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공간 vs 이동' 무엇을 살까

입력 2019-08-16 10:23   수정 2019-08-1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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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과 이동을 구분하는 구매와 이용
 -구매는 프리미엄, 이용은 가성비

 자동차를 구매하고 이용하는 방법이 너무나 많아졌다. 때문에 과거와 달리 자동차를 선택함에 있어 가장 적합한 조건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빌려 타는 방법만 해도 임대 기간이 초단시간부터 최장 5년까지 세분화됐고, 직접 구매 또한 구매자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365가지(?)로 비유될 만큼 다양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하는 것은 '소유할 것인가?' 아니면 '이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소유와 이용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이 소유와 이용의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 개념으로 보면 자동차 안은 지극히 사적인 이동 생활의 역할이 부각된다. 하지만 인간이 제 아무리 사회적 동물이라도 때로는 개인의 공간을 결코 타인에게 허용하지 않는 욕망도 가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동 수단은 A에서 B까지 사람을 이동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자동차를 산다는 것은 '사적 공간의 구매'와 '이동성 확보'를 동시에 만족하려는 소비 행위로 일컬어진다.  

 둘 가운데 과거에는 '이동'의 역할이 조금 더 우세했다. 이동하려는 사람은 많고 이동 수단이 부족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동보다 소유하려는 경향이 점차 강해졌다. 단순히 '이동'에만 집중하니 여럿이 함께 탑승해 불편함도 겪어야 했고, 무엇보다 남들의 이목까지 고려해야 하는 행동 제약이 뒤따랐던 탓이다. 이 때 자동차는 사적 공간의 제공과 필요한 이동 문제를 해결해주는 최적의 도구였던 셈이다.  

 이런 경향은 최근 들어 보다 강해지고 있다. 경차나 소형, 준중형 세단의 판매가 급감하고 개인 공간을 강조한 소형 SUV 혹은 중대형 SUV의 판매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이는 보다 넓은 사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욕망이 구매 심리에 반영됐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소형 SUV라도 편의성은 모두 있어야 하는 만큼 '고급화'가 이어지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기아자동차는 셀토스 광고에 '이기적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했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소형, 중형, 대형 SUV의 판매 증가와 각 차종별 트림의 고급화가 의미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욕에 프리미엄은 곧 '큰 차'라는 의미가 내포됐음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물론 '프리미엄'과 '크기'는 자동차 구매에 있어 과거부터 끊임없이 붙어 다닌 항목이지만 자동차 보편화 시대로 넘어 오면서 이제는 당연시됐을 뿐이다.  

 그럼 소비자들은 자동차 선택에 있어 구매와 이용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이는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과 생활환경, 개인 여건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승용 자가용은 1,766만대이고, 승용 영업용은 98만대다. 또한 승합 자가용은 69만대, 승합 영업용은 12만대 가량 등록돼 있다. 통계가 의미하는 것은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 소유를 의미하는 승용 자가용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아무리 자동차를 공유 또는 이용하는 시대라 해도 여전히 소유욕은 억제되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자가용과 영업용 등록 비율은 약 17배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그러면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 이런 숫자는 변동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인구 대비 영업용 차의 등록대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까? 또한 그만큼 구매욕이 저하돼 소유가 이용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공유 기업들은 '그럴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그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공유로 표현되는 이용은 합리성에 기반한 판단이지만 소유욕은 인간의 속성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미 자동차를 빌려 타는 방법이 무수히 많음에도 해마다 승용 자가용의 등록대수가 줄지 않는다는 점이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자동차를 소유하며 개인 공간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공유가 소유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중이다.  

 그러자 모빌리티 업계는 소유와 공유 시대를 준비하면서 둘의 완전 분리를 내다보고 있다. 구매 전용 자동차와 이용에 치중한 자동차를 별도로 만들고 판매하는 일이다. 현재 버스와 승용차로 구분된 둘의 영역이 승용차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이용에만 투입되는 승용차와 소유 전용 승용차를 분리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 폭스바겐과 토요타는 각각 세드릭, e-팔렛트 등의 공유 전용 이동 수단을 투입해 이동의 편리성을 제공하려 한다. 

 반대로 구매전용 자동차는 여전히 고급화를 기치로 프리미엄을 향해 진격한다. 이용 측면만 보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트림도 제공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아 고급화를 추진한다. 이 경우 자동차 구매와 이용의 양극화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구매를 위한 자동차는 프리미엄에 따른 고가 제품이 즐비해지되 공유 등에 투입되는 자동차는 이동만 잘하면 될 뿐 고급화와는 점차 거리가 멀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공유차는 렌탈 사업자가 이용 가격을 결정하는 만큼 합리적인 가격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갈수록 소비자들의 선택이 더욱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개인 공간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진다. 이른바 남들과 접촉하지 않는 '언컨택트(uncontact)' 경향이 점차 일반화 된다는 얘기다. 실제 해외에선 짧은 시간 빌려 타는 자동차를 사적인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는 일도 적지 않다. 통신 발전에 따라 사회가 개방 흐름으로 갈수록 '사적 공간'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것이야말로 이동 수단의 성격을 변화시킬 가장 주요한 요인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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