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한 ‘벌새’…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아이는 한 뼘 성장하고 (종합)

입력 2019-08-14 13:21  


[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전 세계 영화제가 호평했다. 박찬욱 감독은 추천사에서 “서둘러 속편을 내놓으라”고 닦달했다. 1994년의 공기가 2019년을 아우른다. 영화 ‘벌새(감독 김보라)’의 언론시사회가 14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보라 감독, 배우 박지후, 김새벽이 참석했다.

‘벌새’는 1994년, 거대한 세계 앞에서 방황하는 중학생 은희(박지후)가 한문 선생님 영지(김새벽)를 만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작품.

2011년 단편 영화 ‘리코더 시험’을 통해 주목받은 바 있는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은 “은희라는 14살 여자 아이의 성장 이야기”라며, “그 아이의 성장 및 여러 관계 그리고 94년의 공기 등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성수대교 붕괴라는 큰 사건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어떤 것을 간과했고 또 어떤 것에 향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 그 해를 은희를 통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관객상부터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선택상/집행위원회 특별상,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네레이션 14+ 대상, 제18회 트라이베카 영화제 최우수 국제장편영화상/최우수 여우주연상/촬영상, 제45회 시애틀국제영화제 경쟁 대상, 제38회 이스탄불국제영화제 국제 경쟁 대상, 제9회 베이징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 언급상, 제35회 LA 아시안 퍼시픽 영화제 국제 경쟁 심사위원 대상, 제17회 키프로스 영화제 경쟁 심사위원 대상, 제48회 우크라이나 키예프 몰로디스트 영화제 국제 경쟁 작품상, FIPRESCI 심사위원상, 제34회 시네마 호베 영화제 감독상/음악상/관객상/청소년 심사위원상, 제11회 오스틴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제 심사위원 작품상, 제21회 타이페이영화제 심사위원상, 제3회 말레이시아국제영화제 감독상/여우조연상/촬영상, 제36회 예루살렘국제영화제 최우수 장편 데뷔작까지. ‘전 세계 25관왕’이라는 대기록을 달성 중인 ‘벌새’다.

왜 세계는 ‘벌새’에 주목할까. 기자의 질문에, 김보라 감독은 “나도 어느 영화제를 가든 궁금해서 물어본 부분”이라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대로 사랑 받고 싶고 제대로 사랑하고 싶은데, 그 부분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이어 “94년 대한민국의 구체적 서사를 다루고 있음에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원형적인 것을 건드려서 좋았다더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외로울 때 제 만화를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극 중 은희의 손 편지 중 일부다. 기자의 언급에 김보라 감독은 반가움을 표시하며, “어릴 때의 난 만화방 가기가 유일한 취미인 만화광이었다. 그래서 내가 만화에 위로를 받았듯 언젠가 사람들이 내 만화를 보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초등학교 일기에 적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근 94명의 벌새 서포터즈를 뽑아서 시사회를 가졌는데, 관객 분들께서 일기처럼 써주신 손 편지를 보며 비록 만화가는 못 됐지만 어릴 적 꿈이 이뤄진 거 같아 기분이 묘했다”고 꿈의 실현을 공유했다.


영화 ‘가려진 시간’ ‘조작된 도시’ ‘목격자’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뒤, JTBC ‘아름다운 세상’을 통해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신예 박지후가 주인공 은희를 연기했다. 박지후는 “94년 은희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은희와 10대 사춘기를 겪고 있는 내가 서로 비슷하다는 생각에 공감하며 연기했다”고 알렸다. 세상이 이해되지 않고 궁금한 것투성이인 은희에게 유일한 어른이 되어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영지 선생님 역은 김새벽이 맡았다. 김보라 감독의 말대로 그의 ‘벌새’ 출연은 “정답”과 다름없다. 김새벽은 “영지는 사람에 서툴고 상처도 있지만 그럼에도 연결해 보려는 마음을 놓지 않는 이”라며, “학원에서 한자를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한자를 잘 쓰기 위해 다이소에서 작은 칠판을 사서 혼자 연습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왜 제목이 ‘벌새’일까. 김보라 감독은 “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이자 1초에 날갯짓을 80번 이상 하는 새다. 꿀을 찾아 아주 먼 거리를 날아가는 새이기도 하다. 사전을 보니 벌새에 ‘희망’ ‘사랑’ ‘생명력’ ‘포기하지 않는’ 등 좋은 상징은 다 있더라”며, “자기를 사랑하고 싶어 하고 제대로 사랑 받고자 하는 은희의 여정이 벌새의 여정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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