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토그래퍼 박준형 “사진 못지 않게 몰입 중인 요리로 새로운 콘텐츠 만드는 것이 목표” ②

입력 2019-06-18 10:49   수정 2019-06-18 11:39


[이혜정 기자] 사진작가셨던 외조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사진과 함께 한 포토그래퍼 박준형. 환경의 힘을 무시할 순 없던 걸까. 단순히 취미로만 생각했던 사진이 입시를 겪을 무렵 본인의 진로이자 꿈이 됐고, 그 길을 좇아 사진의 길로 접어든 지 어느덧 30년이 다 돼간다고.

그와 마주 앉아 지난 시간을 듣고 있자니 한 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힘들게 일과 학업을 병행하던 미국 유학 시절은 물론, 미국에서 아시안 타깃 광고 시장을 주름잡던 이야기, 한국의 수많은 셀럽 촬영까지 도맡은 이야기까지.

그러나 박준형은 현실에 안주하는 작가가 아니다. 웨딩 스냅 작가에서 광고계를 주름잡는 독보적인 작가가 됐듯이 그는 지금이 아닌 다음을 꿈꾸고 있었다. 박준형이 앞으로 꿈꾸는 도전은 농촌과 콜라보하는 작업. 나아가 그는 자신의 또 하나의 장기인 요리로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오늘도 달린다

Q. 한국에 온 후에는 광고, 도록 작업 등 다양한 분야를 했는데 작업마다 포인트가 다를 거 같다

“갤러리 관련 사진을 찍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광고 사진을 찍게 되면 아티스틱한 과정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광고 사진은 클라이언트가 가장 좋아하는 베스트 컷을 찍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니까. 갤러리 작업을 하게 되면 내가 자연스럽게 그림을 볼 기회가 되기도 하고. 어릴 때는 순수 사진을 나도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으니까. 그런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작업 시간이 즐겁더라”

“갤러리와 아티스트를 찍는 작업에서 내가 가장 크게 생각하는 점은 내게 피카소를 찍을 기회가 온다는 점이다. 지금 생존해 있는 대작가를 찍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가. 후대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예술가들을 자기가 만든 작품 앞에 세워놓고 찍을 수 있다는 것. 내가 피카소를 찍는 거다. 그런 과정이 굉장히 즐겁다. 작가들은 또 나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는다. 3분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 점도 나와 잘 맞고. 재미있고”

Q. 미국에서 한국을 넘어 동남아 시장으로도 진출했던데. 여러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우선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은 예전에 했던 베이스가 있기 때문에 아주 어렵지 않다. 내가 과거 미국과 한국에서 일했던 경험이 아직 발전 중인 나라에서는 여전히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까. 미국에서는 사람을 모델로 하는 광고가 많이 사라지는 추세고 동남아는 아직도 모델을 사용해서 만드는 광고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많은 거지. 그 시장을 내가 공략한 거다”

Q. 본인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도요타 자동차 광고를 처음 찍게 된 작업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차와 모델이었던 현아를 함께 찍는 촬영이었는데 자동차와 현아라는 두 모델을 담아내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 주인공이 두 개다 보니 둘 다 완벽하게 찍기가 어려웠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어렵다는 걸 배웠다”


Q. 포토그래퍼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없는 것 같다. 사진을 찍을 때는 빙의나 접신이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이 그러더라. 사진을 찍을 때는 내가 마치 접신한 것 같다고(웃음). 완전 다른 사람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푹 빠져들어서 촬영한다.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 촬영을 하는 순간이 굉장히 즐겁다. 나는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한다. 어시스턴트와 함께하더라도 조명이든 리터칭이든 내 손이 거쳐야 마음이 편하다. 다른 부분에서는 유연한 성격이지만, 촬영에선 너무 꼼꼼한 편이라 내가 하는 것이 편하다(웃음). 그런데도 힘들고 어렵다기보다는 즐겁다. 물론 어시스턴트나 주변은 힘들겠지만(웃음)”

Q. 포토그래퍼로서 가장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언젠가

“포토그래퍼로서 고가의 장비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지만 매 순간 때에 맞는 장비를 가지고 멋진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오히려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나는 다른 사람을 보고 배우지 않고, 모방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장비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촬영을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과 마주할 때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작업한다. 내 장비를 챙겨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일하게 되면 또 거기에 맞춰서 작업한다. 그게 퀴즈처럼 재미있다”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

“최근에 농업 관련된 이벤트 쪽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지역 내 많은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해서 크라우드 펀딩처럼 국가적으로 하는 일이 있는데 거기서 농가를 촬영하고 그들과 친해지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 연예인이 아닌 사람을 주로 촬영하는 일이다 보니 나와 잘 맞는 일이다. 우리나라 농가가 가난하고 척박한 이미지에 한정될 것이 아니라 한 분야의 전문가로 보일 수 있는.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 사진도 찍어드리고”

“한국에 와서 내가 느낀 것이 50대가 가까워지는 내 나이대의 작가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는 것. 어지간한 클라이언트나 관계자들이 다 나보다 어리기 때문에 같이 작업하기가 좀 버거워지는 그런 시선이나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갤러리 쪽 일이나 농가 관련 일을 할 때는 내가 막내다(웃음). 거기서 또 내가 재미를 느끼고 새롭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을 찾게 된 것 같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면 그때 스스로 설 수 있는 자리를 바꿔가며 변화해야 하는 시기가 오는 것 같다. 농업 관련된 일이 요즘 가장 큰 나의 재미고 새로운 도전 분야다”

Q. 목표

“내가 사진도 좋아하지만, 또 요리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주변에서 요리 실력이 수준급이라고 많이 얘기하는 편이다(웃음). 요즘 드는 생각은 영어로 진행하는 재미있는 요리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요리 쪽과 관련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래서 지금 스튜디오를 오픈할 때도 요리와 관련된 사진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 한쪽에 부엌을 자그만 하게 만들었다. 이런 스튜디오가 없을 거다. 사진과 요리를 병행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을 진행해 나가는 게 앞으로의 내 목표다. (사진제공: 키이스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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