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빛의 GO!투자]워런 버핏 따랐더니 첫 '수익'…"S&P500 ETF 쏠쏠하네"

입력 2019-04-18 14:19   수정 2020-07-28 15:22

직장인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승진해서 연봉이 오른다거나 예상치 못한 성과급을 받을 때겠지만, 아쉽게도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꽁돈'을 벌기 위해 오늘도 투자를 합니다. 고은빛 기자가 쌈짓돈 100만원을 갖고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섭니다. 고 기자의 투자기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투자하는 직장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3.00%

뜬금없이 숫자냐구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의미있는 숫자입니다. 이번 투자 체험기에서 얻은 수익률입니다. 처음으로 한 자릿수대 수익률을 거뒀습니다! 4월 18일 기준 수익률입니다.

전날 기준 3년물 국고채 수익률 1.78%보다 높고, 2018년 퇴직연금 수익률 1.01%보다 높습니다. 네, 제대로 된 수익에 들떠서 국고채와 퇴직연금 수익률까지 끌고 왔습니다.

그간 전 해외주식, VIX ETN, 공모주, 증권사 추천종목, 유안타증권 티레이더 등 총 5번의 투자를 했습니다. 공모주 0.152%를 빼고 모두 손실을 봤습니다. 3%의 그나마 괜찮은 수익을 얻기까지 5번의 쓴맛을 봤어야 했습니다. 아 괜히 글도 술술 잘 써지는 느낌입니다. 흔히 말하는 7전8기까진 아닙니다. 6번째 투자 만에 제대로 수익을 냈으니 선방했습니다. 네, 자화자찬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 투자실력이 갑자기 좋아진 건 아닙니다. 모든 공은 투자대가인 워런 버핏 형님에게 돌립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은 S&P500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내 유서에 재산의 10%는 미국 국채를 매입하고, 나머지 90%는 전부 S&P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할 것을 명시했다"고까지 했습니다.

유명한 투자대가가 얘기한다면 내가 직접 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 투자 경력은 버핏의 발끝에도 못 미치니까 말이죠. 인덱스펀드는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따라가도록 만들어진 펀드입니다. 코스피200지수가 1% 상승하면 이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도 1% 올라가는 방식이죠. 장기투자에 적합한 인덱스펀드보다는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ETF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사실 ETF에 대해 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코스닥레버리지ETF로 수익을 얻었지만, 하반기엔 골칫덩어리가 됐습니다. 지난해 9월초 코스닥이 다시 9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에 KODEX 코스닥 레버리지를 샀습니다. 그런데 검은 10월을 맞이하게 된 거죠. 이때 거의 30% 가까이 손실을 봤습니다. 레버리지ETF는 떨어지는 주가에 그야말로 추풍낙엽 신세였습니다. 매일 계좌를 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
는 경험을 처음 했습니다. 괜히 마이너스 통장 이용한 탓에 괜시리 쫓기는 느낌까지 들었죠.


그래서 이번 투자가 저에게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ETF에 대한 아픈 기억도 이겨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제게 희망의 등불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S&P500 ETF를 선택했습니다.

미래에셋대우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앱을 비대면으로 가입했습니다. MTS를 비대면으로 가입하니 1만원이 들어왔습니다. 신규 가입 고객에 대한 이벤트입니다. 100만원으로 제가 1% 수익률을 거둔 것 마냥 기분이 괜시리 좋습니다. 잇따른 손실에 허전했던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덕분에 이번에 제 돈은 99만원만 넣었습니다. 미래에셋대우는 해외주식선물투자 앱을 따로 두고 있는데요. '해외주식 현재창'에 S&P500을 쳐보니 투자할 수 있는 ETF 종류는 78개가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영어를 봤더니 머리가 지끈거렸는데요. GROWTH(성장), DIVIDEN(배당금), VALUE(가치)라는 단어가 빼곡히 적혀있었는데요. 오랜만에 영어실력(?)을 발휘해 상품의 운용 방식을 추측했습니다. 그 중에서 S&P500 지수만을 추종하는 ETF는 'SPDR S&P500', 'VANGUARD S&P500'이 있었습니다. SPDR S&P 500 ETF는 S&P500 추종 ETF 중 가장 오래됐습니다. 하루 평균 거래량은 160억달러 정도인데요. VANGUARD S&P500 ETF는 뱅가드사에서 운영하는 ETF로, 2010년에 나왔습니다. 거래가 가장 활발한 SPDR을 골랐습니다. 수수료는 SPDR이 0.09%, 뱅가드는 0.04%로 조금 비싸긴 합니다.

그래도 대표적인 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미래에셋대우 해외선물주식 앱을 열고, 외화증권 약정, 해외주식매매 신청을 추가로 결정했습니다. 동의서를 읽고 체크하고, 영문이름을 기입하면 끝입니다.



S&P500 ETF에 대한 첫인상은 좋았습니다. 제가 투자를 시작한 시기부터 상승 추세를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동결 기대감에 상승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832.94, 나스닥지수는 7714.48로 마감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10월9일 이후 최고치였습니다. 이때였습니다. 제가 투자를 시작한 시기가 말이죠. 3월19일 새벽 12시 3주를 사들였습니다.

이 시기 S&P500은 올 들어 13% 상승을 기록했던 때였습니다. 꼭지에 사는 걸수도 있지만, 미중 무역협상 등 호재가 있는 만큼 시장은 더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매수한 다음날 아침 잔고를 확인해보니 S&P500 ETF는 전날보다 1.02% 상승했습니다. 제 수익률도 0.36%로 플러스가 됐습니다.

계속 수익률은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22일엔 0.88%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해당 ETF가 279.25까지 오른 덕분이었죠. 2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Fed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했습니다. 원화 환산 투자 수익금도 8376원을 나타냈어요.

하지만 플러스 수익률은 제 곁을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습니다. 슬쩍 옷깃만 스치는 정도였는데요. 그 후엔 제 계좌에 파란불이 찾아왔습니다. 또 너구나 싶었죠.

23일 -1.07%를 기록했습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급락한 여파였습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1.77% 하락했고, S&P500지수도 1.90% 빠졌습니다. 장중 미 국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되면서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진 탓이었죠. 장기물과 단기물 채권의 금리 역전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25일엔 -1.14%까지 손실이 더 커졌습니다. 원화 환산으로 손실 금액은 -1만914원이었습니다. 이렇게 이번에도 3~4% 손실율을 기록하겠구나 싶었지만, 희망은 남아있었습니다.


3월 말에 손실폭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증시가 차츰 안정세를 찾아갔기 때문입니다. 2.3%대까지 떨어졌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4% 수준을 유지하면서 회복세를 나타냈습니다.

여기에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힘을 보탰습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베이징에 도착해 고위급 회담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미국 측은 "강제기술 이전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전례 없는 진전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달 들어 수익률은 반등을 시작해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지난 1일엔 1.26%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원화 환산 이익금도 1만2168원을 나타냈죠. 5일과 8일엔 수익률이 2.24%, 2.31%로 뛰기도 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수그러들면서였습니다. 미국과 중국 제조업지표가 개선됐습니다. 미국 3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5.3으로 반등하면서 시장 기대치(54.4)도 넘었습니다. 중국 3월 차이신 제조업 PMI도 50.8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에도 S&P500지수는 양호하게 상승 흐름을 탔습니다. 이번엔 매도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지난 12일엔 수익률이 2.80%까지 올랐습니다. 원화 환산 투자금액은 99만1651원으로 이미 100만원을 코 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원화로 벌어들인 수익금은 2만7000원이었죠. 2만원 시대를 연 치킨은 물론 사이드메뉴도 하나 추가해서 먹을 수 있는 가격이었죠.



수익을 더 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욕심을 적당히 내야겠다는 했습니다. 잇따른 손실로 제 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가야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
습니까. 저도 매도를 눌러야 할 때 누르는 개미가 되기로 했습니다.

15일 오후 11시께 주식을 확인했습니다. 매일 마감가만 확인하다가 장중 흐름을 보는 건 참 오랜만이었는데요. 마침 이날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팔아야 되는 게 맞네'라고 생각하며
매도를 눌렀습니다. 해외 주식은 15분 지연시세인 만큼 현재가보단 매도가를 조금 높여 289.66에 걸어놓고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뉴욕증시를 확인해보니 S&P500 지수는 상승해 있었습니다.

'헉, 체결 안 하는 게 맞았나'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죠. S&P500 ETF는 상승 마감했습니다. 쬐금 아쉬웠지만 이미 버스는 떠나버린 뒤였습니다. 수익을 낸 것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17일(현지시간) S&P500 지수는 소폭 하락하면서 2900.45까지 다시 미끄러졌네요. 역시 제 결정이 맞았습니다. 내가 팔고났을 때 떨어져야 기분이 더 좋은 법입니다.

아직 환율 환전은 미뤄두고 있습니다. 이번에 원화를 달러로 환전할 때 적용받은 원·달러 환율은 1136.40이었습니다. 최근 달러강세(원화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일 1144.70원(종가 기준)까지 올랐다가 다시 하락하는 추세인데요. 몇 원 차이가 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환차익을 노려볼까 합니다. 1140원대를 기다렸다가 환전할 계획입니다. 수익률을 쬐금 더 높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앗 그리고 지난번 유안타증권 티레이더 투자기 때 마지막까지 들고 있었던 한국카본은 지난 5일 8360원에 팔았습니다. 신호가 안개로 바뀌었기 때문이죠. 매일 체크를 못한 탓에 매도 시점을 조금 놓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전의 투자수익률은 -7.01%에서 -6.56%로 손실 폭이 아주 조금 줄었습니다.

이번 투자 체험기는 훈훈하게 마무리합니다. 앞으로도 기사의 기획 의도에 걸맞는 소소한 수익률이 나올 수 있길 바랍니다. 골드만삭스도 S&P500 지수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연말까지 S&P500이 3000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영업 레버리지가 낮은 주식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영업레버리지는 특정 회사 수익이 늘어날 때 영업이익이 얼마나 많이 늘어나는 지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영업 레버리지가 낮은 기업의 주식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결과를 보였다"며 "그런 기업은 영업이익과 매출 증가 속도가 느린 만큼 성장세가 강할 땐 경쟁업체에 비해 주목도가 낮지만, 경기가 둔화하면 높은 주당 수익이 빛을 보게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진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의 조언으로 이번 투자기를 마무리합니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만큼 S&P500지수를 확인하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단기일 땐 환율도 고려해서 투자해야 하며, 인버스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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