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이 EU 탈퇴를 결정한 뒤 3년 만에 세계 경제는 엄청나게 변화했다. 영국을 브렉시트로 이끌었던 보호주의, 국가주의, 세계화에 대한 적대감 등의 감정은 지금 미국 중국 이탈리아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영국 실업률은 확실히 낮아졌다. 하지만 영국의 생산성은 침체하고 있고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은 기업 투자를 억제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낮은 수준의 법인세라는 영국의 전통적인 두 가지 장점은 유럽의 이웃 나라에서 모방하는 철 지난 얘기다.
브렉시트가 생산성 떨어뜨려
영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런던 은행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같이 침체했다. 위기의 여파는 혹독했다. 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덕분에 일단 유로 위기를 벗어나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임금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영국 예산청(OBR)은 지난주 임금 증가에 필수적인 생산성이 금융위기 이후 매년 0.3% 성장에 그쳐 역사상 평균 기록인 2.2%를 크게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5년간에도 불과 1.3%로 회복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성 부진은 브렉시트 결정 이전부터 지속됐지만 탈퇴에 대한 혼란이 빚어지면서 더욱 악화됐다. 영국의 설비 투자는 과거 2년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수준을 밑돌고 있다.
존슨 총리는 합의 없는 이탈도 불사할 태세지만 그렇게 되면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들어 합의 없는 이탈이 되면 영국의 경제 규모는 기존의 통상 협정을 유지했을 때보다 3.5%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독일 등 EU 국가들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협상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우파 포퓰리즘이 드센 이탈리아 등은 독일의 의향과 달라 EU 내에서 내부 균열이 엿보인다.
존슨 총리가 합의 없는 이탈을 강행한다면 세계에서 따뜻한 환영을 받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현재 세계 2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인도는 올해 영국을 제치고 5위로 떠오를 것으로 IMF는 예상한다.
세계 보호주의 바람, 英에 역풍
이들 모두 쉬운 무역 대상국은 아니다. 중국은 서구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와 기술 도용 의혹으로 미국과의 무역마찰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인도는 여전히 나렌드라 모디 총리 아래에서 지극히 보호주의 국가 색채를 띠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존슨 총리에게 호의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미국은 영국이 EU 이탈을 결정한 뒤 지난해부터 영국과 통상협정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보증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협정을 상대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영국과 통상협정을 체결한다는 건 영국으로 하여금 사실상 중국과의 통상협정을 못하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존슨 총리는 늘 부정론자들을 내쳐왔다. 여당 보수당의 당수 선거 종반에는 “이 나라는 꽤 낙관주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그레그 입 칼럼니스트가 쓴 ‘For Boris Johnson’s Britain, a Cold World Awaits’를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