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왕빛나 “올해 30대 지나기 전 인생작 남기고 싶다”

입력 2019-06-10 14:53   수정 2019-12-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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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 기자] 평생을 누군가에게 불리고, 나를 소개하는 석자가 되는 것이 이름이니만큼 조금 더 좋은 이름, 기억에 남는 이름을 갖기 위해 개명이라는 번거로운 과정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연예계에서 이름 석 자만으로도 한 번에 빛을 발하는 배우, 왕빛나를 만났다. 조연, 주연을 가리지 않고 큰 휴식기 없이 차근차근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대중과 언제나 호흡한 그녀.

그래서인지 그녀의 연기는 참 편안하다. 한결같은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는 친근할 수 없지만 브라운관 안에서 생동감 있게 빛나는 그녀의 연기는 대중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무언의 힘이 있다.

Q. 화보 촬영 소감

“새로운 기법으로 촬영한 것 같아 좋았다. 몽환적인 느낌은 처음이다(웃음). 살짝 어색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언제나 새로운 콘셉트를 좋아하는 편이다. 두 번째 콘셉트가 가장 좋았다. 내추럴하고, 광나는 피부 표현도 굉장히 좋아한다”

Q. 근황

“요즘 쉰다(웃음). 골프 좋아해서 골프도 치러 다니고 운동도 많이 한다. 여행은 여름에 갈까 생각 중이다. 드라마 끝나고 못 만났던 친구도 만나고, 이것저것 정리도 하고 정말 쉬고 있다”

Q. 최근 MBC 드라마 ‘슬플 때 사랑한다’를 통해 사랑에 목마른 역할을 연기했는데

“혼자 짝사랑하는 역이었지만, 그런 역은 악녀가 많지 않나. 이번 드라마에서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지지하고, 응원해주고, 내 사랑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그런 짝사랑이라 연기하면서도 편했다. 재미있게 잘 찍었던 것 같다”

Q. 메이킹 영상을 보니 현장 분위기가 좋더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수영 오빠, 한별씨, 현우씨 다 열심히 한 것 같다. 다들 작품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류수영씨는 같은 소속사라 친분이 있다. 현우씨도 MBC ‘메리대구공방전’에서 함께 연기했었다. 이번에 10년만에 다시 만난 작품이었다. 서로 “20대 때 만났는데 30대 때 또 만났네? 40대 때 또 만나야지!” 라고 했다(웃음). 다음에 상대역으로 만난다면? 난 땡큐다(웃음)”


Q. 작품 선택 시 기준

“재미도 중요하지만, 내 캐릭터를 내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캐릭터 정말 좋다, 내가 해보고 싶다, 힘들겠지만 도전하고 싶다, 이런 느낌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슬플 때 사랑한다’ 역시 그 동안의 악역과 다른 부분이 끌렸다. 지지하고 응원하는 그런 서포터 느낌이 되게 좋았다”

Q. 누군가 악역을 맡는다면 왕빛나의 연기를 참고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악역 연기 후 후유증은 없었는지

“촬영할 때 말고는 그 역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한다.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서 연기하는 스타일이다. 순간 집중하고, 순간 풀어지는. 한 장면마다 들어갔다 나갔다 한 것 같다. 나는 후유증이 없는데 보는 분들이 생기시더라(웃음). ‘쟤 되게 나쁜 애야’라고 오래 생각하신다(웃음). 지나갈 때 마주치는 분들의 시선이 따갑기도 했다”

Q. 배우로서 전환점은 언제

“아직은 전환점은 없지 않나. 특별하게는 모르겠다”

Q. 왕빛나만의 슬럼프 극복법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던 순간이 왔었다. 선배님들의 조언도 있었고,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슬럼프가 나도 모르게 갑자기 찾아왔다. 신인도 아니었는데 연기가 굉장히 어렵더라. 많이 도와주셔서 잘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Q. 인생 멘토나 롤모델

“만들고 싶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존경하는 선배님을 말하곤 했는데, 정확하게 ‘닮고 싶다,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대상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만들고 싶다”

Q.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 중 가장 ‘왕빛나’ 다운 역할은 어떤 것인가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작품에서 박진희, 엄지원씨와 친구로 연기를 했다. 그 캐릭터가 가장 나답지 않나 싶다. 친구 사이에서도 언니 같고, 털털하고 많이 고민하지 않는 스타일? 원래 내가 심하게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때로는 덜 긍정적이어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웃음). 모든 것을 좋게 넘기려고 노력한다”


Q. 나의 인생 작품

“정말 많아서 하나 꼽기가 힘들다. 연기 생활을 하면서 KBS ‘황진이’ 작품을 연기할 때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춥고, 잠도 못 자고 이동도 많았다. 힘들게 찍어서 기억에 남는다. SBS ‘두 여자의 방’ 은희수 역은 캐릭터에 가장 공감한 배역이다. 굉장한 악역이지만, 초반에 이 캐릭터가 나빠질 수밖에 없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때 너무 가슴 아팠고, 공감하게 된 것 같다. 이 두 작품 모두 내게 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웃음)”

Q. 앞으로 어떤 캐릭터나 작품을 맡고 싶나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신인 때는 굉장히 많았는데, 지금은 어떤 캐릭터든지 내가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진 것 같다. 캐릭터에 대한 욕심보다는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느냐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악역이든, 엄마 역이든 모두 다 상관없다. 내가 해내는 모습을 더 잘 보여드리고 싶다”

Q.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

“소화력. 나를 보는 분들에게 공감이 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불쌍한 역할이면 나를 정말 불쌍하게 여겨주시면 좋겠다(웃음)”

Q. 배우로서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나를 아시는 분들은 나를 ‘꾀부리지 않는 배우’라고 하더라.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려는 편이지, 대충 넘어가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살다 보면 그럴 때도 있지 않나. 하기 싫은 날도 있을 수 있고. 그런데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언제든지 성실하게 임하는 편이다. 성실한 배우가 장점이지 않을까(웃음)”

Q. 연예계 생활 속 힘이 되는 동료

“정말 많다. 꼽기가 어렵다”

Q.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

“일할 때. 정말 좋다. 배우 왕빛나의 이름으로 정말 ‘나’이지 않나. 누구의 딸, 엄마, 친구가 아닌 오롯이 나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것 같다. 워커홀릭이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웃음)”

Q. 20년 가까운 배우 생활. 왕빛나가 걸어온 길은

“20년 동안 크게 공백이 없었다. 오래 쉰 적도 없고, 내 나름대로 한 계단씩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다. 주인공, 조연 역할과 관계없이 배우 인생을 봤을 때 조금씩 커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10년 전의 나보다 여유로워지고 커져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앞으로 10년 후가 기대되곤 한다. 나보다 어린 후배들 앞에서 자신감 있는 연기라던지,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예전에는 배우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선배로서 멋있게 늙어가고 있지는 않을까(웃음)”

Q. 2019 목표

“많은 분께 보여질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일일극, 주말극 등 쉬지 않고 연기를 했지만 올해는 마지막 30대니까, 30대의 인생작을 하나 남기고 싶다. 그냥 목표다(웃음). 정말 나와 잘 맞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인기 있는 JTBC ‘스카이캐슬’ 같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웃음). 많은 분이 재미있어 할 수 있는 작품에서, 내 캐릭터를 인정받고 싶다”

에디터: 오은선, 이혜정
포토: 천유신
의상: 문제이, 문탠, 38컴온커먼
슈즈: 레이첼콕스, 모노톡시
주얼리: 리타모니카
선글라스: 롱샴
헤어: 보보리스 서언미 대표원장
메이크업: 보보리스 손희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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