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美·中 전면전…세계경제 '대혼돈'

입력 2019-08-06 17:40   수정 2019-11-04 00:01


미국이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이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는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지 하루 만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며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건 1994년 이후 25년 만이다.

미국은 중국이 ‘환율 조작’을 시정하지 않으면 관련 법에 따라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 지원 금지, 중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접근 제한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트윗을 통해 “중국이 명백한 환율 조작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6일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고, 이미 수입한 농산물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양측이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는 ‘강(强) 대 강’ 대결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9개월 안에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현재 25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다음달부터 3000억달러어치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51%, 코스닥지수는 3.21% 내리며 급락세를 이어갔다. 일본 닛케이225지수(-0.6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56%)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美·中, 관세 이어 환율전쟁…"정면충돌 땐 세계경제 9개월 내 침체"

미국이 중국에 ‘환율전쟁’을 선언했다. 5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다. 이로써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미·중 간 휴전 합의는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미국이 9월부터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10%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이어 25년 만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낙인찍으면서 미·중 갈등이 브레이크 없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中 ‘포치’ 카드에 美는 즉각 반격

미국이 이날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낸 건 전날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가 발단이 됐다.

미국은 199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을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종합무역법은 ‘현저한 대미 무역 흑자나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준 자체가 자의적이고 모호하다. 미국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2015년 교역촉진법을 제정했다. 교역촉진법에 따르면 △연간 무역 흑자 200억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2% 초과 △GDP 대비 외환시장 순매수 금액 2% 초과 등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

중국은 이 중 ‘무역 흑자 200억달러 초과’ 기준에만 해당해 요주의 대상인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돼 있다. 미국이 교역촉진법에 준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게 여의치 않자 이번엔 종합무역법을 들이댔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이후 25년 만이다.

미국은 앞으로 관련 법에 따라 중국에 위안화 평가절하와 과도한 무역 흑자 시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1년 넘게 시정하지 않으면 미국은 자국 기업의 중국 투자 시 지원 금지, 중국 기업의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 접근 제한 등 더욱 강력한 제재에 나설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른 즉각적인 처벌은 없다”면서도 “금융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브레이크 없는 대결…‘경제 위기’ 우려

시장에서 우려하는 건 미·중 갈등이 치고받기 식으로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6월 29일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재개된 장관급 무역협상은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예고 없이 “9월부터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성명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고 공개했다. 미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전날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는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자 미국은 하루 만에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 중앙은행(Fed)을 겨냥해 “(중국의 환율조작을) 보고 있느냐”며 추가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금리 인하를 통해 미 달러화 약세를 유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전쟁에 이어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면서 미·중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무역전쟁이 더욱 위험한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미국이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려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중국 제품의 관세가 25%가 되면 세계 경제가 9개월 내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율전쟁이 미·중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뿐 아니라 유럽에 대해서도 “대규모 환율조작 게임을 한다”며 “우리도 응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갈등, 시위로 불안한 홍콩, 북한 비핵화 등의 문제가 겹겹이 쌓인 동아시아 지역은 미·중 대결의 충격이 배가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주가와 통화가치 하락 등에서 보듯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이 가속화되면 신흥국에서 경제 위기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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