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일본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 논란

입력 2019-08-06 08:00   수정 2019-08-24 14:01


 -WTO '차별 금지 조항'에 따른 국제법 준수해야
 -무분별한 불매운동은 우리 경제에 역풍 우려


 최근 닛산 리프 EV를 살 때 지급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비판한 일부 보도가 화제에 올랐다. 가뜩이나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전기차에 보조금을 계속 지급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다. 그러나 보조금에 대한 감정적 대응은 한국차를 위해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일본차에 대한 역차별이 오히려 WTO 분쟁에서 일본에 역공의 빌미를 줄 수 있어서다. 특정 차종에만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경우 장기적으로 해외 시장을 키워 가야 하는 한국차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자동차를 구매할 때 주는 보조금은 여러 형태가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당 97g 이하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때 지원금 100만 원과 구매등록단계에서 세액을 일부 감면해준다. 배터리 전기차는 최고 1,300만 원에 달하는 보조금 외에 하이브리드카와 비슷한 수준의 세액 감면이 이뤄지고 있다. 또 10년이 넘은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차를 살 때는 400만 원을 제공한다. 모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 차원으로 도입한 제도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친환경차만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할 경우 한국은 WTO 협정을 위배하는 국가가 된다. 이를 피해 가려면 중국처럼 특정 소재가 들어간 배터리의 보조금을 제외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은 자동차에 주는 게 아니라 엄밀하게는 배터리에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소재를 제한할 경우 유럽 및 국산 친환경차도 보조금 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 게 문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닛산 리프 EV와 르노삼성 SM3 Z.E.의 배터리가 사실상 같다는 점이다. 모두 LG화학이 공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는 만큼 사실상 보조금은 LG화학에 주는 형국이다. 만약 일본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배제하면 리프 EV에 장착한 LG화학 배터리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SM3 Z.E.에 탑재한 LG화학 배터리만 보조금을 받는 셈이다. 이 경우 일본차를 겨냥한 화살이 오히려 역풍이 돼 LG화학을 향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이 처럼 불확실한 대상을 향한 불매운동을 이끌어내면서 국내 경제를 흔들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은 보다 선별적이고 영리한 방법으로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와 부품 제공사 간의 공급계약은 한 번에 수 년 단위로 맺기 때문에 한일 관계로 당장의 불이익은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여 여러 방향의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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