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랩 대명사 크린랲 유통기업 도약 '큰 꿈'

입력 2019-08-21 17:58   수정 2019-08-22 02:06


국내 1위 식품포장 랩·비닐 회사인 크린랲이 대형 유통업체 쿠팡과 ‘맞짱’을 뜨고 있다. 부당한 거래를 강요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 강경 대응을 주도하는 이는 지난해 구원투수로 투입된 젊은 최고경영자(CEO) 승문수 대표다. 승 대표가 이끄는 ‘국민 주방랩’ 크린랲이 달라졌다. 각종 이슈와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유통기업 도약…광학필름 신사업도

쿠팡은 지난 3월 크린랲 측에 “대리점을 통한 납품 거래가 아니라 본사와 직거래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면 제품 취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즉각 대리점을 통한 제품 발주도 중단했다. “일방적으로 대리점 거래를 중단한 것은 경영권 간섭 행위”, “최저가를 위한 것으로 불법이 아니다”며 양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승 대표는 “제품에 자신있는 만큼 정면으로 맞서겠다”며 “잘 해결해 대형 온라인몰에 납품하는 중견·중소기업의 선례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에서 ‘크린랲’을 검색하면 ‘짝퉁’ 제품이 뜨고 ‘크린랲인 줄 알고 샀다’는 소비자 댓글이 달린다”며 “이런 정황 등을 수집해 쿠팡을 고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승 대표는 전병수 창업주의 조카이자 중국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했던 승병근 중국상하이크린랲유한공사 사장의 아들이다. 중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두산그룹 전자소재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을 돕는 컨설팅사도 운영했다. 크린랲은 승 대표의 지휘하에 공격적인 기조로 돌아섰다. 영역을 넓혀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첫 단계로 다음달 온라인 쇼핑몰을 연다. 향후 생활용품과 식품 등으로 제품포트폴리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해당 분야의 강소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최근 세계적인 화학회사 바스프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패널 뒷면 센서의 코팅용 광학필름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광학필름 전문 자회사 클랩을 설립했다. 광학필름은 스마트폰 화면을 만들 때 OLED와 같은 패널 위에 덮는 미세하고 얇은 비닐 같은 소재다. 신사업에 뛰어든 건 이 분야가 식품용 비닐 제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승 대표는 “과거 전자소재 업무를 하면서 크린랲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화면 지문인식, 친환경 필름 등 혁신 제품을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등 중진국 수출에 가속도

수출전략도 대대적으로 손봤다. 현지에 적합한 제품, 직접 판촉 등 맞춤 전략을 펴고 있다. 최근 러시아 쇼핑몰인 뜨보이돔체인을 비롯해 홈쇼핑, 생활용품매장 등으로 공급처를 넓히며 러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승 대표는 “우리 제품은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진입하는 국가에 알맞다”며 “러시아와 베트남과 멕시코, 터키 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린랲은 국내 식품포장 비닐랩 및 비닐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유지하고 있다. 중장년 주부에게 크린랲은 주방랩의 대명사로 통한다. 1983년 설립 이후 세계 최초로 인체에 무해한 폴리에틸렌 소재 랩을 내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유해성 논란이 있던 염화비닐(PVC) 재질의 제품을 판매하던 대기업을 제치고 단숨에 시장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이다.

나이 든 세대의 충성도는 높지만 젊은 소비자는 크린랲을 잘 모른다. ‘디테일 프리미엄’ 캠페인을 최근 시작한 이유다. 안전하고 깨끗한 프리미엄 제품이란 점을 젊은 소비층에 내세우기 위해서다.

승 대표는 “크린랲은 품질이 좋은 만큼 가격도 비싸 ‘비닐랩의 명품’이라고 불린다”며 “생분해되는 비닐 포장재를 이미 개발하는 등 오래전부터 환경 문제에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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