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가재도 행복한 개천 만들자던 조국, 딸은 편법 동원해 용 만들었다"

입력 2019-08-21 14:38   수정 2019-08-22 08:59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사진)의 자녀 입시 특혜 의혹과 관련, 조 후보자가 평소 주장해온 바와 180도 달라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조 후보자가 지난 2012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우리들 ‘개천에서 용 났다’ 류의 일화를 좋아하지만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예쁘고 따뜻한 개천을 만드는 데 힘을 쏟자”는 SNS 발언 자체는 정론에 가까우나 정작 자신의 자녀는 편법을 동원해 용으로 만들려 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21일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후보자는 자녀 입시비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조 후보자는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고 항변할지 모르나 입시를 경험한 학부모들은 편법과 꼼수에 대해 훤히 알고 있어 분노하는 것”이라며 “남의 귀한 자식들은 붕어·가재로 살 것을 종용하면서 정작 자신의 자녀는 온갖 편법을 동원해 용을 만드는 이중성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는 한영외고 재학 시절 약 2주간의 충남 천안 소재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해 작성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이후 고려대 이공계 수시전형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져 특혜 논란이 일었다.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인턴십이 교수 개인의 비공식 프로그램인 점, 프로그램이 2008년 이후 사라진 점을 종합하면 조 후보자 자녀의 논문은 부정한 방법으로 작성된 입시용 논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논문을 대입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활용, 결과적으로 입시 부정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 후보자는 한 번도 하기 어려운 특혜와 편법, 꼼수를 활용해 자녀의 외고 입시부터 대입, 현대판 음서제라 비판받는 의학전문대학원 입학까지 전 과정에 걸쳐 기득권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다 누렸다”면서 “자녀 입시 비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자녀가 적법한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한 것으로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해명했다. 다만 조 후보자 해명대로 불법은 아니라 해도 편법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인턴십이 같은 외고 학부모인 단국대 의대 교수 개인이 진행한 비공식 프로그램이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학부모들끼리 서로 자녀를 인턴으로 받아줘 수시전형 지원에 필요한 경력을 쌓게 하는 ‘스펙 품앗이’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입시업계 중론이다.

야당도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조 후보자 딸의 ‘황제 스펙’ 만들기 특혜와 ‘장학금 특혜’ 의혹은 점입가경이다. 고교시절 2주간의 인턴 활동만으로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통해 대학과 의전원까지 필기시험 한 번 없이 ‘프리패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의 진상 조사에서 논문 1저자 등재가 부적격하다고 밝혀진다면 고려대 입학 또한 ‘부정 입학’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조국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붕어·개구리·가재로도 행복한 개천을 만드는 데 힘쓰자고 했지만 자기 자식에게만은 달랐다. 구름을 만들어서라도 용으로 떠미는 철저한 강남스타일이었다”면서 “아빠가 조국이냐는 청년들의 자조, 촛불을 들었던 손에 죽창을 들겠다는 청년들의 분노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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