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하면서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새 아파트인 입주 아파트의 몸값이 오르면서 전세값도 동반하는 분위기다. 대단지 아파트들이 입주로 '집값 하락'와 '입주 폭탄'을 예상했던 연초와는 다른 양상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8~10월 수도권에서는 입주예정인 아파트는 총 4만9217가구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 3만597가구로 석 달간의 입주물량 중 62%가구가 집중됐다. 서울에서는 1만5404가구, 인천에에서는 3216가구 등이 예정됐다. 이 중 1000가구 넘는 대단지 입주아파트도 17곳에 이른다.
연초만해도 이러한 입주아파트에 대해서는 우려가 많았다. 2~3년 전에 분양했던 아파트가 워낙 많았기에 입주 폭탄이 예상되서다. 물량 과잉으로 인한 공급과잉, 집주인들의 자금 압박, 이로인한 역전세나 깡통주택도 예상됐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2일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는 하락하는 반면, 입주 아파트나 새 아파트들의 매매가는 강보합세로 돌아섰다. 더불어 무주택을 유지하면서 새 아파트에 사려는 수요가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세값도 오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에 따르면, 지난 12일을 기준으로 전국 전셋값은 0.03% 하락했지만 수도권은-0.01%에서 0.01%로 상승전환했고, 서울은 0.04%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공표지역인 176개 시군구 중 지난주 대비 상승 지역은 50개에서 52개로 늘었고, 보합 지역(37→41개)도 마찬가지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입주를 앞둔 아파트는 계약자의 상황에 따라 주변 전셋값보다 저렴하게 내놓는 경우가 많다. 전세 수요자라면 싼값에 새 집에 살 수 있고 무주택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입주아파트는 이사날짜를 특별히 조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신혼부부나 살림을 늘리는 집에서도 입주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다.
서울에서는 강동구 고덕동에서 오는 9월 입주하는 ‘고덕 그라시움’이 가장 주목받는 단지다. 4932가구로 규모가 가장 큰데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상일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강덕초, 고덕중, 광문고교 등이 가깝다. 전용면적 59㎡ 전세는 4억 원, 84㎡ 5억 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 1562가구도 내달부터 입주한다. 주변지역이 재개발을 통해 새 아파트 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광운초, 남대문중 등이 가깝다. 전용면적 59㎡ 3억2000만~3억4000만 원, 84㎡는 3억6000만 원의 전셋값이 형성됐다.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 아이파크’ 1015가구가 집들이를 시작한다. 서울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과 경의중앙선 서강대역을 이용할 수 있다. 전용면적 59㎡ 전셋값은 5억5000만~5억8000만 원, 84㎡는 6억4000만~6억6000만 원이다.
경기도에서는 평택시 칠원동에서 동문건설이 지은 총 2803가구의 ‘지제역 동문굿모닝힐 맘시티’가 가장 큰 입주 단지다. 8월 말 입주하는 이 아파트는 지하철 1호선, SRT가 정차하는 지제역이 가깝다. 단지 내 평택새빛초등학교가 9월 개교하며, 중학교 예정부지도 있다. 전세는 전용면적 59㎡ 1억1000만~1억3000만 원, 84㎡는 1억4000만~1억5000만 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내달에는 시흥시 대야동 ‘e편한세상 시흥’ 659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서해선 시흥대야역을 이용할 수 있다. 대야초교와 은평근린공원, 비둘기공원이 가까이 있다.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타입에 따라 적게는 2억6000만 원, 많게는 3억 원까지 매물이 나왔다. 인천 중구 중산동 ‘영종하늘도시 KCC스위첸’ 752가구도 내달부터 입주다. 전용면적 60㎡ 전셋값은 1억3000만~1억5000만 원이며, 84㎡는 1억5000만~1억8000만 원이다.
오는 10월에는 오산시 부산동 ‘오산시티자이 2차’ 109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단지 바로 옆에는 2017년 10월 입주한 ‘오산시티자이 1차’ 2040가구가 있다. 다운초등학교가 가깝고, 경부고속도로 오산IC 진입이 쉽다. 전용면적 59㎡ 전셋값은 1억5000만 원 안팎이다.
권일 부동산인터 팀장은 "입주아파트 전세는 보통 입주 2~3개월 전부터 전세 물량이 나오며 일반적으로 주변 시세보다 낮게 형성된다"면서도 "입주아파트는 등기가 늦게 나오고 보통 준공 전 사용검사만 받고 입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분양자와 임대인이 동일인인지 등을 분양계약서와 입주지원센터 등을 통한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도금 대출 등 권리관계 등도 중요하다"며 "아파트는 주변 기반시설 정비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편함을 감수해 할 경우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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