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첫날인 28일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거침없는 ‘미국 우선주의’ 행보도 함께 펼쳤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통적인 동맹국에 대한 압박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정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했다. 미·일 정상회담은 지난 4월 말 워싱턴DC, 5월 말 도쿄에 이어 세 달 연속이다. 처음엔 공고한 미·일 동맹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곧바로 “오늘 회담에선 무역, 군사, 국방 무기 구입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며 일본을 압박하는 포문을 열었다.
미국은 현재 일본과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 부문에서 일본의 대미(對美) 흑자 축소, 일본의 농산물시장 개방 등이 핵심 쟁점이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대일 무역적자를 문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아베 총리에게 다시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안보조약이 미국에 불리하게 체결돼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오사카로 출발하기 전 “일본이 공격받으면 우리는 싸우겠지만 (미국이 공격받으면) 일본은 소니 텔레비전으로 공격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아베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3자 정상회담에서도 무역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두 정상과 무역문제로 티격태격했다”면서도 “그의 행정부는 이 지역(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부상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도 “일본과 미국, 인도는 이 지역 평화와 번영의 토대”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인도 3국 정상회담 후 “우리는 몇 가지 아주 큰 건들을 발표할 예정이며 아주 큰 무역거래”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열린 미·인도 정상회담에선 “두 나라가 지금처럼 친한 적이 없었다”면서도 인도와의 무역불균형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는 전날 트윗을 통해 “인도가 수년간 미국에 대해 굉장히 높은 관세를 부과했고 최근엔 이를 더 높였다는 사실을 모디 총리와 얘기하고 싶다”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며 관세는 철회돼야 한다”고 썼다. 미국은 지난 5일 인도를 개발도상국 특혜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도는 보복 조치로 아몬드, 사과 등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이 유럽연합(EU)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도입하기 위해 가스관을 건설하는 노르트 스트림2 프로젝트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