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란핵협정 제한선을 어기고 우라늄 농축도를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미국은 협박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즉각 경고에 나섰다. 우라늄 농축도 상향은 사실상 핵무기 개발 ‘신호탄’으로 통한다.
4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 IRIB를 통해 “오는 7일부터 이란은 핵협정을 제쳐두고 우라늄 농축도를 올릴 것”이라며 “우리(이란)의 필요에 따라, 필요한 만큼 우라늄을 농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핵협정에 따르면 이란은 우라늄을 3.67%까지만 농축할 수 있다.
우라늄 농축도 상향은 사실상 핵무기 개발 ‘신호탄’으로 통한다. 원전 가동 등은 저농축우라늄만으로도 충분하지만 핵무기를 만들려면 통상 농도 90% 이상인 고농축우라늄이 필요해서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어 이란의 대표적 핵시설인 아라크 중수로를 두고는 “핵협정 유럽당사국이 약속 기한 내에 핵협정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면 아라크 중수로를 핵협정 이전 상태로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이란핵협정에 따라 아라크 중수로를 연구·의료용으로 개조하고 있다. 설계변경을 하지 않을 경우 아라크 중수로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국제 사회의 지적때문이다.
이란은 이날 당초 예고한 이란핵협정 준수범위 축소 2단계 도입을 사흘 앞두고 준수범위 축소 내용을 공개한 셈이다. 이란은 미국이 이란핵협정을 탈퇴한지 1년 만인 지난 5월부터 이란핵협정 준수범위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준수범위 축소 1단계로는 이란핵협정 저농축우라늄 저장량 한도를 넘기기로 했다. 지난 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의 저농축우라늄 비축량은 이날 동위원소 기준 205㎏로 저장한도 기준을 약 2㎏ 넘겼다. 축소 2단계는 오는 7일 돌입한다는게 이란의 주장이다.
미국은 즉각 경고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루하니가 방금 새로운 핵협정을 해주지 않으면 마음대로 우라늄을 농축하겠다며 새로운 경고를 발표했다”며 “이란은 협박을 조심해야 한다. 그 협박 때문에 지금껏 당해보지 않은 정도로 당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란의 경고가 심각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 추진을 준비하는 분위기에 국제 사회도 긴장하고 있다. 이날 프랑스 외무부는 “핵협정을 미궁에 빠뜨린다면 중동 역내 긴장만 고조될 것”이라며 이란의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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