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바닥'이 보인다

입력 2019-08-21 15:01   수정 2019-08-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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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수요자인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들의 '버티기'로 고꾸라졌던 낸드플래시 가격이 반등하는 모양새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주요 제조사들이 감산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대비한 가수요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낸드플래시 2위 제조사인 일본 도시바의 정전 사태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스마트폰, 노트북, USB 등에 쓰인다.

21일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6월 낸드 128기가바이트(GB) MLC(멀티레벨셀) 고정거래가격은 2016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개당 3.9달러선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4.0달러 선으로 반등했다.

고정거래가격은 반도체를 대규모로 구입하는 IT 업체들이 제조사와 계약하는 구입가격.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ICT 수출입 동향을 보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월에 비해 2.04% 올랐다.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현물가격도 소폭 상승했다. 지난 6월 2.9달러대(256GB TLC 기준)까지 떨어졌던 낸드플래시 현물가격은 지난달 말 3달러대로 올라왔다. 현물가격은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평균시세로 가격변동이 크고, 보통 고정거래가격에 선행하는 추세를 보인다.

낸드플래시 가격 반등은 지난달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도체를 대규모로 구입하는 IT업체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는 적자를 내던 낸드 사업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까지 겹치자 '감산'을 택해 재고를 줄이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 탓에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나 급감한 영향이다. 낸드 주요 제조사 중 한 곳인 미국 마이크론도 이미 올 상반기 10% 감산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역시 낸드 라인을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제조사들의 자체 감산 조치에 더해 일본 수출규제라는 불확실성까지 발생하자 낸드플래시 공급량 부족을 우려한 IT 업체들이 제품을 미리 사들이는 '가수요'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 반등은 제조사 공급조절에 따른 불가항력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수요가 커지면서 생기는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글로벌 2위 낸드플래시 제조업체인 일본 도시바의 정전 사태가 전체 재고량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도시바는 지난달 15일 욧카이치에 있는 5개 생산공장에서 약 13분간 정전이 발생해 아직까지 공장 재가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시바 주력 제품인 3D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도시바 생산라인이 10월 이후에나 완전 복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재고 부담이 줄어든 제조사들은 업체들에 더 비싼 값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업체들과 거래하는 낸드플래시 가격을 10%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나온 조치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자진 감산, 도시바의 정전이 겹치면서 낸드 대규모 구매 업체들이 일부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글로벌 IT 업체들의 본격 수요 회복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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