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세계 최대 석유기업의 수소 주목 배경

입력 2019-07-03 15:02  


 -사우디 아람코, 현대차와 수소확산 협력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기름이 부족했던 서구 열강은 석유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렸다. 특히 미국의 캘리포니아 스탠더드오일이 아라비아반도 바레인에 매장된 석유를 얻기 위해 1932년 중동에 진출하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듬해 캘리포니아 스탠더드오일에게 석유 개발권을 부여하며 산유국 대열에 올라서려는 희망을 품었다. 여기서 만들어진 회사가 현재 사우디 최대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전신인 '캘리포니아-아라비안 스탠더드 오일(CASOC)'이다. 회사가 설립되고 4년이 지난 1938년, 사우디 다하란 광구의 7번째 시추공에서 석유가 올라왔다. 

 이렇게 산유국이 된 사우디아라비아는 1944년 캘리포니아-아라비안 스탠더드 오일의 이름을 '아라비안 아메리칸 오일(ARAMCO)'로 바꾸고 훗날 엑손(Exxon)이 된 스탠더드오일과 모빌(Mobil)로 바뀐 쏘코니 바큠이 각각 30%와 10%의 지분을 취득하도록 했다. 그러던 중 1949년 석유 지대를 놓고 아부다비와 국경 분쟁을 겪었다. 이를 계기로 압둘 아지즈 당시 사우디 국왕이 석유 시설의 국유화를 추진하자 이를 걱정한 아람코는 사우디 정부와 수익을 50:50으로 나누는 조건으로 국유화를 지연시켰다. 동시에 아람코의 뉴욕 본사가 사우디 다하란으로 옮겨 왔다. 

 1951년 아람코는 세계 최대 해안 유전으로 알려진 사파냐에서 석유를 발견했고, 1957년에는 세계 최대 내륙 유전으로 유명한 가와코 지역에서 기름을 찾아냈다. 이를 계기로 아람코역시 세계 최대 석유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러자 1973년 사우디 정부는 기존에 보유하던 35%의 지분에서 25%를 추가로 확보해 아람코의 국유화를 완성했고, 1974년에는 나머지 40%를 전량 구매해 100% 국영석유회사로 변신시켰다.

 공룡으로 표현될 만큼 덩치가 큰 아람코의 연간 순이익만 126조원에 달한다. 지난 2017년에는 사우디 전체 GDP 중 아람코의 매출 비중이 70%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우디를 지탱하는 절대 기업이자 세계 석유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곳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아람코라도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석유 사용량을 줄이자는 지구 공동체의 요구는 무시할 수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가 바로 수소와 탄소섬유다. 아람코의 주력 사업분야는 석유지만 석유 또한 여러 에너지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양한 에너지를 모두 공급하는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그 결과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차기 국왕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을 만나 수소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양사는 수소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 협력을 통해 글로벌 수소경제 사회 조기 구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키로 합의했다. 

 아람코와 현대차그룹이 맺은 양해각서 안에는 아람코가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 수소 공급 및 수소충전소 확대를 추진할 때 현대차의 전략적 협력이 뒤따르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동시에 한국 내 수소 인프라 구축에 아람코가 참여하는 기회도 열어 놨다.

 그리고 첫 번째 협업은 사우디아라비아 내 수소차의 실증 사업 진행이다. 열사의 중동에서 수소차를 시험 운행하며 보급 가능성을 타진해보자는 차원이다. 1회 충전으로 450㎞ 주행이 가능한 신형 수소전기버스와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가 투입된다. 오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1,600대 규모의 수소전기 대형트럭도 중동으로 나가게 된다. 

 또 하나는 현재 일본 등 몇몇 국가가 독점한 탄소섬유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로 올라서자는 다짐이다. 이미 탄소섬유를 활용해 수소저장탱크를 양산하는 현대차가 사우디의 신산업으로 불리는 탄소섬유 등의 제조 기술 개발에 참여한다. 그래야 2030년까지 판매량 기준으로 약 383%, 금액 기준으로 약 211% 성장한다는 탄소섬유 시장의 대응력이 갖춰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인류의 석유 의존도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아람코 또한 그 점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점차 석유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도 간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우디 또한 에너지 다변화를 가져가겠다는 계획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다. 현대차를 떠나 국가적으로도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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