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다음달 열리는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DLS 관련 민원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불완전판매가 입증되면 DLS를 판 은행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권고하는 조정안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9월 DLS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시작하면 분쟁조정 신청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개인투자자가 3654명에 이르는 중대 사안인 만큼 최대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경험 적고 고령일수록 배상↑
지금까지 금감원에 들어온 DLS 분쟁조정 신청은 총 29건이다. 이 중 가입자의 중도 해지로 이미 손실이 확정된 3건부터 분조위에 상정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먼저 진행되는 3건의 결과가 향후 모든 DLS 분쟁조정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상비율은 투자자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DLS 상품 구조와 판매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은 끝나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심각한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면 DLS 판매사의 배상비율이 최대 7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분조위는 상품 판매의 적정성과 적합성, 부당권유 등 주요 기준에서 금융회사의 잘못이 명백할 경우 60%까지 책임을 부과해왔다. 2014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건 때는 투자 경험이 전무한 노년층에 업체 책임을 10%포인트 더 높여 최대 70%까지 인정하기도 했다. 2018년 KT ENS 신탁상품 불완전판매에 관한 분쟁조정 당시에도 고령자에게는 금융회사 책임을 5%포인트 가산했다.
“고위험상품 투자이력 있으면 불리”
다만 과거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한 이력이 있는 투자자는 불리할 수도 있다. 2013~2014년 증권사가 많이 판매한 원유 DLS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영업 현장에선 “고유가 시대에 안전한 상품”이라고 홍보했으나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원금의 70~100%를 잃은 투자자가 속출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금리 DLS와 같은 구조다.
투자자들은 법원에 손해배상소송 등을 냈지만 대부분 패소했다. 1심 법원은 “원고가 투자정보확인서에 ‘성장형’ ‘성장추구형’ 등 위험성 있는 투자 성향을 자필로 기재해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원고 상당수가 주가연계증권(ELS), 주식 등 투자 경험이 다양한 점도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DLS와 수익 구조가 거의 비슷한 ELS에 투자한 적이 있다면 위험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당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금리연계 DLS는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 사모 방식으로 1인당 1억원 이상을 넣은 투자자가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PB 관리를 받는 자산가가 상당수이고, 이들은 ELS 등에 투자한 이력이 있어 분쟁조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동양 CP 분쟁조정에서도 고위험상품에 익숙한 투자자는 배상액이 대폭 깎였다.
“안전하다고 했다” VS “녹취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금리연계 DLS의 총 판매잔액은 8224억원이다. 우리은행을 통해 48.8%(4012억원), KEB하나은행에서 47.1%(3876억원)가 팔렸다. 은행 측은 “PB가 상품을 충분히 설명했고, 녹취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 상당수는 “PB들이 ‘안전한 상품’이라는 취지로 권했다”며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에서 원금 ‘전액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을 팔았다는 건 비정상적”이라면서도 “통상 불완전판매 분쟁에서 금융회사 책임을 증명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과 별개로 이번주부터 DLS를 설계·판매·운용한 금융회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합동검사에 들어간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사를 이번주 후반부터 시작할 계획”이라며 “은행이 직원을 평가하는 핵심 성과지표(KPI) 보완 등 재발방지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원은 우리·KEB하나은행에 DLS 투자자 피해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법무법인도 공동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임현우/정소람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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