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인 '마카롱쇼퍼', 심폐소생 기술까지 습득
-사납금 없앤 연봉제 도입으로 근본적인 서비스 향상 도모
대한민국의 대표 대중교통 '택시'가 위기에 봉착했다. 카풀과 타다 등 IT업계에서 잇따라 선보이는 신규 서비스의 등장, 여기에 정부의 지지부진한 감차 계획까지 맞물려 택시업계는 수익성 저하를 넘어 이제는 생존을 위한 목숨 건 투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그러나 낡고 고루한 이미지, 개선 의지가 좀처럼 보이질 않는 서비스 수준은 대중들로 하여금 택시업계의 하소연을 외면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2월 출범한 '마카롱 택시'는 그간 불편사항으로 제기됐던 택시의 문제들을 택시 업계 내부에서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예약은 기본이며 전문 서비스 교육을 이수 받은 드라이버의 배치, 여기에 고급 리무진 택시를 능가하는 각종 부가서비스로 택시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세운 것.
마카롱택시를 선보인 KST모빌리티는 기존 승차거부와 불친절한 서비스 등 택시의 구조적 문제는 택시 기사들의 급여체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과감히 하루 15만원 가까운 사납금을 없애고 전면 월급제를 도입했다. 여기에 이용자 서비스 평가를 반영해 인센티브를 더한다는 것. 안정된 수입이 기사들로 하여금 친절한 서비스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시범 운영을 끝내고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마카롱택시를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이용방법은 기존 카카오택시 등 앱 기반의 호출 택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플을 켜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되는데 예약 택시인 만큼 최소 1시간 후부터 탑승이 가능하다. 부가서비스도 눈길이 간다. 현재는 생수와 마스크, 유아용 카시트 등을 무료로 고를 수 있지만 향후 커피나 팻 캐리어 등도 추가할 예정이다. 요금은 일반 택시처럼 미터기를 통한 운임만 받는 형식이다.
아직 운행대수가 많지 않은 만큼 배차에 시간이 걸렸다. 탑승 50분 전 택시가 태우러 오고 있다는 알림이 뜬다. 현재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 도착까지 예상 소요시간과 차종, 차 번호 뿐 아니라 기사의 실명과 사진, 연락처가 제공되는 점도 아직까진 기존 카카오택시와 큰 차이가 없는 부분이다.
택시가 예약시간 약 10분 전에 도착했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니 서울 택시의 상징인 꽃담황토색이 아닌 흰색과 민트색으로 단장한 쏘나타 뉴 라이즈가 기다리고 있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 역시 민트색으로 곳곳을 꾸몄으며 귀여운 캐릭터 쿠션과 디퓨저 등으로 제법 아늑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마트폰 충전케이블, 와이파이 에그 등의 편의품목도 갖췄다. 사전에 주문한 무료 생수도 지급됐다. 마카롱 쇼퍼로 불리는 기사 역시 민트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탑승을 맞이했다.
눈에 보이는 것 보다 차별화된 부분은 '마카롱쇼퍼'로 불리는 드라이버의 승객 응대다. 마카롱택시는 자체 운영중인 아카데미를 통해 전문 드라이버를 배출하고 있는데, 5일간 총 40시간의 전문 교육을 이수해야만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교육과정에는 승객에 대한 응대 자세 뿐 아니라 택시 운행 중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력도 포함한다. 특히 응급상황을 대비한 심폐소생술 등도 익혀야 한다. 단순히 '운전기사'의 역할 부여가 아닌 셈이다.
짧은 탑승 시간이지만 드라이버와 대화도 나눠봤다. 현재 35명이 총 20대의 마카롱 택시를 서울 전역에서 2교대로 운행 중이다. 가장 궁금했던 급여체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는 사납금의 비중과 상관없이 연봉 3,300만원 수준을 지급 받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택시 매출 기여도와 탑승자에 대한 평가를 반영해 인센티브가 더해진다. 마카롱택시 앱을 통한 예약 비율은 전체 20% 수준이며, 기존 카카오택시와 T맵택시, 나비콜 등의 택시앱을 통해서도 예약을 받고 있다. 또한 배회영업을 통해 승객도 태우고 있다.
일단 승객들의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한다. 기존 택시와 차별화한 산뜻한 택시의 내외관 컬러와 친절한 마카롱쇼퍼의 응대는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 향후 운행대수가 늘어나고 홍보와 마케팅이 더해지면 이용률은 획기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게 드라이버의 기대다.
안정적인 급여로 드라이버들의 근무 환경은 획기적으로 올라갔지만 이로 인한 회사의 수익 구조도 궁금했다. 현재 택시 한 대 당 150만원의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는 게 이날 만난 드라이버의 설명이다. 그래서 KST모빌리티는 향후 마카롱택시에 픽업&딜리버리 서비스를 접목해 수익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마트에서 대신 장을 보거나 커피나 음식 등을 가져다 주는 서비스다. 여기에 의료 등 특수목적 승객을 위한 수요응답형 택시 등도 선보이고 고급택시, 13인승 대형택시도 투입할 계획이다.
우려도 있다. 추후 회사는 마카롱택시 운행 대수를 직영이 아닌 가맹(프렌차이즈) 형식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래서 가맹을 맺은 기존 법인 및 개인 택시 기사들이 현재의 마카롱쇼퍼와 동일한 응대와 서비스 수준을 제공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현재 활동중인 마카롱쇼퍼 35명 중 전직 택시기사 비율은 10%에 불과해 교육 효과가 발휘되지만 기존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효과는 아직 장담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다양한 서비스에 따른 수익 증가 방안을 본사가 빠르게 추진하는 만큼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 40분 뒤 목적지에 도착하고 결제는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가 이뤄졌다. 하차 시에도 차문을 대신 열어주는 마카롱쇼퍼의 응대는 익숙치 않지만 분명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최근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의 등장으로 택시업계의 반발에 여론이 크게 공감하지 않는 이유는 택시를 단순 운수업이 아닌 서비스업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서다. 그래서 서비스 좋은 마카롱택시의 등장은 시민들이 기대했던 택시 본연의 서비스만 가지고도 충분히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 같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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