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남성혐오’가 아닙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고, 남성이라는 이유로 우위에 서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이지리아의 페미니스트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42)는 지난 20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의 국내 출간 기념 방한 특별 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치마만다는 존스홉킨스대에서 문예창작, 예일대에서 아프리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첫 장편소설인 ‘보라색 히비스커스’로 영연방 작가상과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불리기 시작한 건 2012년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주제로 한 테드(TED) 강연이 유튜브에서 조회수 550만 건을 넘으면서다. 이번에 한국에서 출간된 ‘보라색 히비스커스’도 나이지리아 소녀 캄빌리가 가부장적이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서 독립하는 과정을 다뤘다. 그는 2015년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2017년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의 가장 위대한 리더 50인’에 들었다.
이날 이화여대 강연장도 300명 규모의 좌석이 사전신청한 사람들로 꽉 찼다. 강연에 오른 아디치에는 “유관순 열사의 위대한 그림자 아래 서 있는 느낌”이라며 “여성 학도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학문을 배우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공간에 오게 돼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디치에는 여성과 남성 모두 어렸을 때부터 ‘여자다워야 한다’ ‘남자다워야 한다’는 강요를 받으며 자라지만, 두 강요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은 남성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사회화되고 있다”며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그렇게 행동하면 남자가 싫어한다’는 말을 쉽게 듣고, 청소와 요리를 스스로가 아닌 남편을 위해 한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아디치에는 “여성이 억압되어 온 역사를 인정하고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라며 “페미니즘적이지 않은 사회는 ‘힘이 세야 한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억압을 받는 남자들에게도 살아가기 힘든 사회”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최근 젊은 여성들을 선두로 번진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서는 여성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탈코르셋은 주위 시선 때문에 억지로 자신을 꾸미기를 거부하는 운동이다. 아디치에는 “다만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꾸미는 여성까지 비난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페미니즘은 여성의 다양성을 남성의 다양성만큼 지향하고 인정하자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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