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없는리뷰] ‘나의 특별한 형제’, 인간이 인간인 이유

입력 2019-05-04 08:00   수정 2019-05-09 07:04


[김영재 기자] 5월1일 ‘나의 특별한 형제’가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나의 특별한 형제’는?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3.2/5)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는 오해를 부르는 영화다. 어떤 오해냐….

‘말아톤’ ‘7번방의 선물’, 최근 몇 년 새 개봉한 ‘그것만이 내 세상’ ‘증인’의 경우처럼 소위 ‘장애인 영화’는 감동을 관객에게 강요한다. ‘나의 특별한 형제’ 역시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다. 그것도 둘씩이나 등장한다. 이에 이 영화도 사방팔방 최루탄을 쏘아대며 “울어!” 하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오해 혹은 의심이 자연히 들 수밖에. ‘마음이 따뜻해질 거야’란 기대를 품고 영화관 심연에 몸을 담그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도 상당수다.

그러나 본작은 가슴으로 울기 대신 함께 살아가는 삶에 주목한다. ‘그것만이 내 세상’이 신파를 전달했고, ‘증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마침 ‘나의 특별한 형제’에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일반인이 아니고 비장애인”이란 대사가 등장한다.―의 우정을 소개했다면, 이 영화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기대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죽은 네 엄마도 알 거야. 내가 할 만큼 했다는 거.” 세하(신하균)는 짐이었다. 2살 때 무동을 타다 떨어져 경추 3번 골절로 전신에 마비가 온 그는, 어머니 사후 여러 친척 집을 전전해야 했다. 사회 복지 시설 책임의 집은 그런 세하의 마지막 ‘집’. 그곳에서 동구(이광수)를 만난 세하는 동구가 없으면 아무 데도 못 가는 삶을 살되 그 비상한 머리를 동생과 공유했고, 수영에 재능을 보이는 동구는 세하 덕에 세상 무시를 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삶에는 “끝까지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한 박 신부(권해효) 서거 후, 책임의 집은 존폐의 위기를 맞는다. 원장 부재를 이유로 정부가 지원 취소를 결정한 것. 서로 헤어질 위기에 처한 동구와 세하. 이때 세하의 눈에 사회인 수영 대회 상금이 눈에 띄고, 이에 그는 수영장 아르바이트생 미현(이솜)을 동구 수영 코치로 고용한다. 한편, 결국 책임의 집에 이동 명령이 떨어지고, 동구는 꿈에 그리던 누군가를 드디어 만나는데….


제목부터 어떤 ‘형제’다. ‘가족’을 조명하는 일은 이 영화의 운명인 것이다.

먼저 주인공 세하는 친척 손에 시설에 버려진다. 5촌 조카는 가족이 아니라는 그 인면수심에는 후련함이 가득하다. ‘가족은 무엇인가?’가 떠오르는 대목. 또한, 버림받은 이는 세하뿐만이 아니다. 그의 단짝이자 손발로 행동하는 동구 역시 엄마에게 버려졌다. 그래서 둘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더 애착한다. 돕고 의지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영화 ‘샤잠!’이 떠오른다. 두 영화는 주인공의 처지가 같고, 또 가족은 혈연에 묶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감독도 인정한 바다. 언론시사회에서 육상효 감독은 가족의 의미를 탐구하는 영화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가족은 혈연”이라며, “서로 사랑하고 돕는 것으로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영화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결말부 카타르시스 역시 가족에 기인한다. 사실 동구는 엄마를 쫓은 게 아니었다. 만남, 헤어짐, 다시 만남. 일련의 과정 후 그는 진짜 가족에게 동력을 얻는다.


오해일 수 있다. 허나 육상효 감독이 각본 역시 썼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영화는 자신의 약점 ‘상투성’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자책한다. “아유. 이건 아닌 거 같다 진짜. 야 주님 안에서 영원히 하나가 된 신랑 신부. 야 이거 너무 상투적이지 않니” 하는 박 신부의 모습은 화제가 다를 뿐 딱 육상효 감독의 항변이다. 그도 어쩔 수 없었다는.

시작부터 세하는 매정한 친척 탓에 온정을 안 믿게 된다. 이에 그는 “암만 때려봤자 난 전혀 안 아프단 뜻이야” 하며 일부러 구타를 유발한다. 또한, 세상은 형제를 떼어내기 위해 우연과 오해를 동원한다. 모두, 기시감을 부르는 상투적 전개다. 또 지체장애인의 순진무구함, 두 남자를 가족만큼 아끼는 선역 등은 너무 익숙해서 투박하기까지 하다.

더불어 박 신부는 말한다. “야 세하야. 이게 지금 얼마 만의 혼배 미사니. 어? 감동을 줘야지 사람들이 기부금도 많이 내고 좀 살림이 필 거 아니야? 언제까지 맨날 계란프라이만 먹을 거야?” 감동을 삽입하는 일은 필수불가결임을 강조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겨냥이 통할지는 사실 미지수다. 앞니를 훤히 드러내고 웃는 신하균, 형이 탄 휠체어를 힘껏 미는 이광수, ‘함께여서 신난다! 함께여서 힘난다!’는 홍보 문구부터가 앞서 언급했듯 어떤 이에게는 부담을 야기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일은 큰 용기고 도전이다. 드문 일이기에 더 주목이 필요하다.


동구와 세하의 협력은 둘의 ‘우애’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힘이자 다른 장애인 영화와의 차별점이다. 약자와 약자가 뭉쳐 ‘약해서 강하다’에 이르는 함께 살아가는 삶. 그들이 서로를 돕는 모습은 내일도 이 힘든 세상을 살아낼 용기를 북돋운다.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항범 교수에 따르면, 한자어 인간(人間)은 처음에는 그 의미가 사람이 아니었다. 본래 인간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란 뜻의 인생세간(人生世間)의 줄임말이었고, 인간과 사람이 동의어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일본식 한자어 닌겡(人間)의 영향이 크단다. 그래서 인간은 사람이며, 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 그 거리가 멀든 가깝든 사람은 인간의 본래 뜻처럼 홀로 좌절하기보다 다른 사람과 거리를 유지해야 사람인 것이다. 또 그것이 ‘인간답게 살자’가 아닐까. 세하 동구 형제처럼 인간답게 살자. 서로를 돕는 삶, 인간이 인간인 이유다.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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