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블리, 르반떼 GTS, 르반떼 트로페오 시승기
아름다운 배기음과 매혹적인 디자인, 이태리 장인의 손길이 닿은 실내 감성은 마세라티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다. 이러한 요소들이 브랜드 고유의 고성능 DNA를 만나면 어떠한 브랜드도 흉내 낼 수 없는 마세라티만의 즐거움이 된다. 최근 강릉 일대에서 마세라티 포트폴리오에 중심에 있는 기블리, 그리고 르반떼의 고성능 버전 GTS와 트로페오를 동시에 시승했다.
▲마성의 퍼포먼스 세단, 기블리 S Q4
마세라티의 판매 볼륨을 대폭 끌어올린 제품은 단연 기블리다. 엔트리 제품임에도 유려한 디자인과 고성능 DNA를 완벽히 이식해 시장의 욕구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까지 갖춘 현 3세대 기블리는 여전히 독일차에 실증을 느낀 소비자를 유인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날 시승한 기블리 S Q4의 동력계는 V6 3.0ℓ 트윈터보 가솔린과 8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되며 최고 430마력, 최대 59.2㎏·m의 성능을 갖췄다. 기블리가 왜 퍼포먼스 세단으로 불리는 지 알 수 있는 수치다. 0→100㎞/h 가속까지는 4.7초, 최고시속은 286㎞에 달한다.
고성능을 표방하지만 차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활용도는 크게 달라진다. 오른발에 왠만한 답력을 주지 않는 이상 외모만큼이나 우아한 거동을 뽐낸다. 특히 효율주행 모드인 'I.C.E'를 활성화 하면 특유의 배기음을 최대한 억제하고 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비즈니스 세단으로서의 점수도 높게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스포츠모드로 주행 설정을 바꾸고 속도를 마음껏 낼 수 있는 구간을 만나면 기블리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다. 폭발적인 가속 성능과 함께 오케스트라 연주를 연상케 하는 배기음이 터지면 비로소 마세라티를 타고 있다는 자각이 든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고성능 체감, 르반떼 GTS
르반떼 GTS는 르반떼의 고성능 버전으로 페라리의 V8 3.8ℓ 가솔린 트윈터보를 장착했다. 최고 550마력, 3,000rpm에서 최대 74.7㎏·m의 토크를 뿜어낸다. ZF 8단 변속기와 맞물려 마력당 3.9㎏의 중량비를 갖춰 0→100㎞/h 가속까지 단 4.2초만 필요하다. 최고 속도는 무려 292㎞/h.
외모에서는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V6를 장착한 르반떼S와는 완전히 다른 차다. 일반 주행모드에서 부터 고성능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기 때문. 발걸음을 떼는 순간은 물론이고 가속 뿐 아니라 심지어 제동까지 차분하지 않다. 우렁찬 배기음도 좀처럼 숨길 기세가 아니다.
폭발적인 성능은 5m가 넘는 차체와 2.3t에 이르는 덩치를 무색케 한다. 처음에는 차체가 힘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날아갈 듯 가벼운 몸놀림을 구현하지만 네바퀴 굴림 시스템 Q4와 통합 차체 컨트롤(IVC)이 이내 차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두려움이 곧 흥분으로 뒤바뀌는 순간이다.
▲고성능 그 이상, 르반떼 트로페오
마세라티는 르반떼 GTS에도 만족하지 않을 이들을 위해 한 단계 더 사나운 르반떼 트로페오를 선보였다. GTS와 동일한 엔진이지만 성능을 최고 590마력, 최대 74.8㎏·m까지 끌어올렸다. 정지상태에서 100㎞/h 가속은 더 빠른 3.9초 만에 끝내며 최고속도는 300㎞/h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 가히 '슈퍼 SUV'라 불릴 만 하다.
성능뿐 아니라 GTS에 비해 변속 응답성과 서스펜션을 더욱 민감하게 만졌다. 가장 큰 특징은 새로 추가된 주행모드 '코르사'인데 스포츠 모드에서 한번 더 버튼을 길게 누르면 활성화 된다. 'ESP'가 'OFF'로 바뀌면서 기대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순간이다.
GTS를 타면서 그 이상의 성능은 없을 것이라 예단했던 것은 완전한 오판이었다. 한계점이 보이지 않은 출력은 엔진 회전수가 레드존에 근접해도 여유가 느껴질 정도다. 웬만한 속도에서의 배기음 역시 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지만 고회전에서의 배기음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운전자에게 흥분을 가져다준다. 속도감과 사운드가 가져다 주는 쾌감의 끝을 마세라티는 최상위 제품인 트로페오로 방점을 찍은 셈이다.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3세대 카이엔 터보가 운동 능력에 있어서 만큼 트로페오를 과연 뛰어 넘을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외관과 실내 어디를 둘러봐도 이 차가 르반떼 최상위라는 걸 단번에 알긴 어렵다. GTS보다 다소 긴 눈썹(주간 주행등), 후드에 뚫린 두 개의 구멍, C필러에 부착한 겸손한 트로페오 엠블럼 등이 기존 르반떼와 차별화한 전부다. 속 안에 품고 있는 무시무시한 고성능을 대놓고 자랑하지 않는다는 점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르반떼는 재구매율이 높다. 기존 르반떼S와 르반떼 디젤을 경험하고 GTS 버전을 구매한 상당수의 매니아가 존재한다. 국내 10대 한정으로 들여온 트로페오는 벌써 7명의 주인을 만나 단 3대만 남아 있는 상태다. 마세라티의 가치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일부에서 마세라티를 독일차와 비교하며 가성비를 논하기도 하지만 부질없는 논쟁이다. 마세라티는 자신들의 가치를 아는 이들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자부하는 브랜드기 때문이다. 더 우아하고, 더 강력하게 달리고 싶다면 마세라티는 분명 그 이상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시승차의 가격은 기블리 S Q4 그란스포트 1억4,500만원, 르반떼 GTS 1억9,320만원, 르반떼 트로페오 2억2,380만원.
강릉=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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