출하는 게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 생각이 들더라. 가족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서다”
Q. 사업 7년 차, 돌아보면 어땠나
“7년이라니 벌써 오래됐다(웃음). 처음부터 잘 됐던 케이스라 유명세도 많이 탔고 거만함도 많았다. 악성 댓글이 많이 달릴 때도 있고 힘든 일을 겪다 보니 겸손해졌다. 예전에는 누가 날 따라 하거나 나보다 더 잘 나가다 보면 질투도 많이 나 미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럴 것 없이 같이 잘하면 되고 서로 도와주면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보니 마음이 넓어지고 사람이 바뀌더라. 친한 인플루언서도 많고 지인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라 사람들이 인맥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7년이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다기보다 일하면서 겪었던 것들을 하나씩 지나보니 겸손함은 물론 친화력이 많이 생겼다”
Q. 인플루언서 주아민과도 친분을 자랑하더라. 어찌 보면 라이벌인데
“그런 거다. 예전 같았으면 ‘저 언니 뭐야?’ 했을 텐데 지금은 친하게 잘 지낸다. 오히려 지금은 서로 인스타그램에 제품을 올려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어 좋다. 언니한테 배울 점도 많다”
Q. 사업 외에 해보고 싶은 취미나 활동이 있다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골프를 해보고 싶다. 일이 많다 보니 시간이 없어 운동도 꾸준히 해보고 싶다”
Q. 쉬는 시간이 없는 건가
“주말에는 좀 쉬긴 한다. 작년까지는 일 중독이라 시간을 쪼개지 못했다. 올해부터는 ‘워라밸’을 잘 맞추고 싶다”
Q. 이윤영 이름 앞에 붙고 싶은 수식어
“‘몇억 대 매출 CEO’(하하하). 비니앤컴퍼니를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웃음)”
Q. 앞으로의 목표나 본인이 꿈꾸는 미래
“육아용품 사업을 시작한 지가 아직 일 년도 안 됐다. 제품도 좋고 아직 마케팅을 많이 안 했지만 입소문이 많이 퍼졌다. 여러 가지 제품이 더 많이 들어올 예정인데 비니앤컴퍼니 육아용품 사업을 내년까지 더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사실 지금 하는 것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고 다 잘하고 싶다(웃음). 여러 가지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힘들긴 해도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비니앤컴퍼니가 유한킴벌리처럼 안정적이고 큰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뷰티나 패션 시장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 언제 질지 모른다. 그런데 나처럼 동시에 육아용품 사업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메리트인 것 같다. 기회라 생각하고 많은 것들을 개척해 더 큰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다”
에디터: 나연주
포토: 설은주
헤어: 미즈노블 성자 실장
메이크업: 미즈노블 진하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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