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난타당하는 트럼프…美 의회·동맹국 일제히 성토

입력 2019-07-16 15:24   수정 2019-10-14 00: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여성 하원 의원 네 명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식의 인종차별 발언을 한 뒤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집권 공화당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등 동맹국 지도자들도 “용납할 수 없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며 오히려 공세 수위를 높였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백인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타깃으로 삼은 ‘4인방’ 중 한 명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15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특징적 발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혐오 발언을 규탄하는 하원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며 공화당의 동참을 촉구했다. 펠로시 의장은 전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미국을 다시 하얗게’임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에만 민주당 의원 90여 명이 ‘트럼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선을 넘었다”며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하원의원인 윌 허드는 CNN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트윗은 인종차별적”이라고 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여러 세대에 걸쳐 자랑스럽게 여겨온 ‘멜팅팟(인종의 용광로)’ 원칙과 다른 미국을 창조하고 싶은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인종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반(反)미국적”이라고 꼬집었다. ‘백인이 아닌 미국인은 미국인이 아니다’는 식의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정치·경제적 번영의 토대를 마련한 미국적 가치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이날 대변인을 통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영국 차기 총리가 유력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도 보수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현대의 다인종 국가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위대한 다인종, 다문화 사회의 지도자라면 그들을 출신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그런 말을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그건 캐나다의 방식이 아니며 우리나라의 다양성은 실질적으로 우리의 가장 위대한 힘 중 하나”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연례 미국산 제품 전시회’ 연설에서 “그들(여성의원 4인방)이 하는 일이라곤 불평뿐”이라며 “그래서 내가 하는 얘기는,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는 것”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번 발언이 인종차별적으로 여겨지는 걸 우려하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며 “많은 이들이 내게 동의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낸시 펠로시 의장이 (내가) ‘미국을 다시 하얗게 만든다’고 하는데 아주 인종차별적 발언”이라고 역공을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도 “급진적 좌파 여성 하원의원들은 언제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인, 백악관에 사과하려는가, 그들이 사용한 더러운 언어와 끔찍한 말들에 대해서 말이다”고 적었다.

이 같은 행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이민과 함께 인종 문제를 부각시켜 백인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노림수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내 좌파 성향이면서 유색인종인 여성 의원 네 명을 타깃으로 삼은 것부터가 그런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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