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조만간 고위급 무역협상을 다시 시작합니다.
양국이 조금도 양보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중국에 대한 '제2의 플라자합의', 이른바 ‘런민비합의’라는 설이 월스트리트에 나돌고 있습니다.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 강세를 만들어 과거 일본을 무릎 꿇렸던 것처럼 인위적 위환화 강세를 통해 중국을 약화시키려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다음 주 미중 협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블룸버그 라디오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곧 중국 류허 부총리와 대면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아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흥미로운 트윗을 날렸습니다.
"중국과 유럽은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거대한 환율 조작 게임을 하고 있고 그들의 (통화) 시스템에 돈을 퍼붓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그는 "미국도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서 그들의 게임을 지켜보기만 하는 멍청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 중앙은행(Fed)을 비판하면서 지속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려야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또 지정 기준을 바꾸면서까지 중국을 환율조작국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해왔습니다.
지난 5월초 중국이 협상을 뒤집기 전까지 합의된 내용 중의 하나가 ‘중국의 환율조작 방지’ 방안이었습니다.
중국을 대상으로 ‘제2의 플라자합의’를 추진할 것이란 주장의 내면에는 1980년대 일본과 지금의 중국이 비슷하다는 배경이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미국 수입 시장의 20%를 차지합니다. 이는 1980년대 미국의 시장에서의 일본의 점유율과 비슷합니다.
또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위안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당시와 비슷합니다. 당시 일본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었고, 중국도 지금 관리변동환율제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고정환율제나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사정을 봐도 중국의 부동산은 지난 몇 년간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30평대 아파트가 한화로 30억원을 넘는 수준입니다. 일본도 당시 부동산 값이 급등하던 시기였습니다.
게다가 미중 무역협상을 이끄는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1985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USTR 부대표로 일하며 '플라자합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1988년부터 1992년까지 플라자합의가 있었던 뉴욕 플라자 호텔을 소유하기도 했습니다.
1985년 플라자합의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갑작스레 엔화가 50% 가까이 오르자 일본은 수출이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와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의 부동산 시장과 증시엔 거대한 거품이 생기게 됩니다. 이 거품이 터지면서 일본 경제는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겪게 됩니다. 일본의 패권국가 도전의 꿈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반면 미국은 달러 가치를 낮추면서 레이건 대통령 당시 호황을 구가했습니다. 무역적자가 줄어들었고 1991년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탈피했습니다.
중국이 미국의 '제2의 플라자합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추텐카이 주중 미국대사는 지난해 8월 워싱턴DC의 씽크탱크 CSIS에서의 연설에서 “중국에 플라자합의와 같은 걸 강요할 수 있다는 환상을 포기하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무역합의를 통해 중국이 환율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꽁꽁 묶은 채 스스로 달러화를 떨어뜨린다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Fed의 새로운 이사로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크리스토퍼 월러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부총재와 주디 셸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상임이사 등 2명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상원 청문회를 통과하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당연직으로 들어가는 위원이 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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